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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윈터솔저가 사피엔스의 미래?

[윤석만의 인간혁명]포스트 휴먼의 시대
미래에서 온 전사 케이블은 한 쪽 팔이 로봇이다. 그의 로봇 팔은 가공할 힘을 자랑한다. [영화 데드풀2]

미래에서 온 전사 케이블은 한 쪽 팔이 로봇이다. 그의 로봇 팔은 가공할 힘을 자랑한다. [영화 데드풀2]

19금 유머 코드로 가득한 영화 ‘데드풀2’는 마블의 또 다른 히어로 웨이드 윌슨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 만에 4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죠.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헐리우드식 대중문화를 재치 있게 버무려낸 점이 ‘히어로 무비’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로부터 큰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영화는 암 환자인 전직 특수부대원이 비밀 실험에 참여했다 강력한 ‘힐링 팩터(healing factor·어떤 상처도 자연히 치유되는 재생 능력)’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주인공 윌슨(라이언 레이놀즈 역)은 마블 히어로 특유의 쫄쫄이 의상과 복면을 착용하고 ‘데드풀’로 변신해 악당을 무찌르죠. 전작 데드풀 1탄은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대성공 했습니다.  
미래에서 온 전사 케이블은 한 쪽 팔이 로봇이다. 그의 로봇 팔은 가공할 힘을 자랑한다. [영화 데드풀2]

미래에서 온 전사 케이블은 한 쪽 팔이 로봇이다. 그의 로봇 팔은 가공할 힘을 자랑한다. [영화 데드풀2]

 이번 2탄은 전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이는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케이블’의 영향이 큽니다. ‘어벤져스’에서 최고의 악당 타노스 역의 조슈 브롤린이 연기한 케이블은 미래에서 온 전사입니다. 그의 목표는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원수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적을 미리 없애려 한다는 점에서 영화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설정입니다. 다만 케이블이 원수를 죽이려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데드풀을 만나고 나중엔 둘이 합심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터미네이터’와는 다르죠.

 
 그런데 케이블은 조금 특별한 신체구조를 가졌습니다. 군인이었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로봇 팔을 갖게 됩니다. 즉,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인 셈입니다. 사이보그인 그의 왼팔은 가공할 힘을 자랑합니다. 자동차 문 한 짝을 뜯어내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죠. 케이블이 온 시대가 약 30년 후의 미래인 것으로 보면, 2050년경에는 인간의 신체 중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일이 흔해질 것이라는 전제를 영화에서 하고 있습니다.  
마블의 히어로 윈터솔져는 사고로 잃게 된 왼쪽 팔을 로봇으로 대체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마블의 히어로 윈터솔져는 사고로 잃게 된 왼쪽 팔을 로봇으로 대체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마블의 또 다른 캐릭터인 ‘윈터솔저’ 역시 사이보그입니다. 원래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인 그는 악당인 히드라 조직의 실험실에 끌려가 ‘인간+로봇’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도 케이블처럼 왼 팔만 로봇이죠. 그 때문에 영화 ‘데드풀2’에서 주인공 윌슨은 케이블을 ‘윈터솔저 같은 노인네’라고 놀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미드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스티브 오스틴 대령이나 소머즈도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한 대표적 사이보그였죠.  
'미드'의 고전 '600만불의 사나이'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왼쪽)과 속편으로 나온 소머즈(오른쪽).

'미드'의 고전 '600만불의 사나이'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왼쪽)과 속편으로 나온 소머즈(오른쪽).

 그런데 이처럼 인간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영화 속에만 나오는 상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0년 워싱턴포스트는 로봇으로 된 팔을 갖게 된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 기술자인 제시 설리번은 사고로 두 팔을 완전히 잃게 됐습니다. 그러나 설리번은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도움으로 기계로 된 팔을 갖게 됐죠. 
 
 놀라운 것은 뇌에서 나온 신경신호를 통해 자유자재로 팔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얼마 후에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군인 클로디아 미첼도 설리번과 같은 로봇 팔을 갖게 됐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뇌의 생각만으로 팔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반대로 로봇 팔의 촉감을 뇌로 전달해 느끼게 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고로 팔을 잃은 이들을 위해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만드로’는 팔의 절단면에 있는 신경과 전자의수를 연결해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3D 프린터로 전자의수를 제작해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국내는 물론 시리아처럼 전쟁 등으로 팔을 잃은 이들에게 전자의수를 제작해 공급하고 있죠. 현재 만드로는 더욱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의수를 개발하고 있고요.

미국 FDA에서 승인된 로봇의수 시스템인 데카암은 근육신경과 기계팔을 연결하여 정교한 재활동작이 가능하도록 한다. 로봇의수의 파손은 기물손괴일까 과실치상일까? [중앙포토]

미국 FDA에서 승인된 로봇의수 시스템인 데카암은 근육신경과 기계팔을 연결하여 정교한 재활동작이 가능하도록 한다. 로봇의수의 파손은 기물손괴일까 과실치상일까? [중앙포토]

 결국 케이블이나 윈터솔저, 오스틴 대령이나 소머즈 같은 사이보그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인간과 로봇을 결합한 생체공학 기술은 현실이 됐고,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신체의 일부가 훼손된 다수의 사람들이 로봇 부품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일이 대중화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들조차 편의성을 목적으로 신체와 기계를 결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지난 3년 간 3000여 명의 사람들이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 칩을 손에 심었다고 합니다. 집·사무실의 카드 키와 신분증, 교통카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실제로 2017년 스웨덴의 국영 철도 회사는 2017년 검표 시 승객의 손에 심어져 있는 칩을 스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게티이미지]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게티이미지]

 앞으로는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일까지 벌어질 것입니다. 이미 관련 연구가 상당히 진행돼 있습니다. 영국 레딩대 인공두뇌학과 교수인 케빈 워윅이 사람의 뇌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무선 칩을 통해 로봇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죠. 워윅은 그가 쓴 책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에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스페이스엑스의 CEO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와 AI를 결합한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제안했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는 대표적 회의론자인 머스크는 인간도 기술의 힘을 입어 지금보다 더 큰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2016년 그는 ‘뉴럴 링크(Neural Link)’라는 기업을 설립했죠. 이곳에선 뇌에 컴퓨터 칩을 삽입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칩이 클라우드 컴퓨터와 연결돼 있어 뇌와 AI를 공유하는 기술이죠. 이른바 ‘뇌 임플란트’라고 부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도 “2030년이면 인간 두뇌와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사고(Hybrid Thinking)’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미래에는 두피 안 쪽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 [게티이미지]

미래에는 두피 안 쪽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 [게티이미지]

 앞으로 이런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미래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워윅은 “미래엔 사이보그가 되기를 거부하고 인간으로 남을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은 침팬지에서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고 침팬지로 남아있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지적합니다. 만일 워윅 교수의 말대로라면 미래 사회엔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매우 당혹스런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로봇인가 하는 점이죠. 팔과 다리, 또는 장기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했다고 해서 이런 고민까지 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신체의 상당 부분을, 또는 인간의 뇌를 기계와 연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들은 케이블과 윈터솔저처럼 신체 역량 뿐 아니라 지적 능력까지도 보통의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부는 사람과 로봇의 구별법으로 ‘영혼’을 말하기도 합니다. 육체와는 별개인 영혼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만들어낸 기계와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죠. 심지어 종교인을 비롯한 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은 영혼이 육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혼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과학에서는 우리가 영혼이라고 믿는 생각과 기억 등의 실체를 뇌의 화학 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먼 훗날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A라는 사람의 뇌를 이미 죽은 B의 신체에 이식해 되살린다면, 그 사람은 A일까요 B일까요. 외형을 중시하는 사람은 B라고 할 것이지만, 영혼의 존재에 무게를 두는 사람은 아마도 A라고 말할 겁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

 하지만 뇌를 기계로 대체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즉, 앞서 이야기한 ‘뇌 임플란트’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고, 반대로 컴퓨터의 정보를 뇌에 다운로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의 뇌와 똑같은 판단력과 감정 등을 갖고 있는 AI가 있다면 그것 또한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윤석만의 인간혁명] 더 보기
 영화 ‘트랜센던스’는 이 물음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은 인류가 수만 년에 걸쳐 이룩한 지적 능력을 뛰어넘어 자의식까지 갖춘 슈퍼컴퓨터를 개발합니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믿는 테러 단체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되죠. 그러자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그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해 윌의 의식을 살려냅니다. 우리가 생각해 왔던 영혼이 그대로 컴퓨터에 스며든 것이죠. 이 컴퓨터는 육체만 없을 뿐 윌과 똑같은 기억과 감정,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윌은 인간일까요 컴퓨터일까요? 비록 육신은 없지만 영혼이 살아있으니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영화 '트렌센던스'에는 마인드업로딩 개념이 등장한다. 뇌와 정신을 컴퓨터로 업로드해 영생하는 주인공은 트랜스휴머니즘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중앙포토]

영화 '트렌센던스'에는 마인드업로딩 개념이 등장한다. 뇌와 정신을 컴퓨터로 업로드해 영생하는 주인공은 트랜스휴머니즘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중앙포토]

 물론 ‘트랜센던스’의 이야기처럼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야겠죠. 하지만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일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겁니다. 그 때 우리는 인간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어쩌면 사피엔스가 자신의 조상인 침팬지를 하등 생물이라고 멸시했듯, 미래에 나타날 초인간이 현생 인류를 무시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윤석만의 인간혁명' 홈페이지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14 
윤석만 기자는
 윤 기자는 2010년부터 교육 분야를 취재했다. 특히 인성·시민 교육 및 미래와 관련한 보도에 집중했다. 성적·스펙보다 협동·배려·공감 등의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란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더불어 다가올 미래를 인문의 관점에서 통찰한 '인간혁명의 시대'를 썼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 심포지엄 기조발표를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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