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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신태용호, 스리백 포백이 문제가 아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보스니아전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보스니아전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심어린 분노였다.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A매치 평가전을 치른 대표팀 핵심 멤버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과 손흥민(26ㆍ토트넘)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기성용을 중앙수비수로 활용하는 변칙 스리백을 가동한 한국은 이 경기에서 측면이 속절 없이 무너지며 세 골을 내주고 1-3으로 완패했다.  
 
개인 통산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소화한 주장 기성용은 “결과와 내용 모두 아쉬웠다. 한마디로 경기력이 부족했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고 인정했다. 이어 “월드컵은 책임감을 갖고 나가야 할 대회”라면서 “오늘 같은 경기력으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쉽지 않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과를 반복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 막판 두 번째 실점 직후 하프타임에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집어던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리더 기성용’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보스니아전에서 100번째 A매치를 기록한 기성용은 경기 후 동료 선수들에게 월드컵 본선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하프타임에 열린 A매치 100경기 기념식에서 기념패를 받아든 뒤 아내 한혜진 씨와 딸 시온 양을 챙기는 기성용. 양광삼 기자

보스니아전에서 100번째 A매치를 기록한 기성용은 경기 후 동료 선수들에게 월드컵 본선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하프타임에 열린 A매치 100경기 기념식에서 기념패를 받아든 뒤 아내 한혜진 씨와 딸 시온 양을 챙기는 기성용. 양광삼 기자

 
공격 에이스 손흥민도 쓴소리로 자신과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 점을 보완해야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생각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만큼, 아니 더한 참패를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그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해야한다. 좀 더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이미 늦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우려하면서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캠프에서 시차 적응하고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면 곧장 월드컵의 시간이 온다. 집중하고 분석해야한다. 선수들도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보스니아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보스니아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기성용과 손흥민이 경기 후 비슷한 목소리를 낸 게 우연일까. 월드컵 본선을 앞둔 대표팀 멤버들의 마음가짐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개적인 질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스니아전을 마친 뒤 기성용이 라커룸에서 후배들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스니아전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번째 상대인 스웨덴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경기다. 하지만 도리어 스웨덴에게 ‘신태용호 파해법’을 알려준 꼴이 됐다. 한국은 중원을 두껍게 보강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측면을 열어주는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공교롭게도 헐거워진 측면에서 실점이 쏟아져 나왔다. 보스니아는 왼쪽 측면에서 반대편으로 볼을 길게 넘긴 뒤 슈팅하는 패턴을 세 번 반복해 세 골을 가져갔다.
보스니아와 A매치 평가전을 1-3 패배로 마무리한 뒤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보스니아와 A매치 평가전을 1-3 패배로 마무리한 뒤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흐름은 대등했지만, 보이지 않는 실수들이 실점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양쪽 윙백들이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전진했을 때 스리백이 서로 거리를 벌리면서 빈 공간을 채워줘야 하는데, 페널티 박스쪽에 몰려 있다보니 측면 뒷공간을 쉽게 내줬다”는 설명이다. 선수단 내부 분위기에 대한 언급 없이 전술적인 부분만 짚었다.  
 
선수들은 패인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 기성용은 “스리백을 쓸 지 포백을 쓸 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보스니아를 상대로 경기하는 동안 압박하는 타이밍과 위치가 미흡했다”고 짚었다. 느슨한 압박이 구멍을 만들었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손흥민은 “다음에 잘하겠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면서 “월드컵 본선은 정말 무서운 곳이다. 선수들이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분위기의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까지 대표팀이 23명을 추리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었던 만큼, 최종 엔트리 발표가 긍정적인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다. 23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남은 기간 동안 선발 출전 11명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새로운 긴장감이 피어오를 때야말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질 찬스다. 스리백과 포백은 그 다음 문제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보스니아전에서 1-3 패배를 당한 뒤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보스니아전에서 1-3 패배를 당한 뒤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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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