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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꼭 이렇게 막장까지 가야만 하나? 영화 '특별시민'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35) 영화 '특별시민'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흔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정치(政治)라고 하죠? 정치의 한자 '정(政)'에 바를 '정(正)'자가 들어 있는 걸 보면 '바르게 다스리라'는 의미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될 겁니다. 근데 어떻게 해야 '바르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6.13 지방선거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엔 어느 후보자가 자리 잡고 계신가요? 오늘은 선거철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중앙포토]

영화 '특별시민'에서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중앙포토]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는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합니다. 차기 대권도 노리고 있죠. 영화는 변종구가 재선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선거의 민낯을 보여주는데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정치를 꼭 해야만 했을까?''이 영화,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정치는 쇼 비즈니스다
젊은 표심을 잡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말이 있죠. 영화의 첫 장면은 청춘 콘서트에서 가수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랩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나는 꼰대가 아니다', '나는 젊은 층과의 소통에도 능하다'라는 이미지를 심어 젊은 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치를 하는데요. 
 
이 밖에도 영화는 우리가 어디서 본듯한 여러 정치 공작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인 술자리를 찍은 영상(물론 의도한 술자리였겠지만)을 교묘히 편집해 단번에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거나 후보자의 가족을 건드려 그들을 교묘히 깎아내리고 자신이 돋보이려 하죠. 
 
변종구의 라이벌이자 유일한 여성 후보자인 양진주 역을 맡은 배우 라미란. [중앙포토]

변종구의 라이벌이자 유일한 여성 후보자인 양진주 역을 맡은 배우 라미란. [중앙포토]

 
비단 변종구만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닙니다. 유일한 여성 후보자인 양진주(라미란 분)은 서울시장 공식 출마선언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셔츠의 앞자락을 살짝 풀어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했죠. 언론 매체들은 앞다투어 그녀의 출마 선언보다 가슴을 부각해 보도하고요. 
 
요즘은 현실이 영화 못지않아서 이러한 정치 공작들이 다소 시시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이렇게 현실과 허구를 잘 섞어낸 장면이 많습니다. 특히 후보자 간 TV 토론회에서 벌어지는 후보들 간의 설전이 압권입니다. 토론회 사회자로부터 질문 목록을 입수한 변종구는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피할 수 있도록 사회자와의 사인도 맞추죠. 
 
이 토론회 장면은 시나리오상의 설정과 방향만 정해놓고 배우들의 즉흥적인 대사와 연기로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후보자 토론회 장면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작년 이맘때 이뤄진 대통령 선거 토론회가 연상될 만큼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실제 정치인이라고 착각할 정도죠. 
 
올드보이 생각나는 마지막 장면 
변종구는 가족도 동료도 버리고 끝내 시장에 당선됩니다. 이후 그의 수족과도 같은 수행원 길수(진선규 분)와 어려운 시절 자신이 자주 가던 고깃집에서 식사하는데요. 이때 등장하는 고기 쌈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큰 고기 쌈을 길수의 입에 연달아 넣어준 후 자신도 크게 한 쌈을 싸 먹는데요.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산낙지를 먹는 장면(위)과 '특별시민' 속 변종구가 상추 쌈을 먹는 장면(아래). [중앙포토]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산낙지를 먹는 장면(위)과 '특별시민' 속 변종구가 상추 쌈을 먹는 장면(아래). [중앙포토]

 
이 장면을 보신 분이라면 자연스럽게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나실 겁니다. '올드보이'에서의 오대수(최민식 분)도 15년간의 이유 모를 감금 생활이 끝난 후 낙지를 산채로 씹어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논란이 많은 장면이었지만 주인공 오대수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생각하는데요.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쓰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정치에 대한 변종구의 욕심과 그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라는 걸 암시하죠.
 
영화가 끝나면 '정치 참 더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실 겁니다. 그렇다고 관심을 꺼 버린다면 그들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는 꼴이 됩니다. 변종구가 서울 시장이 되도록 위해 조력했던 홍보 담당 박경(심은경 분)은 그가 시장이 되고자 행했던 악행들에 대해 알게 되자 그에게 자수하라고 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하찮게 생각하는 유권자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심판할 겁니다."
 
그녀의 말대로 정치인이 '바른'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유권자인 '우리' 입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도 유권자인 우리의 눈이죠.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더럽다 외면하지 마시고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가진 힘을 보여주세요.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요. 
 
 
특별시민
영화 '특별시민' 메인 포스터.

영화 '특별시민' 메인 포스터.

감독: 박인제
각본: 박인제, 박신규
출연: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문소리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30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7년 4월 26일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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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