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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 강풍 버틴 가슴 뭉클 실화의 힘

영화 ‘당갈’
지난 4월 25일 영화 ‘당갈’이 개봉했을 때, 흥행 여부는 쉽게 예견됐다. 같은 날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탓이었다. 마블사의 히어로가 떼거리로 등장한 이 영화는 국내 상영관을 독식했다. 상영 점유율이 72.8%에 달했다. 영화관에서 틀어주는 10편의 영화 중 7편이 ‘어벤져스3’라는 이야기다. 이 무지막지한 마블의 광풍을 피하기 위해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한발짝 뒤로 물러서며 숨고르기를 자처했다. 인도 영화에 레슬링을 다룬 스포츠 영화 ‘당갈’(힌두어로 레슬링을 뜻함)의 전면 승부가 무모하게 느껴질 법도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개봉 5주차인 당갈은 지금도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스포츠를 다룬 영화 ‘챔피언(5월 1일 개봉)’ ‘레슬러(5월 9일 개봉)’보다 현재 예매율이 높다. 영화를 본 이들의 입소문 덕에 개봉 후에 상영관이 늘어났으며 영화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대관 상영도 진행하고 있다. 배급사 NEW 측은 “관객 입소문 덕에 앞으로 장기상영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당갈은 인도의 여자 레슬러 기타 포갓(파티마 사나 셰이크)과 그의 아버지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극이다. 전직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였던 싱은 생계를 위해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접고 회사원으로 살아간다. 그의 소원은 단 한 가지. 아들을 낳아 못 다한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딸만 넷인 딸부자 아빠가 되고 만다.  
 
꿈을 접고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내던 싱은 어느 날 또래 남자아이들을 실컷 패고 들어온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에게서 레슬러의 잠재력을 발견한다. 동네 사람들의 조롱에도 그는 두 딸에게 레슬링을 가르친다. 훈련을 위해 오전 5시 기상, 달고 자극적인 음식 금지, 반항하면 머리 깎이기, 웃통 벗은 남자아이들과 대결하기 등 딸들은 아버지의 강압적인, 고강도 훈련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타는 인도 여성 레슬러 최초의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줄거리로 보자면,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플롯을 따른다. ‘우연한 재능 발견-노력-좌절-노력-승리 쟁취’와 같은 식이다. 그런데 차별점은 인도 영화라는데 있다. 게다가 여자 레슬러의 이야기다. 아직까지도 결혼할 때 지참금 이야기가 나오는 인도이기에 영화 속 여성은 늘 전통복장인 샤리를 입고서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져왔다. 그런데 보수적인 인도 시골 동네에서 딱 달라붙는 운동 복장을 입고서 경기해야 하는 여성 레슬러 이야기라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의 힘이 세다. 그래서 결승전을 앞둔 기타에게 아버지가 담담히 건네는 대사의 여운이 길다. “너의 승리는 너만의 것이 아니고, 여성은 열등하다는 인도 문화에 대한 저항이며, 인도 여자아이들의 인권 승리다.”  
 
영화에서는 싱의 두 딸만 레슬링 선수로 나오지만, 실제로 네 딸 모두가 레슬링 선수로 ‘포갓 시스터즈’라고 불린다고 한다.  
 
영화는 아버지 싱으로 열연한, 발리우드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제작했다. 그는 레슬링 선수였던 20대부터 배 나온 60대까지 소화하기 위해 무려 30㎏의 체중 조절을 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그가 헬스장에서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인도에서 2016년 12월 개봉해 흥행 수입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중국 개봉에서는 역대 최고로 흥행한 인도영화로 꼽혔다. 글로벌 흥행 수입이 3억 달러를 돌파했다. 러닝 타임이 161분에 달해 현지 상영 때는 인터미션까지 가졌지만, 탄탄한 연출 덕에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실제 같은 경기 장면이 영화의 백미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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