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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연애 전성시대

올 봄 방송계를 강타한 흥행코드를 꼽자면 ‘연애(戀愛)’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인기 비결도 배우 정해인(서준희)과 손예진(윤진아)의 진짜 같은 연애 장면에 있었다. 남녀가 밀당하다 극의 중후반을 훌쩍 넘기는 일반적인 서사 구조와 달리, 16부작의 ‘예쁜 누나’의 경우 4회 때부터 본격 연애가 시작된다. “벌써 사귀면 어쩌느냐”는 시청자의 우려에도, 둘은 꽁냥꽁냥 만났고 시청률은 쭉쭉 상승했다.  
 
사실 별다른 연애 장면이랄 것도 없었다. 준희와 진아는 만나서 맛있는 밥 먹고, 영화 보고, 헤어지면 보고 싶어서 달려가고, 대화가 끊기는 게 아쉬워 잠들 때까지 통화했다. 누구든지 한번쯤 해봤을 그런 예쁜 연애의 순간이 연기 잘하는 두 배우를 통해 실제처럼 그려졌다. 부모의 극성스런 반대는 있었어도 ‘알고 보니 둘이 남매’와 같은 막장 전개는 없었다. 이 진짜스러운 이야기에 사람들은 “잠자는 연애 세포를 일깨워준다”며 행복해했다. 누나들의 마음을 그렇게 홀린 정해인은 ‘국민 연하남’이 됐고.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연애코드가 만개했다. 물론 방송계에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긴 하다. 1990년대 대표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MBC ‘사랑의 스튜디오’는 진행자가 주도하는 맞선형 프로그램이었다. 7년 간의 방송 동안 출연자 중 47쌍이 결혼했다는 게 중요한 홍보 포인트였던, 그야말로 ‘성공한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는 공식이 통하던 시절의 방송이었다. 이후 애정촌에서 남녀가 합숙하며 서바이벌 연애게임을 펼치는 SBS ‘짝’이 인기를 끌었으나 2014년 출연자의 자살로 막을 내린 이후, 방송계에서 한동안 짝짓기 프로그램이 금기시됐다.  
 
그 포문을 활짝 연 것이 채널A의 ‘하트 시그널’이다. 짝짓기 프로그램에 관찰 예능을 더해 변주를 줬다. 일명 러브라인 추리 프로그램으로, 그 형식이 일본의 후지 TV와 넷플릭스가 제작한 ‘테라스 하우스’와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이 초창기에 있었다. 일반인 남자 넷, 여자 넷이 ‘시그널 하우스’으로 퇴근해 무한 썸을 타는 내용이다. 동거 마지막 날에야 마음을 고백할 수 있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놓고, 연예인 예측단이 관찰하며 해설한다.  
 
썸을 타면서 드러나는 작은 제스처와 말투를 콕콕 집어내는 예측단의 ‘썰전’이 포인트였다. 죽은 연애세포가 살아나는 것을 넘어서서 “연애를 예능으로 배운다”는 시청자 후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방영한 시즌 1이 입소문을 끌었고, 현재 방영 중인 시즌 2에는 출연자 경쟁률이 1000대 1에 달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 방송계는 ‘관찰연애 전성시대’다. 3박4일 호텔 바캉스를 즐기며 짝을 찾는 ‘로맨스 패키지’(SBS), 카페에서 소개팅하듯 남녀가 만나는 ‘선다방’(tvN) 등 짝짓기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형식은 조금씩 다르나, 스포츠 중계처럼 연애를 중계하고, 스펙과 외모를 강조하는 대신 현실 연애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는 엇비슷하다.  
 
TV를 보며 남의 연애에 몰입하는 이들을 두고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의 솔로시대가 현실이고, 그에 대한 몰입은 결핍의 반증이라고 분석하고 싶지 않다. 연애 감정에 설레하는 것이야말로 짝짓기 프로그램의 오랜 역사로 보건데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소중한 감정이니까.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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