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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추상(抽象)의 의미

 지난달 25일 열린 제주 화가 강요배(66) 선생과의 간담회 자리는 재미나는 미술사 이론 강좌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림을 다 그렸으니 막걸리나 한 잔 하러 가야겠다”는 작가의 홀가분함도 분위기 고양에 한몫했죠.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인상(印象), 심상(心象), 추상(抽象)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차례로 밟는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글자도 바로 이 코끼리 상(象)자인데, 미술 용어로 ‘이미지’를 뜻한다고 했습니다. 옛날에 보기 드문 동물인 코끼리를 묘사하기 위해 말 대신 그림을 그려 설명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네요.
 
“작가는 대상의 표피적 이미지에 빠지지 말고, 받은 인상을 가슴에 일단 간직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 마음 안에는 그중 굵직한 기억(象)만 남아있겠죠? 그것만 끄집어내는 게 바로 창작이고 예술 아니겠어요? 추상화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상(象)을 뽑아낸(抽) 그림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법을 써야하기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지, 사실 간단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작품은 추상입니다.” 
 
추상의 의미에 대한 이토록 명확하고 간명한 설명은 처음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양화니 서양화니 나누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냥 그림 아닙니까? 정치적으로 구분되고 철학적으로 고착된 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창의적인 것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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