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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본·대]서울대 '논문 양'은 세계 9위, '논문 질'은 몇 위?

대학교수에겐 학생 교육뿐 아니라 연구를 해야 하는 책임도 있죠. 연구의 결과는 대부분 논문으로 발표됩니다. 그래서 논문의 수준은 각 대학, 나아가 국가의 학문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논문 수는 연간 1만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7만여 건에 달합니다. 불과 20여 년 만에 엄청난 성장을 했죠. 그렇다면 한국 대학은 논문 수가 늘어난 만큼 논문의 질도 높아졌을까요.
 
세계 각 대학의 논문 수준을 비교할 때 참고할 만한 '라이덴 랭킹'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에서 매년 발표하는 이 랭킹은 세계 938개 대학을 대상으로 논문의 양과 우수 논문의 비율로 순위를 매깁니다. 이번 '랭킹으로 본 대학(랭·본·대)'는 라이덴 랭킹 2018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먼저 최근 4년간(2013~2016년) 발간된 논문 편수 랭킹을 보면 서울대가 1만5468편으로 국내 대학 중 1위, 세계 9위에 올랐습니다. 미국의 명문대로 꼽히는 스탠포드대(1만5364편)조차 앞섰네요. 이어 연세대(세계 52위), 성균관대(세계 87위), 고려대(세계 96위) 등 국내 대표적 사학들이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세계 논문 편수 랭킹 상위권에는 중국 대학이 두드러집니다. 저장대(浙江大), 상하이자오퉁대(上海交通大), 칭화대(清華大), 베이징대(北京大) 등이 엄청난 양의 논문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우수 논문 비율 랭킹은 어떨까요. 라이덴 랭킹은 모든 논문 가운데 다른 학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한(피인용) 상위 10%에 해당하는 우수 논문을 각 대학이 얼마나 발표했는지 따져 순위를 매겼습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우수 논문 비율 1위는 생명과학 분야의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록펠러대입니다. 이 대학은 학부 과정 없이 소수의 박사 과정생만 받는 연구 중심 대학인데요. 노벨상 수상자만 25명을 배출했죠. 규모가 작다 보니 논문 편수는 1002편에 불과하지만, 이 중에서 316편(31.5%)이 우수 논문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수 논문 랭킹 상위권은 미국과 영국 대학들이 독식하다시피 합니다. 상위 20위까지 미국 대학이 13곳, 영국 대학이 4곳입니다. 논문 편수로 1위였던 하버드대는 우수 논문 비율에서도 22.1%로 5위에 올라 논문의 양과 질이 모두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네요.
하버드대 전경

하버드대 전경

반면 논문 편수로는 세계 9위인 서울대는 우수 논문 비율은 7.9%로 세계 603위에 그쳤습니다. 논문 양으로는 세계적인 대학이지만 질로는 938개 대상 대학 중 중하위권에 그친 셈인데요. 서울대뿐 아니라 국내 대학 대부분이 우수 논문 비율에서는 낮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100위권 안에 포함된 곳은 UNIST(울산과학기술원·52위)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대학 중 1위를 지켰습니다. UNIST에서 4년간 나온 논문은 1431편인데, 이 중 217편(15.2%)이 우수 논문으로 분류됐습니다. 국내 대학 중 2위는 포스텍(11.3%), 3위는 KAIST(11%)입니다.
 
UNIST는 개교 10년 차 신생 대학입니다. 대부분 대학이 교수 승진 심사 등에 논문 편수를 많이 반영하지만, 이 대학은 논문의 피인용 수를 반영합니다. 평범한 논문 10편보다 질 높은 논문 1편을 쓰자는 취지죠. 이러한 '선택과 집중'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라이덴 랭킹 홈페이지(http://www.leidenranking.com)

라이덴 랭킹 홈페이지(http://www.leidenranking.com)

우수 논문 비율 국내 대학 랭킹에는 울산대(5위), 영남대(8위)처럼 서울의 대학들을 제치고 상위에 오른 지역 대학들이 눈에 띕니다. 서울 소재 대학 중에선 서울대(4위)에 이어 세종대(6위)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요.

 
세종대나 울산대·영남대의 강세에 대해 글로벌 학술 정보 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김진우 한국지사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논문을 발표하는 분야를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김 지사장 분석에 따르면 울산대는 의학 분야에서, 영남대는 화학·자동제어·연료전지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세종대는 재료과학·물리학·호텔관광학에서 경쟁력 있는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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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대학의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논문 양으로는 세계 100위 이내에 많은 대학이 올랐지만, 논문의 질적 수준으로는 대부분이 저조한 순위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학들이 논문의 양이 아닌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우 지사장은 "우수한 연구 경쟁력은 논문 수가 아니라 영향력 높은 논문에 의해 좌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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