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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포커스] 집단 패혈증 강남 피부과, 고장난 냉장고에 주사약 방치했다 사용

대체휴일이었던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선 온몸에 반점이 드러나고 근육통과 구토,  발열과 어지러움, 저혈압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거의 동시에 20명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모두 동일한 유전자형의 판토에아 아글로메란스균에 의한 감염이었다. 이 균은 식물과 땅에서 발견되는 세균으로 일상적인 공간이나 의료기관에서 모두 감염될 수 있다. 미국에선 간호사 손에 묻은 균으로 감염된 사례도 있고, 사망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이번 강남구에서 발병한 이들은 모두 이 세균에 감염된 후 전신염증을 일으키는 패혈증세를 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그날 서울 강남구 M피부과에서 오후 12~3시30분 사이에 레이저 리프팅, 울세라(초음파 이용 시술), 홍조 개선 등 다양한 피부개선 시술을 받았으며, 이른바 ‘우유 주사’라고 불리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병원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집단감염에 이른 경로는 다음과 같았다.
 
사건 사흘 전인 5월 4일. 병원 관계자들은 다음날 쓸 프로포폴을 미리 주사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이들은 ‘편의’를 위해 다음날 쓸 약을 미리 주사약에 담아두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병원관계자들은 “다음날인 토요일이 휴무(어린이날)인 줄 모르고 용기에서 프로포폴을 뽑아내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냉장고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장이었다.
 
사건 당일인 5월 7일. 고장난 냉장고에서 60시간 정도 방치됐던 주사약이 환자들에게 투약되기 시작했다. 이날 29명의 내원환자 중 21명에게 투여됐고, 그중 20명이 동시에 패혈증에 걸린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프로포폴은 지방(대두유) 성분이 많아서 쉽게 오염되기 때문에 주사제를 개봉하고 1시간 내 투약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M피부과에선 의사를 비롯해 10명의 종사자들 가운데 이 원칙에 대해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그동안 일어난 주사 감염사고 중 이처럼 미리 주사약을 제조해놓는 관행에서 비롯된 사례가 많다.
 
또 프로포폴은 의원가에서 한 포장 당 한 사람에게만 주사한다는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병에 남은 약재들을 모아 사용하기 위해 미리 주사기에 담아놓는 경우가 많다는 의심을 받는 대표적 약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3년 전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남은 약재를 모아 쓰다 패혈증 사망으로 이어진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사고는 여러 차례의 사고로 위험성이 알려진 약재를 쓰면서도 기본적인 주사 사용 수칙을 지키지 않아 환자들을 위험으로 몰아간 전형적인 사례였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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