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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포커스] 주사감염 빙산의 일각, 병원에 맡기고 정부는 팔짱

김우주 교수는 우리 보건정책이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인섭 기자]

김우주 교수는 우리 보건정책이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인섭 기자]

“요즘 나타나는 주사를 통한 집단감염은 어쩌다 일어나는 의료감염사고가 아니라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조짐으로 보아야 합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주사 집단감염은 ‘노이즈’가 아닌 ‘시그널’임을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민관합동 TF 공동본부장과 메르스 즉각대응팀장을 맡는 등 국내 최고 감염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에게 최근의 서초구 비결핵 항산균 감염, 강남구 집단패혈증, 이대목동병원 환아사망 등 병원에서 주사를 통한 감염사고를 취재하고 있다고 하자 곧바로 보자고 했다. 그는 만나자마자 “이 문제로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김 교수는 “지금 알려진 집단감염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빙산의 일각이라면 숨겨진 집단감염도 있다는 말인가.
“대규모 집단감염만 알려진다는 말이다. 2016년 이래 매년 집단감염만 2~3건씩 일어나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개인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주사를 통한 감염환자를 봐달라며 의뢰해오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감각적으로도 의료관련 감염(주사감염 등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을 통칭하는 말, 이하 의료감염)이 조만간 중요한 의료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주사시술이 늘어서다. 일단 주사는 감염의 최후 방어막인 피부를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무조건 감염 위험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웬만하면 주사는 맞지 말아야 한다. 감기주사나 영양제 등이 너무 만연해 있는 것도 문제다. 또 최근 질병 치료를 위한 면역억제요법 등이 많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과거엔 별 문제를 안 일으켰던 세균들도 면역체계가 달라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정부에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
“우리는 1995년부터 학회를 만들고 의료감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관심이 없었고, 병원에 떠넘겼다. 병원은 당장 돈 되는 일이 아니니 손 놓고 있었다. 그러다 2016년 메르스가 터진 후에야 관련 법령이 정비됐다. 20년이 걸렸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져 200병상 이상 병원엔 의료감염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시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감염 상당수가 개인의원이나 작은 병원에서 일어나는데 이런 곳이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정말 걱정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상당수 개인의원들이 감염 위험이 높은 분주(한 주사약으로 여러 사람에게 놓는 일) 등 위생상 문제 있는 행동을 하는 게 낮은 의료수가 때문이라고 하더라.
“우리나라의 박리다매형 의료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의사들이 의료처치 과정의 무균술(감염예방을 위한 조치)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많은 무균술 기술과 내용들이 보충되고 있는데 과거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이것까지 익히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부러가 아니라 몰라서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 의사들에게 세균감염 감시와 무균술 재교육 시스템을 만들면 되지 않나.
“사실 답답하다. 무균술은 낮은 의료수가와 아무 관계도 없고, 문제를 찾아 고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젠 각 병의원에 존재하는 세균들을 전수조사하고, 각 병의원마다 무균술의 어느 부분에 결함이 있는지 찾아 그 부분을 보충해주는 방식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당장 재정이 드는 문제이니 누구도 나서려하지 않는다. 우리 보건 정책엔 예방 개념이 없다.”
 
정부가 무균술까지 신경 쓰기를 기대하는 건 힘들 것 같긴 하다. 실제로 무균술은커녕 세균 감시도 뚫려 있는 것 같다. 최근 서초구 비결핵 항산균 취재를 하다보니 정부는 이 균도 법정전염병이 아니어서 관리할 법적근거가 없다고 하더라.
“비결핵 항산균은 다행히 생명을 앗아가진 않지만 한번 걸리면 일반 항생제는 듣지도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발병했지만 전문가도 별로 없고 제대로 처치를 못 받고 떠돌다 완전히 지쳐서 거의 마지막으로 나한테까지 찾아온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정부는 법정전염병이 아니니 이들을 제대로 안내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조차 없다.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균은 1400종이 넘는다. 각각 처치방법도 다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의사들은 알지도 못하니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방법을 찾아 헤매느라 고생하는 것이다. 의료감염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매뉴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없다. 그러고는 여전히 법정전염병에만 매달려 있다.”
 
공무원들은 법규정에 따라 움직인다. 결국은 국회 입법 등 법적 정비가 필요하지 않나.
“그게 관건이다. 정부가 세균 예방과 감시를 하려면 국회가 법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가 세균을 대하는 태도는 한건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들은 자체 세균을 감시하고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이 보고문건을 받아다가 ‘어느 병원에서 이런 세균들이 나왔다’며 폭로성으로 터뜨린다. 그럼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그 병원은 몰매를 맞는다. 세균이 없는 병원은 없다. 이런 병원은 오히려 세균 감시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칭찬받아야 하는데 한건주의의 희생양이 된다.”
 
국회와 언론의 수준이 낮은 게 큰 문제라는 지적으로 들린다.
“수준보다 의료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사람 살리는 치료에 주력하는 과거의 의료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이젠 치료보다도 예방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 감염질병은 메르스처럼 일단 터지면 규모가 크고, 국민들의 심리적 피해도 커지고,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1온스의 예방이 1파운드의 치료효과가 있다’는 영국속담도 있다. 예방에는 당장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익이 된다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양선희 선임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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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