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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누가 입은 옷? 그런 콘텐트 시대는 갔다

두 남자의 스타일 토크 
쿠바 아바나에서 찍은 낯선 색감의 도시와 자동차. 쿠바 공산혁명 이전 1950년대 나온 구형 자동차가 1930년대부터 조성된 거리를 질주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패션을 구상하곤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옷도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진 남훈]

쿠바 아바나에서 찍은 낯선 색감의 도시와 자동차. 쿠바 공산혁명 이전 1950년대 나온 구형 자동차가 1930년대부터 조성된 거리를 질주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패션을 구상하곤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옷도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진 남훈]

‘옷’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3대 기본요소 의식주 중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런데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산다”고 하면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것 같고 “큰집 갖고 싶다”라고 하면 웅대한 포부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멋진 옷 입고 싶다” 하면 뭔가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인간의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면서 아직도 누군가에겐 사치이거나 어려운 옷.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신동헌과 패션디렉터 남훈이 그 옷과 유행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옷을 대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동헌(이하 신)=계절이 바뀌면 이번 시즌에는 어떤 아이템이 유행이라든지 어떤 색이 대세라든지 하는 이야기가 들리곤 하는데, 그거 대체 누가 정하는 건가. 왜 나한테 그런 강요를 하는 거지. 안 따르면 구속되는 건가.
 
남훈(이하 남)=절대 안 잡혀간다. 걱정하지 마시라. 유행은 분명 신비스런 개념이다. 불분명하기도 하고 무작위적이기도 한데, 나는 논리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전문가들이 다음 시즌의 유행을 예측하는 건 선거철 정치평론가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듯 묻지 마 추측하는 건 아니다.(웃음) 일단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원단을 본다. 면이나 울 같은 일반적인 옷감들은 모두 실에 염색을 한 후 그 실을 이용해 원단을 만들어낸다. 옷을 만드는 건 그 다음이다. 그런데 실에 염색을 할 때부터 옷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년 반 정도된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1년 반 후에 유행할 색상은 대충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원단의 판매 추세와 글로벌브랜드들의 원단 매입 경향으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다.
 
=올해 핑크색이 유행이라고 한다면 이미 1년 반 전에 핑크색 실이 염색이 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럼 그 색상은 누가 결정하나. 유행이란 걸 누군가 소비자 허락도 없이 만들어낸다는 말인데.
 
=아무래도 끊임없이 원단을 팔아야 하는 원단 회사와 글로벌 빅바이어들이 결정하겠지. 그들이 어떤 강한 흐름을 결정하고 옷으로 만들어내면 다른 브랜드들과 바이어가 유연하게 그 흐름을 따라간다. 다만 어떤 흐름이 아주 강하면 다음에는 그에 반하는 다른 트렌드가 따르는 경향이 있다.
 
 
염색 → 옷 제작까지 1년 반, 유행할 색상 점쳐
 
쿠바 아바나에서 찍은 낯선 색감의 도시와 자동차. 쿠바 공산혁명 이전 1950년대 나온 구형 자동차가 1930년대부터 조성된 거리를 질주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패션을 구상하곤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옷도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진 남훈]

쿠바 아바나에서 찍은 낯선 색감의 도시와 자동차. 쿠바 공산혁명 이전 1950년대 나온 구형 자동차가 1930년대부터 조성된 거리를 질주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패션을 구상하곤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옷도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진 남훈]

=지금 유행하는 방탄소년단 다음에 바로 헤비메탈 음악이 유행할 거라고 예측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가.
 
=한참 짐승남이 유행하는가 싶더니, 그 다음에는 초식남, 뇌섹남을 지나 이제 밥 사주고 싶은 귀여운 동생 같은 남자상이 유행했잖나. 비슷한 것이 한참 돌고 나면 그 다음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모든 분야의 트렌드가 그렇듯 일정하게 변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흐름을 정밀하게 관찰한다면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다.
 
= 그런데 한때 전국을 뒤덮었던 은갈치 슈트나 핑크 타이 유행은 어디서 온 거였나. 정말 대단했었는데.
 
=추측컨대 일본의 영향이 있었을 거다. 일본은 패션 규모가 워낙 크니 다양한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클래식한 복장의 좋은 영향도 있었지만 그중 안 좋은 예도 들어온 것 같다. 남성복은 전통이 바탕이 되는데 그런 기본을 건너뛰고 튀는 것을 추구하다보면 그렇게 된다.
 
=패션의 외곽에 있다가 점점 그 중심의 맛을 알아가는 사람 입장에선, 그동안은 옷을 고를 때 아내, 여자친구, 엄마에게 의존하다가 조금 독립한다는 기분이 든다. 이거 괜찮은 건가.
 
쿠바에서 마주친 아바나 시민. 쿠바식 셔츠에서 현대적인 셔츠를 만들어보는 식으로 시민의 일상도 옷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사진 남훈]

쿠바에서 마주친 아바나 시민. 쿠바식 셔츠에서 현대적인 셔츠를 만들어보는 식으로 시민의 일상도 옷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사진 남훈]

=이제 드디어 철이 드는가. 축하드린다.(웃음) 남자와 여자가 옷을 대하는 관점은 많이 다르다. 여성복은 언제 어디서나 튀거나 독특한 것이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남들이 안 입는 소재나 디자인을 시도하면 칭송받는다. 어떤 법칙에 얽매이기보단 개인의 자유로운 감각에 맡긴다는 느낌일까. 그러나 남자의 옷은 일종의 사회적 약속과도 같다.
 
=한때 더블수트 입고 바지 짧게 입으며 브라운 구두만 신는 식의 ‘클래식 복식’이란 것도 꽤 눈에 많이 보였는데, 그건 유행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고 전통을 중요시하는 거니까 언제까지나 입어도 되는 걸까.
 
=88 올림픽 전후로 유명한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수입되면서 비로소 사람들이 패션을 본격적으로 맛보기 시작했다. 이때 클래식한 것보다는 트렌디한 브랜드들이 패션의 주류였는데, 한 삼십년 그 흐름이 지속되었다. 그 이후에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복식이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뭐든지 과하면 기울듯이 그런 클래식이 한동안 유행하자 또다른 움직임이 생긴다. 클래식과 스트리트 패션이 섞이면서 티셔츠에 블레이저를 입는다든지, 미국의 워크웨어가 유행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제든지 캐주얼화의 흐름이 과해질 때 드레스업의 시대가 슬슬 다가오고, 포멀이 오래도록 지속될 때 다시 캐주얼을 향한 사람들의 지향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유행은 돌고돈다고 하는 거겠지.
 
=와. 패션에도 정반합이 있었다니.
 
=패션이란 절대적으로 변증법이라고 믿는다. 달이 차면 기운다. 날이 차면 봄이 가깝다. 미니스커트 후에는 바지를 입는 것이다.
 
= 그런데, 기본도 변하기도 하는 것 아닌가. 청바지가 좋은 예인데, 진리라고 여겼던 그 클래식한 리바이스501이 어느 순간에 촌스러워보일 때가 있었다. 아저씨 청바지와 최신 유행 청바지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나.
 
 
디자이너도 세상의 진화에 기여해야
 
쿠바 아바나에서 찍은 낯선 색감의 도시와 자동차. 쿠바 공산혁명 이전 1950년대 나온 구형 자동차가 1930년대부터 조성된 거리를 질주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패션을 구상하곤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옷도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진 남훈]

쿠바 아바나에서 찍은 낯선 색감의 도시와 자동차. 쿠바 공산혁명 이전 1950년대 나온 구형 자동차가 1930년대부터 조성된 거리를 질주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패션을 구상하곤 한다. 다양한 문화가 섞이면서 옷도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진 남훈]

=어렸을 때 맛있었던 식당에 지금 가보면 여전히 맛있을 수도있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우리도 성장하고 사회도 발전했다. 경제력도 달라져서 청바지 하나가 갖는 의미가 아마도 달라졌을 것이다. 문화와 패션의 발달로 인해 대표 브랜드라고 할 만한 리바이스 외에 소비자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생겼을 때, 그 차이를 인지하는 눈이 생기는 거다. 오래된 것에는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렇게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거다.
 
=뭔가 쉽게 생각한 패션에서 이렇게나 심오한 언어들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가수나 소설가처럼 옷을 창작하는 이들도 각자의 영감을 얻는 어떤 원천이 있나.
 
=물론이다. 나는 주로 도시에서 영감을 얻는다. 얼마 전 내년 봄여름 시즌을 위한 새로운 컬렉션을 구상하기 위해서 쿠바에 다녀왔다. 패션업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하는 일에 대한 작은 예가 될 텐데, 쿠바의 아바나에서 옷과 스토리를 만드는 접근을 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1930~50년대의 건물과 자동차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고 신선했다. 그렇게 퇴색한 색감을 이용해 내년도 옷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하늘색 건물에서 그런 느낌의 면바지를, 시가에서 브라운 블레이저를, 성당 바닥의 대리석 무늬에서 슈트의 안감을, 쿠바식 전통 셔츠에서 현대적인 옥스포드 셔츠를 만들어 보는 식이다. 그냥 하늘색 옷을 만드는 것과, 쿠바의 하늘에서 따온 색깔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콘텐트를 중시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스토리까지 소비하려는 소비자들도 많이 늘었다고 믿는다.
 
=과거에는 ‘연예인 누가 입었던 옷’이 콘텐트였다면, 이제는 좀 더 깊고 다양한 스토리가 필요한 셈이다. 한때는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이 중요한 가치였던 시대도 있었지만, 비싸지 않은 옷에도 탄탄한 에너지와 스토리가 있는 옷들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식의 진화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나는 가치와 스토리를 가진 옷을 만들고 싶다. 그런 옷이 주변의 남성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이 풍요롭고 발전하도록 해준다면 얼마나 이 인생이 보람 있을까. 누가 나에게 그 대가로 월급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게 좋다.
 
= 그러고보니 맘씨 좋은 고향 아주머니 같은 분이 차지게 욕을 하면 그 식당에 남자들이 줄을 서는 것과도 비슷한 거 같다.(웃음)
 
=내가 어렸을 때 40대 후반은 넘보기 힘든 엄청난 어른이었다. 지금 내가 그 세대가 됐다. 하지만 어른이란 시각보단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으로서 주변의 남성들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적어도 스스로는 꼰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비행기를 자주 타고 많은 도시에 가보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게 다가 아닐 것이다. 거기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세상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런 경험의 축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의 진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디자이너의 숙명이 아닐까.
 
= 그래서 우리가 중년 남성을 위한 패션담론도 나누는 거 아니겠는가. 과거에는 신문에서 이런 기획 상상이나 했나.
 
=누군가는 우리의 대화를 진지하게 읽고 계실 것으로 믿는다. 비록 부족한 생각일지라도, 남들이 말하지 못하는 담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겠지.
 
신동헌·남훈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 대표
신동헌 스포츠투데이·에스콰이어 기자를 거쳐 남성패션지 레옹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놀거리를 섭렵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패션뿐 아니라 카메라·오디오·전자기타·자동차·모터사이클에 이르기까지 광폭의 취미를 자랑하는 순혈 마초다.
 
남훈 남자의 복장과 패션에 대한 연구를 삶의 목표로 삼은 클래식 슈트 매니어. 패션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기업과 협업해서 브랜드와 편집숍을 함께 만들었다. 자신만의 남성복 편집숍 알란스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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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