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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긴팔원숭이 야생 연구비 끊겨, 한국인 ‘제인 구달’ 사라지나

자바긴팔원숭이

자바긴팔원숭이

최아현(27·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사5학기) 연구원은 지금쯤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되돌아 가기 위해 짐을 싸야 했다. 서울에서 5300여 ㎞ 떨어진 자바섬 구눙할리문살락 국립공원 내 열대우림에 사는 ‘아모레’를 보기 위해서다. 아모레는 5살 먹은 수컷 자바긴팔원숭이. 최 연구원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이 소속된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는 2007년 영장류 동물인 자바긴팔원숭이를 야생 상태에서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 이 동물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멸종위기 종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까지 10년 간 이어졌던 연구비가 올해 끊겼다. 그동안 후원했던 기업이 더 이상 연구비를 지원하기 어렵다고 알려온 것이다. 연구팀은 연간 연구비인 5000만원을 지원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이 연구소 김예나 박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일부일처제 속성을 지닌 긴팔원숭이의 사회관계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하는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야생 연구팀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하는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야생 연구팀

자바긴팔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살며 성장해봐야 1m가 채 안 된다. 국내에선 단 한 마리가 동물원 우리에 갇혀 산다. 한국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 동물에 대한 야생 연구가 중요할까. 최 연구원은 “어떤 생태 환경에서 어떻게 살며, 어떤 먹이를 먹는지, 어떤 행동 특성을 보이는지 연구하기 위해선 야생 상태에서 동물을 장기간 연구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덜 돼 있는 자바긴팔원숭이 연구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여성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1960·70년대 탄자니아에서 10여 년간 침팬지 야생연구를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구달은 그 당시까지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야생 현장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해 침팬지의 행동 특성 등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면서 저명 학자가 됐다.
 
최 연구원도 2016년 9월부터 1년 간 구능할리문살락 국립공원 내 치탈라합 마을에서 가까운 열대 숲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했다. 야생 연구팀은 현지인 4명을 포함해 총 7명. 나무 위를 이동하는 이 동물을 쌍안경으로 관찰하며, 기록을 쌓아왔다. 15분 간격으로 이동하면서 이 동물이 먹고, 쉬고, 움직이는 특성을 기록한 것이다. 야간엔 마을로 이동해 이 기록을 PC로 옮겨 저장했다. 그간 이 동물이 먹이를 찾기 위해 어떤 인지행동을 보이는지, 소리를 통해 서로 어떻게 의사를 전달하는지 등을 알아냈다. 그 결과는 ‘국제영장류동물학저널’ ‘미국영장류동물학저널’ 등 주요 저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자바긴팔원숭이는 특히 산림 훼손 등으로 파괴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지역 열대우림의 다양성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이 동물이 나무를 옮겨 다니며 먹고 배출하는 열대 과일의 씨앗이 숲을 풍부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동물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 연구도 시행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김예나 박사는 “미국이나 유럽은 침팬지나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만 하더라도 30~40년 간 야생 상태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는 지역이 있을 정도”라며 “어렵사리 10년을 이어온 긴팔원숭이 연구가 끊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 상태의 연구가 끊긴다면 한국인 ‘제인 구달’도 사라질 수 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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