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북·미 정상회담 안 할 가능성 트럼프보다 김정은이 낮다

지난달 24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 전에 한국과 미국·중국·러시아·영국 5개국 국제기자단이 3번 남쪽 갱도 앞에서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 전에 한국과 미국·중국·러시아·영국 5개국 국제기자단이 3번 남쪽 갱도 앞에서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몇 주 동안 만남, 대화, 대화를 위한 대화, 고위급 또는 실무 대표단,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각종 성명 등은 어지러울 정도다. 6월 12일이 다가오면서 그런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나는 디테일을 얘기하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움직임의 맥락을 짚어보려고 한다.
 
첫째, 북·미 정상회담이 정말 열릴지를 예측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뿐만 아니라 다른 관심사 때문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 게이트,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 섹스 스캔들 등의 국내 현안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첫해에 받았던 노벨 평화상에 대한 열망 등이다. 이런 연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회담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자신이 바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회담을 또다시 취소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은 리비아 모델에 대한 북한의 반발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CNN 보도대로 당시 북·미 양국은 실질적인 합의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트럼프의 업적을 높이기는커녕 당혹스러운 실패가 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24일 이후 북·미 간 대화와 북한발 메시지를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성공을 다시 확신했을 수 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바뀔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안 할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낮다.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북한 지도자라는 점은 김 위원장의 권위를 높인다. 회담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않으면 말이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회담을 취소하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북한 주민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둘째,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고 해도 이게 마지막 회담이 될 거라고 보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회담은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되고 있다. 덜 준비된 채 회담이 열리면 회담의 방향이 대본에 없는 방향으로 틀어질 위험이 있다. 두 정상이 손절매에 나서 일찍 회담을 끝내는 ‘깜짝쇼’가 일어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정중하게’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실패한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다. 정상회담이라는 최상위 외교카드를 썼기 때문에 양국은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와중에 과거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만약 북한이 실험 재개를 결정하면 최근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조치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핵 실험장에는 수많은 지하 터널이 있는데 김 위원장은 강제 노동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초기엔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통한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제재의 효용성은 중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난달 7~8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북·중 관계가 ‘입술과 이빨의 관계’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예전만큼 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다면 더욱 그렇다. 최고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또 한 번 백악관에서는 대북 군사적 옵션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개인적으로 걱정이다.
 
셋째, 북한의 본심(本心)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많은 전문가처럼 나 역시 김정은의 북한은 과거의 북한과 달라지지 않았고, 냉소적으로 말하면 과거처럼 협상을 활용해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은 급속한 변화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북한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그런 태도를 취했을 수도 있다. 한국·미국, 아마도 중국의 고민은 한편으로 북한이 과거처럼 협상을 악용할 경우엔 이를 막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북한이 정말로 변화를 원하는 것이라면 북한이 협상장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것이다. 어느 편이 맞는지는 정상회담이 끝나 봐야 알 수 있다. 물론 회담 이후에도 모를 수 있다.
 
다만 99% 확실한 사실은 6월 12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과 평양은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과의 협의 없이 새 남북관계 구축에 나설 뜻이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상의 없이 김 위원장에게 회담 취소 서한을 보낸 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 없이 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과 베이징도 마찬가지다. 나의 중국 동료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새로운 북·중 관계 구축에 소극적인 건 베이징이 아니라 평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번의 북·중 정상회담과 후속 회담을 통해 평양은 베이징과 새로운 관계 구축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재연될 경우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지난해 12월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과거 냉전 시대와는 다른 북한을 건설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달라진 한반도 상황은 북한에 더 큰 기회의 창이 될 것이다. 이런 결심은 전쟁의 공포를 끝내고, 남북한 간의 접촉을 늘리고, 북한 인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물론 북한 재건에 누가, 얼마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는 쉽지 않은 과제지만 현재의 불행한 상황과 비교할 때 분명 커다란 진전이다.
 
‘중대한(momentous)’이라는 단어는  (쉽게 쓰기 어려운) 강력한 단어다. 그러나 현 상황은 말 그대로 ‘중대한 기로’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