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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키우는 여성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베르·조남주 나란히 신작
한국인의 마음을 훔친 프랑스 작가. 페미니즘 문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여성작가. 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조남주가 나란히 새 소설책을 냈다. 베르베르의 『고양이』가 동물의 시선을 통해 인간 세상을 돌아본다면, 조남주의 『그녀 이름은』은 이번에도 억눌린 인간의 절반, 여성문제를 다룬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다. 
  
그녀 이름은

그녀 이름은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다산책방
 
저자가 9세에서 69세까지 6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결과 이 책이 나왔다. 그들은 우리의 아내와 직장 동료, 할머니·어머니·누나·여동생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 조남주(사진)는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기록’은 종종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촉구한다.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로 시작한 인터뷰는 “가득 고였지만 끝내 흘러내리지 않던 눈물”로 끝날 때가 많았다. 누구도 누군가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다.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다”며 신체를 접촉하는 과장과 맞서다 “사회 부적응자, 또라이, 사이코패스”로 취급된 소진. “소개팅할 시간도 없는데 연애할 시간은 있을까. 결혼할 시간은 있을까. 평범하게 산다는 건 뭘까”를 고민하는 나리. 가스 배관을 타고 창을 통해 방으로 들어오려는 술 취한 남자를 112에 신고했다가 경찰한테 혼난, 혼자 사는 어린 여자. “세상이 임신한 여자를 싫어해요, 냉대랄까 냉소랄까”라고 말하는 올해 서른여덟 ‘고령 산모’ 송지선.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다짐하는 KTX 해고 여승무원.
 
『그녀 이름은』에는 사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참외를 미 대사관에 전달하러 간 할머니, 촛불의 현장으로 달려간 예비 고3 학생,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본관 점거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한마음초등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교 회장에 출마한 최은서 이야기도 나온다.
 
·조남주. [사진제공=민음사]

·조남주. [사진제공=민음사]

그들 모두 결혼·출산·육아라는 ‘관문 아닌 관문’을 통과하거나 무시하거나, 어쨌든 해결해야 한다. 결혼해서 “연애 안 하니, 결혼 안 하니, 지금 낳아도 노산이다, 애부터 만들어 와라, 너만 아니면 우리 집에 걱정이 없다”는 잔소리를 기껏 졸업해도 새로운 난제가 기다린다. “결혼해. 좋은 일이 더 많아. 그런데 결혼해도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말고 너로 살아”라고 한 언니의 말에 속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평범한 삶을 꿈꾼다. 노동은 평범한 삶의 핵심이다. 『그녀 이름은』은 ‘여성에게 노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사람에게 노동이란 무엇인가’는 질문과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여성에게는 별도의 제도·규범·상식이 적용되기에.
 
힘든 노동 여건 속에서도 작품 속 여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 회 한 회 방송을 만들어낼 때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애들이 오물오물 먹는 거 보면 그렇게 귀엽고 뿌듯할 수가 없어.” “엄마가 맨날 당신이 제대로 못 가르쳐서 내가 힘든 일만 한다고 미안해하셨는데, 아니야.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왠지 낭만적인 기분이 든다. 나와 우리 집은 가난했을지언정 세상은 가난하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마저도 가난하게 된 것일까.
 
‘페미니즘 소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82년생 김지영』의 후속편이다. 소설집 『그녀 이름은』도 결국 같은 이야기이다. 뒤집어보면, 이 책은 남자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그저 사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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