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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朽木不可雕<후목불가조>

6.13 지방선거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나. 사람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후보의 됨됨이가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해 북송(北宋) 때 사람 범중엄(範仲淹)의 말처럼 “천하의 근심은 먼저 걱정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나중에 즐거워한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는 그런 인물은 어떨까. 한데 천하의 근심과 즐거움만 따지는 건 자칫 너무 거창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조금 더 세심한 사람을 찾아보자. 청(淸)대 인물 정판교(鄭板橋)가 읊은 시에 나오는 이런 관리의 자세는 또 어떨까. “관사에 누워 댓잎 소리 듣자니 고생스러운 민초의 신음 소리 같구나. 볼품없는 이 사람 작은 고을 관리이지만 가지 하나 잎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네(衙齋臥聽蕭蕭竹 疑是民間疾苦聲 些小吾曹州縣吏 一枝一葉總關情)”. ‘가지 하나 잎 하나’에도 마음을 쓰고 있는 작은 고을 관리의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모습이 마치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펼칠 인물은 없을까. 당(唐)대 시인 두보(杜甫)는 “어떻게 하면 수많은 집을 마련해 세상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펴게 할까(安得廣廈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顔)”라고 노래했는데 무주택자의 부동산 문제를 시원하게 해줄 이는 정녕 없는 것인지. 한데 좋은 인재 뽑기에 앞서 나쁜 후보부터 가려내야 할 것이다. 왜 그런가. 애당초 바탕이 안 되는 인물에겐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자(孔子)는 평소 말은 잘 했지만 행실이 따르지 못한 제자 재여(宰予)에 대해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가 없고 분토로 쌓은 담벼락은 손질을 할 수 없다(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杇也)”고 꾸짖었다. 여기서 이미 자질이 그릇돼 그 위에 어떤 가르침도 베풀 수 없는 경우를 가리키는 성어로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가 나왔다. 그저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려는 요량으로 공약(空約)이 되고 말 공약(公約)을 남발하는 이가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썩은 나무(朽木)’이자 ‘거름흙(糞土)’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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