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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너진 사법 신뢰 속히 추스려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제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없다.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거래한 적도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특정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재판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으로 의심을 살 수 있는 문서가 발견되고, 이에 전직 대법원장이 해명하는 상황 자체가 사법부의 신뢰 위기를 상징한다.
 
이번 사태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법원행정처 전직 간부들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들을 열면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상고법원 설립에 대한 청와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법원 측이 협력적 조치들을 취했음을 암시하는 구절이 포함된 문서가 나왔다. ‘사법부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라는 표현과 함께 KTX 해고 승무원 사건 등이 열거돼 있었다. 법원이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발상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엄격히 분리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재판에 대한 신뢰도 무너뜨린다. 하지만 특별조사단도 밝혔듯이, 행정처나 대법원장이 실제로 재판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는 없다. 판결과 관련해 회유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판사들도 없다. 박근혜 정부가 반겼을 판결 결과들을 제시함으로써 법원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데 협조를 얻으려 한 것뿐이라는 당사자들의 설명을 뒤집을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치 ‘재판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던 것처럼 말한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사법행정권 남용 자행” “비참하고 참혹한 조사 결과” 등의 감정적 표현을 사용하며 혼란과 불신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신(新) 권력’과 ‘구(舊) 권력’ 간의 세력 갈등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미 ‘판결 불복’을 외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대법원 법정이 시위대에 점령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허물어진 법원에 대한 믿음을 바로 세울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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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