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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대통령-국회의장의 핫라인

강민석 논설위원

강민석 논설위원

‘핫라인’은 비상용 직통전화를 말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넘긴 미국 백악관과 소련 크렘린궁에 1963년 놓인 직통전화기가 최초의 핫라인이다. 남북 간에는 지난 4월 20일, 청와대 여민관의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과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핫라인이 개설됐다. 핫라인은 우발적인, 혹은 자잘한 사건·사고가 전쟁으로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다. 핫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살벌한 분위기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핫라인이란 말은 확장·진화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핫라인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2014년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은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핫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좋다”고 해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이 번호는 비밀”이라며 010-xxxx를 불러줬다. 하지만 핫라인은 먹통이었다. 정의화 의장은 두 번 전화를 걸었으나 신호는 가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이임 때는 박 대통령과 통화가 안 되자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물론 답장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정세균 국회의장은 어땠을까. 정세균 전 의장이 그제 중앙일보 인터뷰 때 밝힌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내가 보기에 좀 다른 대통령이에요.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고 낮은 자세 아니에요? 원래 공약은 3분의 1은 꼭 지켜야 하고, 3분의 1은 지키면 좋고, 3분의 1은 다시 생각해보는 건데 백을 다 지키려 해요. 이건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지지율이 그냥 높게 나오는 게 아니라고.”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렇게 말하는 정 전 의장이라 당연히 핫라인이 수시로 가동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핫라인은 없었다. 그는 문 대통령 ‘폰번’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자의 국회 인준 투표를 앞뒀을 때를 포함해 문 대통령과 몇 번 통화를 하긴 했지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을 뿐이란다. 그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로부터 입법부의 독립성·독자성을 유지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는 논리였다. “대통령하고 통화하다 대통령이 뭘 주문하면 그대로 할 거냐, 말 거냐”는 말도 했다.
 
소통이 대세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 있는 불통’도 있다. 사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사이에 긴급 비상전화까지는 불필요할지 모른다. 핫라인이 더 시급한 곳은 차라리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사이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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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