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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농산물 아내가 요리해 택배… 다섯 남매 웃음이 양념

 이택희의 맛따라기 - 전북 김제 강은미씨네 ‘연미향요리곳간’ 
전북 김제 ‘연미향요리곳간’에서 박종호ㆍ강은미 부부가 만든 반찬들. 국이나 탕 종류도 전국에 택배로 보내준다. 신인섭 기자

전북 김제 ‘연미향요리곳간’에서 박종호ㆍ강은미 부부가 만든 반찬들. 국이나 탕 종류도 전국에 택배로 보내준다. 신인섭 기자

전사인가, 천사인가. 그를 생각하면 이 말이 떠오른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이라는 뜻을 담아 남편이 이름 지은 ‘연미향(緣美香)요리곳간’ 대표 강은미(42)씨다. 봄 여름이 앞을 다투는 전북 김제 모악산 자락 산골 마을로 그를 찾아갔다. 음식점은 아니다. 직접 생산하거나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전국에 택배로 보내는, 이름처럼 요리곳간이다. 농사는 남편 박종호(49)씨가 짓는다. 귀농한 전업농이다.
 
반찬 택배 6년 만에 회원 1만 명
곳간은 상근직원 6명, 바쁠 때는 9명이 일하는 작은 기업이다. 이게 주업이긴 하지만 그의 일 가운데 일부이다. 농업회사법인 지평선연미향 대표, 전북음식연구원 대표, 대한약선협회 전북지부장, 전북농업기술센터 전통음식 강사, 전북한식문화전수관 관장 등도 그의 직함이다.
 
집에서는 2~12세 어린 5남매의 엄마이고, 밖에서는 학생이자 선생이다. 서울의 요리 선생님들에게 배우러 다니고 향토의 입문자들을 가르친다. 쉴 틈이 없는 그의 나날을 보노라면 생활 전선의 전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박종호ㆍ강은미 부부가 전북 김제에 마련한 주택은 다섯 남매를 키우는 보금자리자 사업장이다. 왼쪽부터 막내 서하(2016년생), 둘째 태훈, 박종호씨와 넷째 서윤, 셋째 경민, 첫째 태준. 신인섭 기자

박종호ㆍ강은미 부부가 전북 김제에 마련한 주택은 다섯 남매를 키우는 보금자리자 사업장이다. 왼쪽부터 막내 서하(2016년생), 둘째 태훈, 박종호씨와 넷째 서윤, 셋째 경민, 첫째 태준. 신인섭 기자

이 씩씩한 여성이 SNS에 매일 섬세한 글을 올린다. 변하는 계절 풍경, 다섯 남매와 누리는 행복, 음식 만드는 과정과 조리에 임하는 마음 등을 서정 넘치는 글로 풀고 관련 사진을 함께 올린다. 글의 바탕에 스민 아이들 생각하는 마음과 음식 대하는 자세를 보면 천사가 떠오른다. 연미향 요리의 처음이자 마무리 양념은 ‘하하, 깔깔’ 다섯 아이 웃음소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SNS 글들이 촉매가 돼 사람들이 요리곳간으로 모였고, 반찬 택배사업의 토대가 됐다. SNS 친구가 회원이 되고, 회원은 단골이 되고, 단골이 손님을 이끌고 와서 6년 만에 회원 1만 명이 넘었다. 그들이 반찬 꾸러미를 주문한다.
 
정기 꾸러미는 한 달 4회 20만원(1년 240만원), 2회 10만원(1년 120만원) 두 가지다. 현재 매주 꾸러미를 받는 회원은 130명으로, 대부분 거래 5년이 넘었다. 자주 주문하는 단골도 300여 명 된다. 이들이 강 대표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꾸러미는 매번 완전히 조리한 제철 음식 7~8가지(국∙김치∙밑반찬∙나물∙떡∙쨈∙과일∙샐러드 등)를 보낸다. 2인 1끼 식사 분량이라지만 양이 넉넉해 두세 끼도 먹을 수 있다. 오래 먹은 사람들은 입과 속이 편하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무엇보다 그의 음식은 실하다. 특별한 날 해 먹는 가정 별식 같다. 얼핏 비싸 보이지만 음식을 받아 보면 그런 건 아니다.
더덕구이. 다듬은 더덕을 참기름에 재워둔 뒤 노릇하게 굽는다. 그 뒤 고추장 양념을 바르면서 살짝 더 구우면 완성. 신인섭 기자

더덕구이. 다듬은 더덕을 참기름에 재워둔 뒤 노릇하게 굽는다. 그 뒤 고추장 양념을 바르면서 살짝 더 구우면 완성. 신인섭 기자

단품 주문이 가능한 음식은 57가지다. 내용을 보면 한식 전반을 아우른다. 간추리면 ▷김치∙장아찌 각 12종 ▷볶음∙조림∙무침 등 밑반찬 20여 가지 ▷한우로 조리한 국∙탕∙갈비∙불고기∙장조림 ▷남편이 생산한 우렁이농법 10년 유기농 쌀과 콩으로 만든 떡∙조청∙식혜∙한과∙두부∙콩국물∙장류 ▷제철 채소를 이용한 각종 국과 나물 ▷유기농 쌀과 각종 잡곡 ▷명절∙잔치 음식 등이다.
 
주문은 카카오톡 또는 문자로만 받는다. 카카오스토리 ‘강은미 요리곳간’, 페이스북 ‘강은미(연미향)’에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최소 주문은 3만원이고, 7만원이 넘으면 배송비를 안 받는다. 조리한 날 발송이 원칙이기 때문에 재료 준비를 위해 3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조리 원칙은 직접 또는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에 천연양념만 넣어 만드는 친환경 바른 먹거리다. 음식에 들어간 농산물의 60%쯤은 직접 재배한다. 각기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여섯 농가가 작목반을 구성해 유기농으로 키운 곡식∙채소∙과일을 연미향에 우선 공급한다.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40%는 ‘완주로컬푸드’에서 사온다. 잔류농약검사를 거쳐 납품된 농산물이다.
 
일 늘고 소득 준 귀농, 행복지수는 껑충
부부는 성공한 귀농과 6차산업 구현의 모델이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서울에서는 번듯한 직장인이었다. 남편은 건설회사 조경담당 직원, 강 대표는 청담동 미용실의 메이크업 실장이었다. 2007년 낳은 둘째가 쌍둥이였는데 하나를 의료사고로 잃었다. 강씨는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숨어 살 듯 집에만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의 병을 고쳐주려고 귀농을 결심했다.
 
2008년 남편이 먼저 내려와 준비했고, 아내는 4년 후 합류했다. 박씨는 현재 14만8760㎡(4만5000평)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 논으로 치면 225마지기의 땅에 벼∙콩∙감자∙고추∙깨∙채소 등을 재배해 요리곳간에 공급한다.
‘연미향요리곳간’은 양파청도 직접 만든다. 설탕에 재어 둔 양파를 건진 뒤 진액을 걸러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연미향요리곳간’은 양파청도 직접 만든다. 설탕에 재어 둔 양파를 건진 뒤 진액을 걸러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요리곳간은 2012년 3월에 시작했다. 앞서 농산물을 그대로 보내주는 꾸러미 사업을 1년간 했다. 따져 보니 너무 헐값이었다. 아까워서 가공과 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했다. 요리 공부의 출발점이다. 당시 전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고(故) 황혜성 선생의 셋째 딸 한복진(66) 교수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100여 명뿐이던 꾸러미 회원을 대폭 늘려줬고, 황혜성가(家)의 본당인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공부하는 인연도 이끌었다.
 
강 대표는 6년을 해마다 6개월씩 매주 목요일 연구원 수업을 이수하고 있다. 한 교수가 “‘철든부엌’ 노영희 대표에게 한 5년 배워라”고 권유해 올해부터 그 수업도 듣는다. 새로운 사제 인연을 맺어 한식 코스 상차림과 스타일링을 월 2회 배우고 있다. ‘장 마스터’로 불리는 박종숙 경기음식연구원장에게는 장을 배웠고, 지리산 ‘맛있는 식탁’의 고은정 선생에게도 제철 음식과 장을 배웠다.
 
바빠도 수업엔 거의 빠지지 않는다. 지금 네 살인 큰딸 서윤이가 생후 4개월 때 서울로 공부하러 가는 날 폭설이 내렸다. 대중교통으로 창덕궁 옆 원서동의 궁중음식연구원까지 시간 맞춰 갈 방도가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 돌보는 게 임무였던 남편은 아내와 아이 넷을 태우고 서울로 차를 몰았다. 겨울인데 속옷이 젖을 만큼 땀이 났다. 시간 맞춰 도착하니 서울 수강생들은 눈 때문에 길이 막힌다며 휴강하자는 전화가 오고 있었다. 선생님은 “김제 사람은 벌써 도착했는데 서울에서 웬 난리들이냐”며 우스개 반 꾸지람 반으로 수업을 독려했다. 남편과 4남매는 연구원 앞 차 안에서 꼬박 4시간을 기다렸다가 함께 귀가했다.
 
가르치기도 한다. 김제∙완주 농업기술센터, 완주로컬푸드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귀농해 농산물 가공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매주 목요일 3시간씩 10개월 과정의 전통 장 담그기 수업을 한다.
 
꿈을 물으니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여든 살까지는 요리하고 싶다. 전주가 맛의 고장이라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식 잘 배워서 전주 음식을 새로 정립하는 게 소망이다. 제대로 된 고급 한식 코스 음식점을 하고 싶다.”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귀농 전에 했던 일보다 몸은 배로 힘들고 돈은 훨씬 못 벌지만, 행복지수는 무척 높아졌다.”
 
 연미향 식 한우 육개장 끓이기
연미향요리곳간의 강은미씨가 끓인 한우 육개장. [사진 이택희]

연미향요리곳간의 강은미씨가 끓인 한우 육개장. [사진 이택희]

강은미씨가 사는 김제에는 ‘지평선청보리한우’라는 브랜드 쇠고기가 있다. 총체보리를 먹여 키운 소다. 총체보리는 이삭이 여물기 전에 보리 이삭∙줄기∙잎 전체를 수확해 만든 사료다. 강씨는 이 쇠고기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주문에 응한다. 여름 보양식으로 좋은 육개장 끓이는 방법을 알아봤다.

▷재료: 소고기 양지 500g, 고사리∙숙주∙토란대∙느타리버섯 각 200g, 대파, 무 반 개, 고춧가루 5큰술, 국간장 3큰술, 들기름 1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생강즙 1큰술, 맛술 2큰술, 월계수 잎 2장, 후춧가루 조금.
①물(1L)에 소고기 양지, 맛술, 월계수 잎, 무를 넣고 1시간 정도 푹 삶는다.
②고기를 건져 한 김 식힌 후 먹기 좋게 결대로 찢는다.
③고사리∙토란대는 하루 전 삶아 아린 맛을 뺀 후 물기를 꼭 짜 둔다.
④숙주∙느타리는 살짝 데쳐 물기를 빼놓는다.
⑤대파는 4~5㎝ 길이로 잘라 반으로 가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바로 헹군다.
⑥큰 볼에 고기와 채소, 갖은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잘 무쳐 맛이 배게 둔다.
⑦양지 육수가 끓으면 ⑥의 재료를 모두 넣고 센 불에서 20분 이상 끓이다가 나머지 중간불로 1시간쯤 다시 끓여 맛을 진하게 낸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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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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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