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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씀씀이의 정석’ 박주민, 179페이지에 10원까지 적었다

[SPECIAL REPORT] 국회의원 후원금 백서
국회의원 297명이 지난해 쓴 정치후원금은 306억원이었다. 1인당 1억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중앙SUNDAY는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전체 의원들의 후원금 수입지출내역서를 입수했다. 2만339쪽 분량의 이미지 파일이었다. 이를 이미지 변환 프로그램(ABBYY FineReader 14)과 수작업을 통해 데이터화하는 데 한 달여 걸렸다. 이후에야 의원들의 쓰임새와 씀씀이뿐만 아니라 의원 간 비교도 가능했다. 분석 결과 과거보다 개선됐다곤 하나 여전히 후원금은 의원들에겐 ‘주머닛돈’이었다. 지출 내역을 상세하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지키는 의원은 많지 않았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44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출입문 옆 벽면이 A4 크기로 축소한 포스터로 빼곡했다. 모두 91장이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왜 필요한가’ ‘18세 선거권 그 해답을 논하다’ 등 박 의원이 주최하거나 참석한 각종 세미나·토론회들이다.
 
“돈 달라는 남자 박주민입니다. 왜 뜬금없이 돈을 달라고 그러냐…. 정치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해 7월 박 의원은 후원해 달라고 직접 호소하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부스스한 머리와 게슴츠레한 차림의 그는 “입법 활동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최소 3명의 입법보조원에게 월급도 더 줘야 하고…”라고 했다. 영상을 올린 지 40시간 만에 후원금 모금 한도(3억원) 넘게 돈이 몰렸다. 후원자는 4672명. 대부분이 세액공제를 받는 10만원 이하 ‘개미’ 후원자였다.
 
그렇게 모아서일까, 그의 지출 내역 역시 촘촘했다. 10원 단위까지 적었다. 어디다 썼는지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적었다. 그 덕분에 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017년 후원금 수입지출내역서는 179쪽에 달했다. 국회의원 297명 중 박 의원이 최다 지출(3억3266만원)이긴 했다. 하지만 박 의원 다음으로 돈을 많이 쓴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2억8835만원)의 경우엔 67쪽이었다. 박 의원의 자료가 방대했다는 의미다.
 
그의 후원금 지출은 계좌이체 또는 체크카드(3장) 등으로 이뤄졌다. 카드를 사용한 경우엔 용처와 사용금액을 그대로 적시했다. 택시의 경우엔 출발 장소와 도착 장소를 적었다. ‘교통비(국회~영등포) 3000원’이 그 예다. ‘지역 사무실 멀티탭 구입 1만8100원’처럼 구매한 물품명도 기재했다. 상당수 의원이 ‘사무용품비 8만8700원’ ‘소모품비 12만원’처럼 포괄적으로 적는 것과 대비됐다. ‘우편료 330원’도 별도 항목으로 썼다. ‘국회 사무실 선풍기 6개’ ‘국회 사무실 화분 2개’ ‘A4 용지 10박스’처럼 구입 수량을 적은 것은 물론 ‘도서 구매(『똑똑한 바보들』) 1만4850원’이라고 구입한 도서의 제목까지 표기했다. 현수막의 경우도 ‘자전거 안전캠페인 현수막’이라고 구체적인 설명까지 달았다. 여타 의원실이 두루뭉술하게 신고한 것과 차이가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내역서엔 수십~수백원이 입금된 것도 기록돼 있었다. 지난해에만 모두 4만5387원이다. 체크카드 환급금이었다. 의원실은 “푼돈이라도 아끼자는 차원에서 환급 혜택이 있는 체크카드도 쓴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박 의원이 후원금을 가장 많이 쓴 분야는 서울 은평갑 지역구 사무실 관련 비용이었다. 지역 사무실 임대료(월 250만원)와 복사기 렌털비 등 3631만원이 지출됐다. 이와 별도로 사무실 공사비 4640만원이 추가 지출돼 총 8271만원(24.9%)이었다. 의정보고서 등 홍보비로 5763만원(17.3%), 인건비 5675만원(17.1%)을 썼다.
 
박 의원은 자신의 후원금 신고 방식에 대해 “정책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주로 쓰고 사용한 금액은 정확하게 기재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다.
 
지출 내역이 세세하다.
“소액 다수 후원자들에게 받은 만큼 아껴서 쓰고 쓴 것은 정확하게 기록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고 또 보좌진에도 그렇게 얘기해 뒀다.”(※체크카드 석 장 중 한 장은 박 의원이, 두 장은 의원 보좌진과 지역 사무실이 각각 나눠 쓴다고 한다.)
 
후원금은 어떻게 관리하나.
“한 달에 한 번 보고를 받는다. 원칙만 지켜진다면 씀씀이에 대해선 특별히 얘기하진 않는다. 정책 개발은 아끼지 말고 쓰라고 한다. (의원) 1년차 지나고 나서부터는 열심히 한 거 알릴 건 알리자고 했다. 그래서 의정활동보고서나 영상 만들고 하는 데도 지출을 좀 늘렸다.”
 
지역 사무실 관리 비용이 많이 들었던데.
“(지출 액수가 커서) 속이 좀 쓰리긴 했는데, 워낙 낡아서 눈 딱 감고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십 몇 년간 한 번도 보수를 안 해서 물도 새고 심지어 오물 냄새도 났다. (지역민을 상대로 한) 아카데미 과정도 운영하는데 강연장도 만들어야 했고. 공사하고 나니 그나마 사무실 같아졌다.”
 
후원금 사용이 많은데 의원 급여는 안 쓰나.
“듣기로 후원금 카드를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다고 하더라. 나는 출장 갈 때 열차표 같을 걸 후원금 카드(출장비)로 처리하고 개인적으로 다니는 건 개인 카드를 쓴다. 공무 외엔 다 내 카드를 쓴다고 보면 된다.”
 
환급되는 체크카드도 썼더라.
“체크카드에 보면 아예 혜택이 없는 것도 있고 캐시백을 해주는 게 있다.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로 그 종류를 선택했다.”
 
후원금에서도 인건비가 지출되는 이유는.
“법 발의를 위해 입법보조원을 쓰는데 별도 비용을 줘야 한다. 의원실 식구들 중 정해진 일 외에 장기적으로 다른 일을 하도록 하면 일정 보상을 해준다. 가령 지방 출장을 가면서 (보좌진에게) 영상 촬영·편집을 부탁하면 월급만 주긴 미안해 직책활동비로 지급하는 식이다.”
 
특별취재팀=박성훈 기자, 안희재 인턴(고려대 사회4)·공민표 인턴(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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