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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검찰 수사 가능성 묻자 “수사한다고 합니까”

전·현 대법원장 충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임 시절 사법 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던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임 시절 사법 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던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이 1일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재임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신과 당시 사법행정 수뇌부에 대한 형사 고발이 이어지며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법원 내부 혼란을 넘어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확대되자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날 일선 판사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충격과 비참함을 느낀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법조계에서는 전·현직 대법원장이 같은 날 상반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해 충돌 양상까지 빚은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회견 두 시간 전 일부 기자에게 연락해 입장을 발표할 뜻을 밝혔다. 준비된 입장문 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20여 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재판 개입과 자신에 비판적인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른바 판사 뒷조사 문건에 따라 일부 법관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재판에서 특정 성향을 나타냈다는 사람에게 어떤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연이은 자체 진상 조사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선 현 사법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관여 법관들은 참 기가 찰 일일 것이다. 그 법관들은 아마 ‘(김명수) 대법원장이 왜 그것을 제대로 단호하게 해주지 않는가’라며 상당히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고법원 입법을 놓고 청와대와 교감을 했다거나 대통령 독대 당시에 관련 문건 등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것(대통령 독대 말씀 자료)은 일회성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무슨 공부하듯이 (내용을) 외우고 있겠느냐”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자신의 지시로 블랙리스트가 작성, 보고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부인하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제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 지적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했지만 ‘불법’ ‘위법’ 등 표현 대신 ‘부적절한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 거래 의혹 중 하나로 지목된 KTX 해고 승무원 사건과 관련해 “법관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결론을 낸 것이다. 그걸 견강부회해서 판결이 잘못됐다고 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 수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합니까”라고 되묻고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그런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전국 법관들에게 ‘전국의 법관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 결과는 수많은 법관들이 헌신하며 지켜온 자긍심과 국민이 사법부에 보내주신 신뢰가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며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됐던 법관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을 비판하고 혼란에 빠진 법원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오는 4일 서울중앙지법과 가정법원 등에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판사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11일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예정돼 있다. 김 대법원장이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위법) 사실이 추가되면 얼마든지 형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서 재판 거래로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2017년 4월)
이모 판사 “ 법원행정처 공용PC에 판사 성향 분류 파일 있다”
▶1차 조사(2017년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 조사(1차) 결과 발표 “ 블랙리스트 없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9월)·추가조사 실시(11월)
▶추가조사위 결과 발표(2018년 1월)
“판사 동향 파악 문건 다수 발견” 발표
▶특조단(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구성, 3차 조사 실시(2월)
▶특조단 3차 조사 발표(4, 5월)
“법원행정처 재판 개입 의혹 문건 발견” “ 블랙리스트 문건 없다”
▶재판거래 의혹 제기(5월)
“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통합진보당 재판, 통상임금 재판, KTX 승무원 재판 등 주요 재판에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조율했다”는 대목이 의혹 촉발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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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