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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포커스] 병원감염 공포, 감기주사 맞고 입사 취소된 취준생

최근 주사감염으로 집단패혈증이 발병한 서울 강남구 한 병원. 경찰이 수사한 결과 상온에 60시간 이상 방치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등 주사 관리 소홀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최근 주사감염으로 집단패혈증이 발병한 서울 강남구 한 병원. 경찰이 수사한 결과 상온에 60시간 이상 방치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등 주사 관리 소홀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취업준비생(취준생) 이미경(가명)씨가 겨우 취업한 회사에서 입사 취소가 된 것은 감기 주사 때문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동네 의원인 P이비인후과에서 감기주사를 맞은 후 주사 맞은 자리에 작은 돌기가 생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한데 2주일쯤 지나자 엉덩이 반 정도가 부풀어 오르고 속옷만 살짝 스쳐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몰려왔다. P의원을 찾아갔더니 비슷한 증상의 환자가 몇 명 더 있었다며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가보라고 했다.
 
엉덩이는 온통 고름덩어리였다. 정형외과에선 엉덩이를 째고 고름을 긁어냈다. 엉덩이에 큰 구멍이 생겨서 두 달 가까이를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매일 병원에 다녀야 했다. 그러나 다시 고름이 차올랐다. 성형외과로 옮겨 재수술을 받았다. 이 와중에 P의원의 피해자가 40여 명(올들어 51명까지 불어남)이나 되고, 환자들이 모두 수술·재수술로 이어지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P의원이 피해자들을 처음 보낸 곳은 세균 감염 전문가가 아니라 한 대학병원의 정형외과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형외과 담당 의사는 P의원 의사의 남편이었다. 피해자들은 애당초 의원 측의 초기 대응이 잘못돼 피해를 키운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엉덩이를 곪게 만든 것은 ‘비결핵 항산균(NTM)’이라고 했다. 이 균은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일체의 항산균으로 자연환경에 흔하게 존재한다. 워낙 종류도 많고 새로 발견되는 것도 많아서 그 종류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최소 125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의 균들은 폐질환을 일으키지만, 그중에는 끊임없이 고름을 생산하는 균도 있는데 그녀가 당한 균은 바로 이 ‘고름 만들기’를 주특기로 하는 항산균이었던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주사를 통한 집단감염 전력이 있는 균이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치료법을 아는 병원은 드물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야 했다. 수술 두 번, 입원 세 번에 독한 약의 부작용으로 간·위·혈압 등 도처에서 문제가 일어나 응급실로 실려가기를 밥 먹듯 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보냈다.
 
 
엉덩이에 계속 고름 차올라 수술·재수술
 
하나 이 기간 동안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취준생이 취업철에 속수무책으로 병마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패션을 전공한 그녀는 패션업체에 취직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인턴도 하고,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블로그샵도 운영했다. 용돈도 벌고 패션업체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포트폴리오로 패션업체에 취업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아프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병원을 오가는 와중에 원서도 넣고, 구직활동을 했다. 두 군데 회사에 합격했다. 그러나 한 곳은 재수술 등으로 어려운 때라 스스로 포기했고, 나중에 채용된 회사엔 한동안 병원에 다녀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 회사는 그녀의 채용을 포기했다. “패션업계에서 28살은 취업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나이예요. 지금은 너무 막막해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16살 소녀 정우(가명)양은 지난해 10~12월 집중적으로 발병했던 다른 환자들과 달리 올 3월에야 발병했다. 그 사이 해당 의원도 문을 닫아 도움 받을 곳을 찾아 홀로 동분서주해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 이모씨는 이 과정에서 “내가 대한민국에 대해 대단히 큰 착각을 하며 살았구나를 절감하게 됐다”고 했다. 집단 감염 앞에 국가의 어느 기관도 정보나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직 그들을 도와준 것은 다른 피해자들이었다.

 
주사를 맞은 후 부풀어 오른 주사 자리. 환부 아래는 깊고 넓게 곪아 있다.

주사를 맞은 후 부풀어 오른 주사 자리. 환부 아래는 깊고 넓게 곪아 있다.

고교 생활에 정신이 없던 정우양 엉덩이에 멍울이 만져진 건 3월 중순쯤이었다. 이씨는 이에 지난해 겨울 보건소에서 P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사람들에게 이상증상이 없는지 조사한다는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이를 보건소에 데려가보니 주사감염이 맞다며, 다른 환자들이 모 대학병원에 많이 갔다더라고만 얘기해줬다. 이 병원에서 검사를 한다며 일주일 넘게 허비했다. 뭔가 찜찜해 다시 보건소 측에 다른 피해자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만 했다. 통사정을 했더니 “피해자들 카페가 있나 보더라”고 알려줬다. 결국 인터넷을 뒤져 카페를 찾아냈고 피해자들과 연락을 해 겨우 다른 병원 정보를 얻었고, 지금은 두 달 가까이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 병균을 조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에도 감염사고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갑자기 안심이 됐다. 가장 잘 듣는 항생제는 무엇인지, 이 균이 잠복해있다 재발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이 궁금하던 차에 경험이 있으니 국가기관엔 자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질병관리본부에 과거 발병했던 사람들의 예후를 문의했다. “그런 자료는 없다”라는 대답만 들었다. “이게 내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이 맞는가.” 뒤통수를 한 방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믿었던 나라에 배신당한 느낌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니 집단감염 질병 앞에 나라는 없없다. 피해자들은 “국가의 질병 관리 기관에서 관련 병에 대한 정보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들은 스스로 치료하다 실패도 하고, 재수술도 하고, 병원을 옮기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을 단톡방을 통해 서로 공유하면서 치료방법을 찾았다. 집단감염 치료는 그렇게 피해자들끼리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으로 이루어졌다.
 
 
비결핵 항산균은 국가 감시 책임 없어
 
피해자 강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입원·재입원을 하며 치료한 후 다른 피해자들과 P의원을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강씨는 “피해자들이 최소 500만원 이상씩 치료비를 부담하고, 치료방법을 찾느라 헤매고, 항생제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고 고통받는 동안 병원도 국가 질병기관도 책임은커녕 관심조차 없는 게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번 P의원 감염과 관련해 의료분쟁중재와 고소·소송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아 배상이나 중재가 모두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도 P의원 측도 질본의 최종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이형민 의료감염관리과장은 “통상 유행이 종료된 후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종결하고 있지만 결과를 발표하는 일은 드물다. 결과보고서는 내부적으로 확인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관 기관에 별도로 요청해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식약처가 약재 검사 결과를 발표했고, 질본이 역학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1년 넘게 걸리는 최종보고서가 배상·중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보건소도 피해자도 P의원 측도 모두 나오지 않을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사후 대응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질본의 이 같은 대응은 우리나라 감염 감시가 법정전염병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만 따진다면 이대목동병원 감염, 강남피부과 집단패혈증, 비결핵 항산균 등은 법정전염병이 아니어서 국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질본 측은 “국민 고통을 생각해 질본에서 역학조사 등에 개입하고 있지만, 만일 감사원에서 왜 법적 근거도 없이 개입했느냐고 하면 해당 공무원들은 징계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요즘처럼 신종 병균에 의한 감염병이 돌출하는 시대에 국가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과장은 “신종감염병 증후군에 합당하면 감시하지만 미흡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결핵 항산균 같은 경우는 과거에 발병했던 사례가 있어서 신종감염병에 속하지 않아 완전히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P의원 측 법률대리인은 “배상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먼저 감염이 약재에 의한 것인지 병원 측의 관리소홀에 의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재엔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음에도 P의원 측은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식약처의 정보폐쇄성을 들었다. “병원엔 무수한 잡균이 있는데, 병원 측 관리 잘못이라면 어떻게 유전적 염기서열이 동일한 한 가지 균으로 50여 명이 감염되느냐”는 것이다. P의원 측은 식약처에 적정검사가 이루어졌는지 검사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할 의무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P의원 측은 제약사 측을 고소했다. 민간인들은 정보를 알아볼 수 없으니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납득할 만한 방법으로 조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 피해자들은 P의원 의사를 고소했다. 정부가 ‘비법정 감염병’ 집단 감염에 손 놓고 있는 사이 관련자들끼리 정보부재 속에서 책임 공방을 벌이고, 고소와 소송전으로 치달으며 혼란과 갈등만 증폭되고 있었다.
 
양선희 선임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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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