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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아픈 청춘들의 ‘방탄막’ … 팬이 팬을 불러 모은다

지난달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하고 있는 BTS. [A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하고 있는 BTS. [AP=연합뉴스]

BTS(방탄소년단)가 BTS의 기록을 깨고 있다. 지난달 18일 발매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27일(현지시간) 빌보드의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달성하더니, 29일에는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지금껏 K팝이 세우지 못했던 신기록들이 BTS를 통해 연일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동아시아 팝음악의 세계화(The Globalization of East Asian Pop Music)’라는 리포트를 내놨을 때만 해도 K팝을 향한 세계 가요 시장의 시선은 냉랭했다. “반짝 성공할 수 있어도 메인 스트림 진출은 불가능한 마니아 음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같은 분석을 무색하게 한 BTS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문화예술마케팅 전문가인 서울대 경영대 김상훈 교수는 “K팝 1세대 보아처럼 철저히 현지화를 시키거나, 2세대 소녀시대처럼 한국에서 키워 수출하거나, 3세대 엑소처럼 외국 멤버를 섞었던, 지금까지 K팝이 걸어온 길과 BTS의 길은 전혀 다르다”며 “비교하자면 사회적 코드를 강조하며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던 팝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와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가 분석하는 레이디 가가와 BTS의 닮은꼴 마케팅 전략을 정리했다.
 
 
레이디 가가, 소수자 보호자 전략으로 팬 늘려
 
지난 4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서거 50주기를 맞아, 세계를 대표하는 각계각층 인사 70여 명이 그를 추모하는 동영상 캠페인을 펼쳤다. ‘드림 스틸 리브스(Dream Still Lives)’라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배우 우피 골드 버그, 가수 머라이어 캐리 등이 나와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BTS는 이 캠페인에 참여한 유일한 아시아 그룹이었다. 가수 스티비 원더가 BTS를 직접 초청했다. BTS는 동영상에서 “우리의 꿈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이런 ‘소셜 코드’는 오늘날의 BTS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다. BTS의 팬클럽 ‘아미’는 자신의 우상이 전파하는 ‘소셜 코드’를 지침 삼아 단단한 결속력을 가진다.
 
소셜 코드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이가 레이디 가가다. 그는 애초 댄스가수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소규모 공연장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게이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했다. 레이디 가가를 가장 강력히 지지하는 집단은 아웃사이더들이다. 그 팬덤이 아주 강해서 마케팅 기법으로 분석한 저서가 많다.
 
『몬스터 로열티』라는 책을 보면 가가는 열성적인 1%에 집중했다. 의리를 중시하며 작은 무대를 통해 핵심적인 지지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레이디 가가는 대놓고 자신이 아웃사이더이자, ‘왕따’였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쓰레기 통에 집어던져졌던 경험까지 말하며 가가는 울었다. 똑같은 상황에 처한 10대들이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3집 앨범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발매한 이후 그는 앨범 이름과 같은 본 디스 웨이 재단을 만들었다. 기금을 내서 집단 따돌림 치료에 나섰고, 학교 폭력에 반대하며 10대 자살 방지 캠페인을 펼쳤다. 10대들이 가장 필요로 하면서 아픈 부분을 콕 집어낸 것이다.
 
20대로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레이디 가가가 선택한 것은 성소수자(LGBT) 후원이었다. 사회에서 괴물 취급받거나 배척 당하던 이들이라는 것에 빗대 팬클럽 이름이 ‘리틀 몬스터’다. 레이디 가가는 ‘마마 몬스터’라고 불린다. 리틀 몬스터의 보호자라는 의미에서다.
 
너무 파격적이어서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레이디 가가의 ‘생고기 드레스’도 성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펼친 퍼포먼스였다. 성소수자들이 군대에 자원입대할 경우 성 정체성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법안에 항의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이 법안은 폐기됐다. 마마 몬스터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할수록, 리틀 몬스터들은 더 단단하게 집결했다. SNS를 통해 팬들과 바로 교감하는 것도 레이디 가가의 특징이었다.
 
 
BTS 메시지, 팬클럽 ‘아미’가 실시간 전파
 
행사장 밖에서 BTS를 응원하고 있는 팬클럽 ‘아미’들. [AP=연합뉴스]

행사장 밖에서 BTS를 응원하고 있는 팬클럽 ‘아미’들. [AP=연합뉴스]

BTS는 팬클럽 ‘아미’에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영웅이자, 방탄막이 되어주는 친구다. BTS는 오늘날 청춘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로 노래를 만든다. 3집에 수록된 노래 가사를 살펴보자. ‘이뤄지지 않는 꿈 속에서/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페이크 러브)’라며 청춘의 불안함을 이야기하고, ‘멈춰서도 괜찮아/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꿈이 없어도 괜찮아/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낙원)’처럼 위로를 건넨다.
 
리더 RM은 동성애를 주제로 한 미국 힙합듀오 맥클모어&라이언 루이스의 노래 ‘세임 러브’나 커밍아웃한 가수 트로이 시반의 노래 ‘딸기와 담배’를 SNS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BTS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1억원을 기부하고, 유니세프와 손잡고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지난달 30일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K팝의 금기를 깼나’는 칼럼을 통해 “한국에서 팝스타와 정치는 좀처럼 섞이지 않고, 대다수 아이돌 그룹은 앨범의 성공을 위해 정치와 무관한 길을 걷는다”며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관습에 저항했고, 데뷔 때부터 성소수자의 권리, 정신건강 문제, 성공에 대한 압박 등 한국사회의 모든 금기를 노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BTS는 자신들의 명성이 힘을 갖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BTS가 팬과 SNS로 직접 소통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들은 서슴지 않고 팬과 일상을 공유하고, 희로애락을 나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BTS는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시상식 직후 BTS는 주최측이 마련한 애프터 파티에 가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켜고 실시간으로 전세계 ‘아미’들과 축하 파티를 열었다.
 
이런 ‘특별대우’를 받은 팬들은 더 강력한 팬덤 구축에 나서게 마련이다. K팝이 지금껏 메인스트림으로 가지 못한 이유가 언어장벽 탓이 컸다. 그런데 아미들은 실시간으로 BTS의 메시지를 번역해 전파한다. “들어봐, 우리 이야기를 해”라며 주변에 권한다. 그 메시지 덕에 팬들이 다시 유입된다. 팬 덕에 언어의 장벽을 넘고 더 많은 팬을 확보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SNS로 구축한 BTS의 영향력은 미국 대표 토크쇼인 ‘엘렌 드 제너러스쇼’ 등과 같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더 공고해졌다. 10대들의 부모도 BTS의 존재를 알고 그들의 영향력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강남스타일’로 ‘핫 100’ 2위 기록을 세웠던 싸이와도 BTS는 다르다. 싸이가 연예기획자 스쿠터 브라운 같은 유명인들이 입소문을 내는 ‘탑-다운’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였다면, BTS는 그야말로 ‘바텀-업’이다. 풀뿌리 운동처럼 팬층을 쌓아가 오늘날을 만들었다. 싸이에게는 아미가 없다.
 
 
착한 브랜드, 선한 영향력이 메가 트렌드
 
BTS의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轉 티어’.

BTS의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轉 티어’.

팬이 다른 이들에게 BTS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은 ‘입소문 마케팅’이다. 일종의 ‘C2C(고객 간 거래, Customer To Customer)’다. 최근 기업들의 중요한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기업이 고객을 대상으로 소통해봐야 물건이 안 팔린다. 소비자의 상술 지각능력이 높아져서다. 기업이 진정성을 담더라도 소비자는 광고 마케팅 기법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에도 입소문을 내줄 수 있는 팬덤이 중요하고, 팬 관리가 필요하다. 중국 샤오미도 ‘미팬’이라는 팬덤이 잘 구축되어 있는데, 그들이 출시될 제품의 스펙을 결정하기도 한다.
 
팬덤을 구축하려면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파해야 한다. 기업도 착해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엔 세계화로 인해 제품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진 것도 한 몫했다. 품질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게 될까.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전파하는, 착한 기업을 결국 선택하게 된다. 사회적 가치가 그동안 별난, 아방가르드한 영역에 속했다면 이제는 기본이 됐다. 기업이든, 가수든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메가 트렌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정리=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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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