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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근육 유지하려 사이클” … 고다이라와 또 격돌?

제주 전지훈련을 내려온 이상화와 스포츠토토 빙상 선수들이 사이클을 타고 함덕해수욕장 근처 해안도로를 달리다 잠시 휴식하고 있다. [제주=김경빈 기자]

제주 전지훈련을 내려온 이상화와 스포츠토토 빙상 선수들이 사이클을 타고 함덕해수욕장 근처 해안도로를 달리다 잠시 휴식하고 있다. [제주=김경빈 기자]

이상화(29)는 고다이라 나오(32·일본)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2018년 2월 18일,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는 2등(37초33), 고다이라는 1등(36초95)을 했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 이어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이 끝났다.
 
빙속 500m는 육상 100m에 비견될 정도로 경쟁이 극심하다. 이상화는 10년간 정상을 지켰다. 그날 밤 ‘빙속 여제’의 눈물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모든 걸 내려놓고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화는 제주도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었다. 사이클은 빙상 선수들이 본격 훈련을 하기 전 몸을 만드는 운동이다. 그는 아직 스케이트화를 벗을 생각이 없다. 도대체 무슨 목표가 또 생긴 걸까, 목표가 없다면 지독한 담금질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지난 24일, 소속팀인 스포츠토토 빙상단 선수들과 함께 30㎞ 사이클을 타고 숙소에 돌아온 이상화를 만났다.
 
 
왼쪽 무릎 종양 상태는 어떤가요.
“아픈 정도를 1~10으로 나누면 지금은 8 정도 돼요. 평창 때도 7~8 정도였는데 참고 뛴 거죠.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게 해요.”
 
작년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는데.
“하지정맥류가 오른쪽 허벅지까지 올라왔어요. 발도 저렸고, 성한 데가 없었어요. 소치 끝나고 수술했으면 좋았을 텐데….”
 
통증과 경기력은 상관관계가 있나요.
“거의 비례한다고 봐요. 통증 때문에 원래 써야 할 근육을 쓰지 못하고 다른 근육을 쓰니까 밸런스가 흐트러지죠.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통증이 덜했다면 평창에서 더 좋은 기록을 냈을까요.
“저는 평창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냈다고 봐요. 단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속도라서 그게 약간 두려웠다고 할까. 코너링할 때 왼쪽 무릎이 내 속도를 버텨줄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서 곡선이 심한 링크가 무서웠어요.”
 
밴쿠버-소치를 거쳐 오늘까지 왔는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저는 평창이요. 모든 걸 내려놓고 또다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죠. 부상도 있었고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3등 안에는 들겠는데 금메달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홈인데다 3연패를 해야 한다는 압박도 심했고요.”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왼쪽)가 우승자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왼쪽)가 우승자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 [연합뉴스]

 
고다이라에겐 안 되겠다 생각을 했나요.
“그 친구를 의식하진 않았어요. 기록 경기는 누가 이길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내가 했던 걸 그 친구가 그대로 하고 있더라고요.”
 
왜 고다이라를 ‘그  친구’라고 부르나요.
“다들 그렇게 물어봐요. 하하. 저는 다른 사람한테도 이 친구, 저 친구 합니다. (기자들이 고다이라를 의식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하자) 역시 기자분들은 추측하는 게 짱인 거 같아요. 그 친구가 한국인이었다면 ‘언니’라고 했겠죠.”
 
500m 경기 끝나고 고다이라 품에 안겨 울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그냥 제가 울고 있을 때 위로받은 거죠. 그는 늘 그렇게 위로를 해 줬고, 제가 밴쿠버와 소치 우승했을 때도 다가와서 축하해 줬어요. 거꾸로 제가 시상대 위에서 위로해 준 적도 많아요.”
 
가장 궁금하고 곤란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제가 하루 50분씩 수영을 배우는데도 힘들어서 가기 싫을 때가 있거든요. 그보다 수백 배는 더 힘들 텐데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 지금 다 내려놨는데요. 제 몸을 위해 운동하는 거죠.”
 
몸을 위해서요?
“평창 끝나고 두 달 쉬었는데 마냥 쉴 수는 없잖아요. 이 근육이 빠지지 않게 하려고, 제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죠.”
 
고다이라를 링크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건 확답을 못 드리겠어요. 평창 잘 끝내는 게 목표였고, 다음 목표는 안 세웠어요. 너무 힘들어서 나한테 휴식을 주고 싶었거든요.”
 
오늘 30㎞ 자전거를 탄 건 휴식입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웃음). 스텝 바이 스텝. 두 달 쉬었으니 조금씩 늘려가는 거죠.”
 
힐링 겸 운동이네요.
“그렇죠. 바다를 따라 달리는 건 처음인데 제주 바다가 참 예뻐요.”
 
언제까지 스케이트를 탈 것 같은가요.
“그건 차차 정해야 할 숙제 같아요. 일단 해 보고 통증이 심해지면 스톱 해야죠. 하는 데까지는 해 보자는 생각입니다.”
 
은퇴 후에는 뭘 할 계획입니까.
“저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반짝 인기로 끝나는 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좋은 후배가 나올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이상화는 몇 번이나 “질문이 너무 어려워요”라고 했다. 그는 몸만들기를 시작했으나 방전된 몸이 금세 회복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음만들기’는 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제주=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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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