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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조카 합격시키려 점수 조작한 기관장, 다른 직원 채용도 개입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동철 전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원장. [사진 전주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동철 전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원장. [사진 전주시]

처조카를 채용하기 위해 다른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한 전 전주시 출연기관장이 해당 기관의 비정규직 직원 3명의 정규직 채용에도 개입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은 1일 "업무방해 혐의로 정동철(51) 전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원장과 해당 기관 인사 담당 부서장 A씨(48) 등 2명을 지난달 31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탄소기술원 행정기술직 마급(공무원 9급 상당)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인사 담당 간부 A씨와 실무자 B씨(41·여)에게 지시해 처조카 C씨(28)를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다.  
 
정 전 원장은 같은 시기 탄소기술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연구원 등 직원 3명을 정규직이 될 수 있게 면접위원들에게 "점수를 잘 주라"고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직원들은 실제 정규직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원장과 직원들 사이에 금품이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전국 1190개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에 대한 정부 특별 점검에서 탄소기술원의 채용 비리가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당초 탄소기술원은 "실무자가 면접위원의 평점 점수를 집계표에 잘못 옮겨 적었다.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해당 합격자는 정 원장 부인 친언니의 아들(처조카)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인사 담당 실무자는 필기 점수가 낮은 정 전 원장의 처조카를 합격시키기 위해 외부 면접위원이 상위 지원자에게 준 91점을 16점으로 고쳤다. 인사 담당자들은 정 전 원장과 C씨의 관계를 모른 채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C씨는 다른 업무를 보면서 정 전 원장이 장거리 출장을 갈 때마다 공용차를 몰았다. 정 전 원장은 앞서 경찰에서 "인근 기관장이 운전기사의 협박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해 처조카를 뽑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월 정 전 원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사 실무자 B씨에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말단 직원인 B씨가 정 전 원장 등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해당 채용을 주도하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
 
김한수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기관마다 비정규직으로 오래 일한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바꿔주려는 분위기는 있을 수 있지만, 엄연히 경쟁 채용에서 다른 지원자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는 주어져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어긴 정 전 원장을 기소했다"고 말했다.
 
정 전 원장은 청와대에 말발이 먹히는 전북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참여정부 시절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했고, 우석대에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정 전 원장과 처조카 C씨는 사건이 불거지자 2월 말 전주시에 사직서를 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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