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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교회 성폭력·은폐 문화’ 공개 규탄…역대 가톨릭 수장 중 최초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카톨릭교회가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으로 파문을 빚은 것과 관련해 “가톨릭교회의 폭력과 은폐의 문화”를 공개적으로 규탄했다고 31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내는 8페이지 분량의 교서에서 “부끄럽게도 나는 우리가 제때에 귀 기울이거나 대응하는 법을 몰랐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가톨릭교회의 “폭력의 문화와 그것이 계속되도록 하는 은폐의 체계”를 규탄했다.
 
AP통신은 “역대 교황 가운데 가톨릭교회의 성폭력과 은폐의 문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추문과 관련해 사안을 잘못 처리한 해당 교구 주교들의 책임을 지적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도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사제를 보호하는 권력구조 전체를 언급한 적은 없다.
 
교황청은 지난 10년간 소아성애자(pedophile)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제명하는 대신 이 교구에서 저 교구로 옮기도록 한 고위직이나 주교보다는 성폭력을 저지른 사제를 처벌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그동안 피해자들은 침묵과 피해자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성직자단의 은폐의 문화를 지적했다.
 
최근 칠레 교회는 아동 성추행 사제로 현지에서 악명 높았던 카라디마 신부의 악행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혹독한 비판에 처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특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이후 특사단이 제출한 23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신뢰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판단하는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며 지난달 피해자들에게 깊이 사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서한에서도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고발하고 “희망이 없거나 그들의 명예를 떨어뜨리려는 시도에도 진실을 추구했다”면서 “단호한 인내”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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