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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의 생활건축] 나무를 품은 집

한은화 중앙SUNDAY 기자

한은화 중앙SUNDAY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한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을 둘러보다 집 한 채에 마음을 뺏겼다. 국가관 전시가 열리는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에서였다. 1895년 제국주의 시절 발족한 비엔날레답게 공원 내 주요 길목에는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 당대의 열강들이 국가관을 꾸리고 있다. 국력을 과시하듯 전시장의 규모가 크다.
 
그런데 나를 홀린 것은 좀 비켜난 곳에 자리 잡은 캐나다관(사진)이었다. 작은 집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황제앵무조개 모양으로 디자인된 공간에는 팽나무가 주인공처럼 자리 잡고 있다. 실내에서 보면 둥치만 보일 정도로 크다. 아예 천장을 뚫고 올라가 아름드리 나뭇잎을 드리우고 있다. 1958년 캐나다관을 지을 때부터 나무를 베지 않고, 품어버린 것이다.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캐나다관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캐나다관

60년간 나무는 자랐고, 전시장은 낡았다. 캐나다는 300만 달러를 들여 4년에 걸쳐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다. 그리고 올해 첫 공개했다. 놀랍게도 달라진 게 없었다. 기존 건물을 해체하고 복구했다는데 무엇을 바꿨는지 모를 정도다. 처음 지을 때나 재단장할 때나 팽나무를 품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공을 들여야 했을 터다. 전시장 벽면에는 영국 미술평론가 로렌스 알로웨이가 남긴 말이 적혀 있다. “캐나다는 나무를 둘러싼 오두막집을 짓고서 자연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 정동의 주한 캐나다 대사관도 자연을 사랑하는 건물이다. 건물은 길 따라 직선으로 뻗지 않고 점점 안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파여 있다. 건물 앞 500살이 넘은 회화나무를 배려해서다. 나무가 가지를 쭉 뻗을 수 있게, 건물이 뒤로 물러섰다. 사실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파괴적인 행위다. 자연을 밀어내야 건축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두 건축물을 통해 자연과 건축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존하려면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도심에도 나무가 많다.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파트 생태계’(2017)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울창한 나무였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일수록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 주기에 따라 나무는 금세 잘린다. 손해를 보는 건 누구일까. 정 감독에 따르면 나무는 40~50살이 되면 절정을 맞이하고, 인간에게 가장 많은 것을 베푼다고 한다.
 
한은화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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