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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길거리 경제의 신음이 들리지 않는가

최준호 산업부 기자

최준호 산업부 기자

‘12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쇼핑몰을 해왔습니다. 직업병이 생겨서 손가락이 굳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12년 만에 최악의 매출로 낮에는 다른 알바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정말 죽고 싶은 맘까지 들 때도 있어요. 1년 동안 어찌 살았나 모르겠어요. 힘들어요.’
 
5월 30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절벽에 내몰린 320만 소상공인’란 기사의 댓글이다. 기사는 전국적으로 창업보다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으며,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또 설문조사를 통해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높은 임대료를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얘기를 담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성장까지 가기 전에 먼저 고사할 것 같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정치적 성향의 양극단에 서서 상대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사이사이에 거대한 불황의 무게에 짓눌린 듯한 글들이 신음을 내고 있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소나마 인식했다면 다행이다. 29일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경제 컨트롤 타워를 움켜쥐었다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위관료도 취재기자에게 “앞으로는 몰라도 아직은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을 힘들게 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임대료 문제도 정책실패의 결과라는 자성(自省)은 없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중기부 장관은 집과 직장을 오가는 사이에라도 길거리 서민경제를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걸까. 보고서만 읽다 보니 다른 건 보이지 않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니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이라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위해 현실을 모른 체하는 걸까.
 
청와대와 부처는 길거리 서민경제의 주역인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애써 귀를 닫고 있는 모양새다. 32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위관료들에게 왕따 신세다. 각종 정부 대책회의에서 배제되고, 대화 채널까지 끊어졌다. 현장의 간언을 정쟁이나 표로 연결되지 않는 소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은 아닐까. 시들시들한 화초는 물과 비료를 주면 살아나지만 말라비틀어지고 나면 그걸로 끝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최준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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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