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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북·미 정상회담 앞에 놓인 돌부리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SC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SCD) 석좌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결정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수차례 회담과 관련해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여러 위험 요소들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 난관은 성급하고 돌발적인, 심지어 혼란스러운 그의 의사 결정 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을 때 그의 참모들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해 여름 북한 문제를 다룰 전담팀을 꾸렸고, 대략적인 협상안을 마련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은 제재 철회와 체제 보장을 얻는 방안이다. 그런데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다뤄져야 할 핵심적 이슈가 사전에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둘째 문제는 일관성이 부족한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그의 태도를 상대방을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점으로 여기려 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과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은 없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다.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미국이 협상과 원칙 고수 사이를 계속 오갈 가능성이 있으며, 정상회담 뒤에도 혼돈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글로벌 워치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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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걸림돌은 기대감 상승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장된 말과 행동을 좋아한다.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자랑할 때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잘해야 큰 틀에서의 합의 정도가 성사될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판에서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좌·우 양 진영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북·미 협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경멸해 온 대북 강경파들도 중요한 변수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표적인 인사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사태가 전개될 경우 협상 철회를 요구할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넷째 위험 요소는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는 것과 독재로 흐르기 쉬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 특징은 외교 및 공공 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며, 그럴 의향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결과 국내 정치에서도 인프라 구축 계획, 의료·보건 개혁, 이민 정책 변경 등의 사안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좌진이 있고 유능한 인물들이 북한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꼭 많은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 기분에 좌우되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얼핏 듣기에는 좋지만 중대한 위험을 안고 있는 일을 벌일 수 있어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 정치를 무시하고 통 큰 협상을 벌이는 독재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호감을 보여왔다. 그들을 “빅맨(big man)”이라고 부른다.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시간표에 따른 단계적 이행을 디테일에 담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궁금하다.
 
마지막 문제는 동맹 관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방미는 미국에서 급작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수락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도록 독려하는 희한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가 미국에 머문 48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2차 회담을 가진 것은 훌륭한 외교적 행보였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내길 원했고, 문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있을까? 그가 다자(多者)외교 프로세스를 이끌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과연 그가 이런 의문이 무색하도록 위대한 업적을 남길 것인가? 지금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SCD) 석좌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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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