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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김정은의 눈물

김남중 논설위원

김남중 논설위원

“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볼 만하구나.”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청나라 가는 길에 탁 트인 요동 벌판을 처음 마주하고 했다는 말이다. 슬픔이 아니라 감탄에서 나오는 울음을 얘기했을 터다. “천고의 영웅은 잘 운다”고 한 연암의 ‘울음론’은 『열하일기』에 상세하다. “울음이란 천지 간에 있어 뇌성병력에 비할 수 있다.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오.”
 
그래서 울음에 대한 그의 발상은 남달랐다. ‘칠정(七情)’으로 풀었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가운데 슬픈 감정(哀)만이 아니라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거다. 기쁨과 노여움,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이 극에 달하거나 사무쳐도 눈물을 보인다는 얘기다.
 
눈물이 이런 거라면 남자에게도 당연한 감정의 표현일 게다. 한데 남자의 눈물엔 이유가 있다는 관념이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강한 감정적 압력을 받으며 이에 좀 더 강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남자가 울 때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톰 보틀러 보던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요컨대 남자의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거다. 남자의 눈물이 ‘수단과 무기’이기도 한 까닭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유비의 상징은 울음이다. 제갈량을 삼고초려할 때도, 조자룡이 적진을 뚫고 아들을 구해 왔을 때도 울었다. 충성을 담보한 ‘설득의 눈물’이다. 유비의 강산은 울음으로 얻은 것이라는 중국 속담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눈물 흘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당 간부 교육에서 상영했다고 한다. “강성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개혁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그제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영상 자막 내용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내부 설득용’으로 만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의 눈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신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능력이 따라 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는 대목에서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며칠간 눈물을 흘렸다는 외신도 있었다. ‘악어의 눈물’이란 얘기가 돌았다. 연암 박지원은 “갓난아이의 눈물에는 거짓이 없다”고 했다. 김정은의 영상 눈물이 악어의 것이 아니라 갓난아이 것 같은 ‘설득의 눈물’이었으면 한다. 그래야 핵 폐기 의지의 징표로 읽어도 틀리지 않을 듯싶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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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