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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국빈급 공항 의전 … 폼페이오와 ‘스카이 만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둘째)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31일(현지 시간) 뉴욕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둘째)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31일(현지 시간) 뉴욕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입성 첫날이 순조롭게 지나가면서 북·미 간 ‘세기의 담판’ 합의 가능성에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협의를 양측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의 30일(현지시간) 만찬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 핵심 의제와 일정을 결정하는 31일의 ‘뉴욕 담판’을 앞둔 탐색전의 성격이었지만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항 계류장서 바로 캐딜락 탑승
 
김영철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3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기 위해 밀레니엄호텔을 나서는 모습. [AFP=연합뉴스]

김영철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3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기 위해 밀레니엄호텔을 나서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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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시작된 만찬 장소는 주 유엔 미국 차석대사의 관저.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38번가의 55층짜리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이었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만찬 시작에 앞서 김영철에게 창밖으로 보이는 뉴욕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설명했다. 마치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얘기한 ‘북한의 더 밝은 미래’와 경제적 번영의 모델로 맨해튼을 소개하는 듯했다. 익명을 전제로 언론 브리핑을 한 미 국무부 당국자는 해당 사진에 대해 “‘여기가 뉴욕이니 랜드마크를 보라’는 식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더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는 말도 전했다.
 
만찬은 약 90분 뒤 끝났다. 만찬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2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이 미소를 머금은 채 악수하는 사진과, 배석자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역시 웃는 표정으로 잔을 맞대고 건배하는 사진이다. 같은 테이블에는 지난달 10일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 배석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숙소 앞 43번가 이례적 거리 통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김영철과의 회동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에 앞서 트위터에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회담 이후에는 “김영철과 오늘 밤 뉴욕에서 훌륭한 실무 만찬을 가졌다”면서 “스테이크와 옥수수, 치즈가 메뉴로 나왔다”고 낙관적 분위기를 전했다.
 
만찬장을 나온 김영철은 차를 타고 곧바로 10분 거리의 숙소로 들어갔다. 폼페이오 장관도 5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만찬장 밖으로 나와 자신의 숙소인 뉴욕 롯데팰리스 호텔로 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찬장을 나오면서 원하는 바를 얻은 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미디어브리핑 때만 해도 “우리 초점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대한 검증할 수 있는 확인(verifiable confirmation)”이라며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의 회담은 31일 하루 종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반영하듯 회담 결과를 전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 역시 다음날 오후 늦게 혹은 저녁시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일정은 만찬 이후 바뀌었다. 다음날 저녁 무렵으로 잡혔던 기자회견 시간이 오전 회담과 오찬에 이은 오후 2시15분(한국시간 6월 1일 오전 3시15분)으로 앞당겨졌다. 큰틀에서 모종의 합의가 만찬 자리에서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실 김영철에 대한 미 국무부의 의전과 경호만 보더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폼페이오 장관의 의지가 짙게 묻어났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메뉴판에 남긴 사인. [AF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메뉴판에 남긴 사인. [AFP=연합뉴스]

 
주 유엔 미 차석대사 관저서 만찬
 
이날 오후 2시쯤 중국 국제항공 CA981편으로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영철은 일반승객용 도착 게이트나 VIP 게이트가 아니라 항공기 계류장에서 바로 캐딜락 승용차에 올라타 뉴욕 시내 숙소로 향했다.  
 
이는 최고 국빈에 대해서만 허가되는 의전이다. 경호 차량 6∼7대가 앞뒤로 둘러싼 채 나가는 모습은 공항 곳곳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던 국내외 기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유엔의 외교소식통은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 제공되는 것”이라며 “미 국무부가 김영철의 의전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의 밝은 미래 대해 많은 얘기”
 
이날 공항에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소속 외교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자성남 북한대표부 대사 역시 의전을 위해 입국장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 이뤄지는 사안이라 우리는 아는 바 없다” “대표단이 도착해야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성과를 거두려고 하니까 여기 뉴욕까지 온 것 아니겠느냐”며 긍정적인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영철의 숙소는 유엔본부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사이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지난해 유엔 총회 때 이용호 외무상이 묶었던 호텔로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자주 이용해 왔다. 지난해 9월 이 외무상은 이 호텔 앞에서 “태평양 상공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는데, 1년도 안 돼 분위기가 180도 바뀐 셈이다.
 
공항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호텔에 도착한 김영철은 최강일 외무성 국장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철 일행은 호텔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김영철 일행이 호텔로 들어가는 동안 호텔로 연결되는 43번가 거리를 모두 통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김영철은 호텔에 잠시 머물며 양국 간에 진행된 판문점·싱가포르에서의 접촉 결과물을 보고받고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호텔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주유엔 북한대표부 사무실의 보안설비를 이용해 평양은 물론 싱가포르와 직접 소통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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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