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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전업주부 가입 문 넓혀놓고 최소 보험료 문턱은 높이나

19세 이상 국민 10명 중 3.5명은 노후 준비를 못한다. 40,50대는 2명 정도가 그렇다.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의 약 68%(40,50대는 72%)가 국민연금에 의존한다(통계청 2017년 사회조사).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가입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적지 않다. 연금에 한 번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사각지대를 메우는 제도가 추후 납부(추납), 반납, 임의가입이다. 추납은 과거에 안 낸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제도다. 전업주부 기간이나 실직·사업실패 기간의 보험료를 나중에 낸다. 반납은 과거에 일시금으로 받은 돈을 연금공단에 토하는 제도다. 임의가입은 전업주부가 새로 가입하는 통로다.
 
 
학업·군복무 추납 인정 국민청원
 
최근 몇 년 사이에 규정이 많이 완화됐지만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임의가입의 최소 보험료 규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2018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경력단절여성 등의 임의가입 대상 최저 기준소득월액 인하를 약속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2016년 복지부가 인하를 주장할 때 기재부가 움직이지 않더니 지금은 공수가 뒤바뀌었다.
 
또 일각에서는 “학업이나 군 복무기간 추납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해 18~27세 미가입기간의 추납 허용과 공무원연금처럼 군 복무기간도 추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의가입 최소 보험료 조정은 올해 물 건너 간 듯하다. 장호연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31일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검토할 게 많아 올해는 힘들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국민연금 가입자인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에 들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원하면 임의가입자로 든다. 그리하려면 최소한 월 소득을 100만원으로 신고하고 이의 9%인 9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2012~2016년 최소 소득을 99만원(보험료 8만9100원)으로 유지하다 지난해 99만5000원(보험료 8만9550원)으로, 올해 100만원(9만원)으로 지난달 올랐다. 이 기준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중위소득(일렬로 줄을 세울 때 정중앙)이다. 중위소득이 오르면 최소 보험료도 따라오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등이 “최소 보험료 기준이 너무 높아 저소득층에게 진입장벽”이라고 지적했다. 문턱을 낮춰라고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저소득층 하위 20%의 소득(129만원)이 전년보다 8%, 20~40%는 4% 감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심각성을 지적할 정도다. 소득이 줄면 임의가입자 9만원의 최소 보험료가 더 커게 보이게 마련이다.
 
서울 25개 구별 지난해 인구 대비 임의가입자 비율을 보자. 강남구가 1.15%로 가장 높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강남구의 평균 건강보험료가 25개 구 중 2위다. 건보료가 높으면 소득이 높고 재산이 많다. 서초구(평균 건보료 1위), 노원구(16위), 송파구(4위), 양천구(6위),마포구(7위), 강동구(14위) 순이다. 비교적 부유한 지역의 가입률이 높다. 반대로 소득이 낮은 강북·금천·중랑·관악구의 임의가입자 가입률이 낮다.
 
 
임의가입 보험료 조정 올해 불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해 6월 최소 소득을 27만원으로, 최소 보험료를 2만7000원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냈다. 정 의원실의 박상현 비서관은 “저소득층에게 연간 100만원이 넘는 연금보험료는 큰 진입 장벽”이라며 “일정 이상의 고소득층은 추납 보험료를 지금처럼 9만원 내게 제한하되 저소득층의 최소 보험료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추납 대상자 중 전업주부는 임의가입 후 추납해야 한다. 추납 신청자 중 11%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과거에 실직·사업실패 등으로 보험료를 못 낸 경우다. 지난해 인구 대비 추납 신청률을 보면 중구(건보료 9위),영등포구(10위), 종로구(5위), 강남구, 강동구 순으로 높다. 강남·서초·송파구의 추납신청자 중 신고 소득이 400만원 넘는 사람이 9%로 전체(3.1%)보다 훨씬 높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박모(58)씨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 99년 4월 사업 실패로 소득이 없어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다 벌이가 호전됐고 은퇴가 다가오면서 노후 걱정이 커졌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그간 안 낸 보험료 9011만원을 냈다. 박씨는 60세까지 매달 40만 4100원의 보험료를 낼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62세에 월 80만9000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강남·서초구 임의가입 인기 여전
 
복지부는 임의가입 최소 소득 기준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어느 정도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장호연 과장은 “보험료를 안 내다 한 번에 내면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고, 최소 보험료를 낮추면 고소득층에게 활용 기회를 더 준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가 월 9만원 안 되면 수익비가 2.6배, 27만원 넘으면 1.5배로 설계돼 있어서다.
 
유럽연합 14개국도 추납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보다 범위가 좁은 편이다. 한국은 보험료 안 낸 기간(납부예외·적용제외)을 다 인정하지만 프랑스는 해외 고용·수감·장애인 돌봄·대학교육·직업훈련 등의 기간으로 제한한다. 독일은 16세 이후의 학업 기간, 연금 수령의 최소 가입요건에 모자라는 기간 등으로 제한한다. 오스트리아·벨기에·불가리아 등은 학업기간의 추납을 인정한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연금 사각지대가 넓어서 제도가 성숙할 때까지 지금처럼 추납을 유지하고, 성숙 후에는 장기적으로 연금 수령 최소기간(10년)을 채우는 보조장치로 활용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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