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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직격 인터뷰] “문 대통령, 야당과 소통 아쉬워 … 뒤끝만 자꾸 남아”

2년 임기 마친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
지난달 29일 퇴임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인터뷰에서 ’정치는 계속 하면서 국민과 정당에 입은 은혜를 보은할 것“이라며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전혀 없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29일 퇴임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인터뷰에서 ’정치는 계속 하면서 국민과 정당에 입은 은혜를 보은할 것“이라며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전혀 없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퇴임한 국회의장에겐 크게 세 개의 선택지가 놓여있다. 최근 30년사를 보면 첫째, 정계를 떠나 원로로 남는 길이다. 황낙주·박관용·임채정·김형오·박희태·강창희 전 의장(이상 재임순) 등이 이 길을 걸었다. 둘째는 박준규·이만섭 모델이다. 두 사람은 계속 총선에 출마해 선수(選數)를 쌓고는 국회의장을 또 했다. 박준규 전 의장은 무려 세 번을 역임했다. 그를 보면 국회의장도 나름 전문직인 것 같다.
 
한국 정치의 여명기(黎明期)인 제헌국회로 범위를 넓히면 또 다른 유형이 있다. 해공(海公) 신익희 모델이다. 제2대 국회의장(초대는 이승만) 출신인 그는 야당인 민주당 대표를 지내고 나중에 대통령 후보 공천을 받았다.  
 
5월 29일 임기가 끝난 정세균(68) 전 국회의장을 지난 달 31일 만나 “세 가지 길 중 어느 길을 걷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제 4의 길”이라고 답했다. 제4의 길? 일단 “정치는 계속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의종군하겠다. 자리 욕심은 없다”고 했다. 자리 욕심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조심스럽게 ‘지금은’이란 부사어를 앞에 달긴 했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국회 상황을 묻자 ‘미스터 스마일’이 얼굴을 찡그렸다.
 
후임 의장 자리가 공석인데.
“국회의장단을 포함해 상임위원장단 전체가 공백 상태다. 입법부의 존재 자체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를 방치하는 건 정당의 무책임이다.”
 
여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일어나면 1당이 될 수 있고,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오겠다’는 생각으로 의장단 선출을 미룬다고 하는데.
“과반 정당이 없으면 꼭 원내 1당이 의장을 맡는 게 아니고, 다수파를 형성하는 쪽이 한다. 지난번(2016년) 새누리당이 원내 2당이라 민주당에 의장을 내준 것이 아니고, 다수파를 형성할 수 없으니 준 것이다. 그 당시에는 국민의당이 민주당 쪽과 더 가까웠다. 지금 상황으론 (국회 공백이) 지방선거를 넘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간이 길어진다고 (누가 다수파인지) 상황이 달라지나?”
 
국회의석은 민주당 118석, 한국당 113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새민중당·대한애국당 각 1석 등이다. 무소속은 5명. 12곳의 재·보궐선거 결과와 원내 합종연횡의 결과가 국회 다수파를 결정한다.
 
선거 결과 못지않게 선거 후 정계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정계개편설이 얼마나 많았나. 그런데 내가 제대로 되는 꼴을 못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방선거의 승패가 있을 것이고, 각 당이 전당대회를 예정해놓았으니 (지도부 개편 등의) 후속 조치들이 있을 거고, 과거보단 개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당이 민평당과 합칠 가능성은.
“(원내 의석 문제는) 정계개편을 통한 방법도 있고, 느슨하게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방법도 있다. 어쨌든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뭔가 노력을 할 가능성은 있다.”
 
민평당과 합치는 것에 대한 입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봐야 한다. 그걸 기반으로 (민심을) 읽고, 해답은 선거 후에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항상 절묘하게 선택하지 않나. 하여튼 저는 정부·여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통합론에 가까운 것 같다.
“호남 정서나 이런 것들을 살펴봐야지.”
 
정계개편 말고 당정개편도 예상된다. 이미 이낙연 총리가 청와대와 부분개각 협의를 했다고 공개했다.
“내 소관은 아니지만 원래 정부 개편은 필요할 때 적시에 하는 게 좋다. 너무 자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필요할 땐 신속하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분야 이외의 성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장관들의 역할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 지금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남북문제 때문에 여력이 없는데, 그럴 때는 장관들이 민생 쪽을 잘 챙겨줘야 한다. 민생이 굉장히 어렵다. 노력은 하겠지만 결과적으론 국민의 어려운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지.”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일자리 지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한다.
“나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찬성한다. 그런데 좀 부작용이 없이, 아주 유능하게 잘 처리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혹시 좀 (문제가) 있다면….”
 
정 전 의장은 ‘여소야대+다당제’ 국회를 맡아 임기를 시작했다. 재임 중 박근혜 대통령 탄핵, 대통령 선거,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이 있었다. 임기를 마치고 나니 “날아갈 것 같다”고 한다.
 
탄핵안 가결 전인 2016년 11월 8일, 박 전 대통령이 정세균 당시 의장을 찾아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달라’는 제안을 하고 돌아갔다. 당시 ‘13분 회동’에서 정국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게 탄핵으로 가는 분수령이었는데.
“그분이 그때 딱 준비해온 세 마디 말고는 제가 무슨 얘길 해도 답변조차 안 하더라. 그분이 하고 싶었던 건 거국내각 비슷한 거였다. 제가 실질적으로 권한을 주는 내각 총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포함해 여러 얘기를 했지만 대꾸도 안 하고 준비해온 세 마디 말만 계속 반복하더라. 그러니 (회동 중) ‘확실히 정말 한계다’, 이런 생각을 혼자 했다. 대화하거나 타협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로 나를 만나러 왔다.”
 
탄핵안 통과 당시 어떤 생각을 했나.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본인도 불행하고, 국가도 불행해지는 사태는  더 이상 재발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었으면 국정농단 사건은 있을 수 없었다. 당시 야당보다 여당(새누리당) 의원들을 더 평가하고 싶다. 그들이 탄핵을 의결해주지 않았으면 큰 혼란과 국가적 위기를 맞이할 소지가 있었다.”
 
개헌이 불발로 끝나 제왕적 대통령제를 못 바꿨다.
“국회가 혼나야 한다. 저는 4월까지 국회가 자체 안을 만들고, 그걸 근거로 대통령에게 대통령안의 철회를 요청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국회안은 지방선거 이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설득했다. 그걸 야당이 안 받은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가 합의안을 만들었으니 대통령안을 철회해 주시오’라고 해야지 그냥 대통령 안을 철회해달라는 건 염치 없는 짓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모두가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고 했으면 일차적으로 사과라도 한마디 해야지….”
 
20대 국회에서 개헌을 할 수 있을까.
“개헌은 될 거다. 각 정파가 대통령제에 더 가까우냐, 분권형에 더 가까우냐는 수준으로만 결정하면 된다. 저는 분권형 대통령 4년 연임(連任)제에 찬성이다. 불과 일주일이나 열흘이면 할 수 있는 걸 10년 동안 주무르고 앉아서 못하는 게 말이 되나.”
 
국가 의전 서열 1, 2위인 문 대통령과 정세균 의장의 소통관계는 어땠을까. 전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재직 중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요청해 대통령이 직접 받는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다. 하지만 정의화 전 의장이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박 전 대통령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긴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핫라인은 먹통이었다.
 
재직 중 문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있나.
“있긴 있다. 지난 3월까지 한 번이었는데, (이후 몇 번 더해서) 지금은 아니다. 몇 번 더 했는지는 비밀이다. 내가 전화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걸려오는 걸 받은 거다. (청와대가 먼저 걸어오는 걸 받기만해서) 대통령이 어느 번호를 쓰는지는 모른다.”
 
대통령이 협조를 부탁했나.
“아무래도 그런 내용일 수밖에 없다. 저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수시로 통화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입법부는 독립성과 독자성을 위해서다.” 
 
미국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과도 수시로 전화한다는 거 아닌가.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야당에 전화 걸면 압력 넣는다고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문화가 다르다.”
 
그러면 대통령과 야당은 어떻게 소통하나.
“필요하면 영수회담을 자주 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면 현안을 하나라도 해결하고 국민이 희망을 갖게 해줘야지 지금은 뒤끝만 자꾸 남는다. 야당은 여권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대변하는 거 아니냐. 그런 존재나 그들의 역할을 인정해줘야 한다. 야당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매사 ‘옳소, 찬성이오’ 이러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 문 닫아야지. 조금 정치권이 시끄럽더라도 인정해주시라. 야당도 당리당략 차원에서 지난 4월, 5월처럼 국회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건 안 된다. 일 좀 하면서 싸워라. 20대 국회 들어서 1만3000건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지난 2년 동안 3500건밖에 처리가 안 됐다. 계류 중인 게 9500개인데 어떻게 할 건가.”
 
청와대와 야당의 소통점수를 매긴다면.
“글쎄. 후한 점수를 받긴 어렵다.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소통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받으실 수 있다고 보지만 야당과의 소통 노력은, 하긴 했지만 꼭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여야 간에는 대화가 잘 되나.
"취임 후 각 당 원내대표 정례회의를 만들었다. 옛날 양당제하에선 여야 원내대표 둘이 싸우고 틀어지면 아예 서로 만나질 않았다. 그런데 저는 매주 월요일 열 시 반에 만나게 회의를 정례화했더니 지난 주에 싸우더라도 이번 주 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하니 접점이 나오더라. 정부조직법안 같은 게 그때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접점을 찾았다. 인사청문회도 그 자리 분위기를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얘기해서 적절한 방안이 나온 적이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
전주공고를 다니다 전주신흥고로 전학,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려대 법대에 입학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유신반대운동에 앞장선 뒤 쌍용그룹에 입사. 쌍용그룹 상무이사 시절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제안을 받고 정계에 입문한 DJ맨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2016년 20대 총선까지 내리 6연승을 했다. 서울 종로에서 당시 여권의 유력인사 홍사덕·오세훈 후보를 연파. 국회의장에 앞서 여당(열린우리당) 대표와 야당(민주당) 대표, 여당 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좌장을 맡았다. 범친노·친문계로 꼽힌다.

 
강민석 논설위원
 
※이 취재에는 윤가영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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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