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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큰손 허친스가 Fed 움직이는 숨은 손?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창업자 글렌 허친스. [중앙포토]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창업자 글렌 허친스. [중앙포토]

지난해 말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이 조기 은퇴 의사를 밝힌 뒤 금융 시장은 후임자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제 대통령’에 비견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Fed ‘넘버 3’인 뉴욕 연은 총재의 위상이 어마어마해서다.
 
뉴욕 연은은 Fed를 대신해 공개시장 조작 등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미국 주요 은행을 감독한다. 그런 까닭에 다른 지역 연은 총재와 달리 뉴욕 연은 총재는 금리 등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상임투표권 갖는다.
 
이 막강한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다. 오는 18일 뉴욕 연은 총재로 취임하는 윌리엄스의 발탁에는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의 그림자가 짙은 것으로 여겼다. 옐런 전 의장이 윌리엄스에게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자리를 물려줬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속내는 달랐다. 윌리엄스의 영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은 따로 있었다.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창업자인 글렌 허친스(62)다. 블룸버그는 “뉴욕 연은 이사로 총재 선발위원회에 참여했던 허친스가 윌리엄스의 승진에 힘을 발휘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가의 큰 손인 허친스가 Fed의 숨은 실세로 떠오른 셈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내 허친스 센터가 있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연구소로 그가 5년 전 1000만 달러(약 108억원)를 출연해 세웠다. 벤 버냉키와 옐런 전 의장, 도널드 콘 전 부의장 등이 전직 Fed 고위층 인사가 연구원 신분으로 둥지를 틀면서 허친스 센터의 위상은 강화되고 있다. 버냉키와 옐런, 콘의 사무실이 몰려있는 복도가 또 다른 ‘FOMC(前 공개시장위원회·Former Open Market Committee)’로 불릴 정도다.
 
허친스센터에 둥지 튼 전직 고위 Fed 인사

허친스센터에 둥지 튼 전직 고위 Fed 인사

허친스 센터는 쟁쟁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통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제기된 물가목표제 개선 논쟁이다. 이 포럼에서 윌리엄스 총재는 ‘물가 수준 목표제’를 제시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니스카넨 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칼 스미스는 “브루킹스 연구소가 전임 Fed 인사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믹키 레비 베렌버그 캐피털 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브루킹스 연구소(와 허친스 센터)가 Fed에 중앙은행인 Fed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들의 분석 대부분은 훌륭하지만 Fed의 조치가 옳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친스는 Fed의 후원자로 부각되는 것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자리를 마련해줄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는 “2011년 뉴욕 연은 이사가 된 뒤 외부 인사들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가까이에서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만한 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연구소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제 정책이나 공공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추구해온 그의 행보에 비춰볼 때 Fed에 미치는 그의 입김이 약해질 가능성은 작다. 허친스 센터를 세우기 전 그는 빌 클린턴 정부에서 경제 자문관으로 일하고 브루킹스 연구소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블룸버그는 “연구소 설립 이후 허친스가 Fed의 생각에 자신의 흔적을 조금씩 남길 수 있었고, 이제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더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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