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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함께 쓰는 립스틱…‘성 중립’ 메이크업 브랜드 국내 첫 등장

같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 모델과 남성 모델이 동시에 등장한다. ‘모두에게 즐겁고 실용적인 룩을 제안한다’는 모토로 론칭한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LAKA)’의 모델 이미지는 남성과 여성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 5월 14일에 론칭한 라카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성 중립’을 내세운 메이크업 브랜드다. 
같은 색의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한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의 여성 모델과 남성 모델. [사진 라카 인스타그램]

같은 색의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한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의 여성 모델과 남성 모델. [사진 라카 인스타그램]

라카의 주요 품목은 립스틱으로 총 12가지 컬러를 출시했다. 립스틱 색상은 다른 메이크업 브랜드와 비슷하게 핑크부터 레드, 누드 컬러까지 다양하다. 단지 다른 점은 남녀 모델이 동일한 제품을 사용한 이미지 컷을 선보임으로써 ‘남성을 위한 색’ ‘여성을 위한 색’을 따로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아직은 생경한 콘셉트지만 국내 남성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립스틱만 출시된 현재 전체 매출의 20~30%를 남성 구매자가 차지하고 있다.  
남성이나 여성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실용적인 메이크업을 제안한다는 '라카'의 광고 비주얼. 남성 모델이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한다. [사진 라카 인스타그램]

남성이나 여성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실용적인 메이크업을 제안한다는 '라카'의 광고 비주얼. 남성 모델이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한다. [사진 라카 인스타그램]

성 중립(gender neutral), 젠더리스(genderless) 등 성에 따른 경계나 한계를 두지 않는 트렌드는 패션 업계에선 이미 익숙하다. 남자·여자 옷을 구별하지 않는 유니섹스 패션, 빅 트렌드로 떠오른 젠더리스 룩 등이 대표적이다. 원피스처럼 무릎까지 내려오는 셔츠 드레스를 남자가 입고, 남자 옷같은 오버사이즈 재킷을 여자가 입는 일은 흔한 풍경이 됐다.   
2013 가을겨울 JW앤더슨 컬렉션. 여성의 것으로 여겨졌던 프릴 장식의 팬츠와 부츠를 입은 남성 모델들이 줄지어 나왔다. [사진 JW 앤더슨]

2013 가을겨울 JW앤더슨 컬렉션. 여성의 것으로 여겨졌던 프릴 장식의 팬츠와 부츠를 입은 남성 모델들이 줄지어 나왔다. [사진 JW 앤더슨]

하지만 뷰티 업계는 오랫동안 성을 구분하고 이를 강조하는 것에 익숙했다. 여성용 화장품에는 꽃무늬 혹은 핑크 용기를 사용하고 여성스러운 향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남성용 화장품에는 스틸 재질, 파랑색 패키지 등 강한 이미지의 용기를 주로 사용하고 겉에는 ‘포 맨(for man)’이라는 문구를 필수적으로 삽입했다.  
보통의 남성 화장품들은 남성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젠더 마케팅을 해왔다. [사진 비오템 옴므]

보통의 남성 화장품들은 남성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젠더 마케팅을 해왔다. [사진 비오템 옴므]

이렇게 성에 따른 구별을 철저하게 강조해왔던 뷰티 업계에서도 최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솝이나 키엘 등 중성적인 느낌의 용기 디자인을 사용하고, 남자가 써도 좋고 여자가 써도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브랜드가 늘어났다. 향수나 보디 케어 제품으로 넘어가면 성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진다. 남성을 위한 향인지, 여성을 위한 향인지 모호한 풀 향·물 향 등 중성적인 향수·보디 제품이 인기다.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굳이 여성용 향수, 남성용 향수를 구별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각자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이다.[사진 딥티크]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굳이 여성용 향수, 남성용 향수를 구별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각자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이다.[사진 딥티크]

하지만 메이크업 제품만큼은 최후의 보루였다. 립스틱, 컨실러,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눈썹 메이크업 제품 등은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아직도 남성이 화장을 한다는 것 자체를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루밍’을 표방하는 남성 전용 메이크업 제품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 중립 화장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남성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메이크업을 제안했고, 남성만을 위한 메이크업 제품임을 명시했다. 남자다운 눈썹을 만들어주는 눈썹 메이크업 제품, 남성의 피부를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남성용 비비크림 등이 그 예다.  
성 중립 화장품은 남녀 경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파격적이다.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게 더 이상 의미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성 소수자까지 커버한다. 무엇보다 굳이 남성을 위한 제품인지, 여성을 위한 제품인지, 혹은 어떤 특정 성 정체성을 위한 제품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메이크업에는 성별이 없다'고 내세우는 '제카'의 광고 비주얼. [사진 제카]

'메이크업에는 성별이 없다'고 내세우는 '제카'의 광고 비주얼. [사진 제카]

이런 성 중립 메이크업 브랜드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영국 브랜드 ‘제카(JECCA)’가 대표적이다. ‘메이크업에는 성별이 없다(makeup has no gender)’는 브랜드 모토를 가진 제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시카 배클러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표 제품은 컨실러 팔레트로, 여성의 피부 잡티는 물론 남성의 수염 그림자까지 커버한다고 광고한다.  
한 가지 컨실러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어필하는 광고 이미지. [사진 제카]

한 가지 컨실러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어필하는 광고 이미지. [사진 제카]

미국의 ‘플루이드(fluide)’도 남성, 여성, 모두를 위한 메이크업 브랜드를 지향한다. 파란색 등 독특한 색의 립스틱과 펄 매니큐어, 아이라이너 등을 선보이며 성 소수자를 위한 단체에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미국의 젠더 뉴트럴 브랜드 '플루이드'의 모델 컷. [사진 플루이드]

미국의 젠더 뉴트럴 브랜드 '플루이드'의 모델 컷. [사진 플루이드]

지난 4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성 다양성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뷰티 업계에서 전통적인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줄어들고, 성을 구별 짓는 젠더 마케팅이 낡아 보이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은 2018년 글로벌 트렌드로 ‘성 중립적인 뷰티’를 예측한 바 있다. 민텔은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젠더 고정 관념과 기대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브랜드가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캠페인 전면에 성 중립적인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유지연 기자yoo.jiyoen@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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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