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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1만명, 줄 폐업···GM공장 폐쇄에 군산 경제 파탄

31일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군산=김준희 기자

31일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군산=김준희 기자

회사와 함께 직원 1800명 뿔뿔이 흩어져 
 
"사물함 정리도 하고, 경력증명서 등 재취업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가려고 왔습니다."

"굿바이, GM 군산공장…" 작별 인사했지만…

31일 오전 10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바리케이드가 쳐진 정문을 통해 캐주얼 차림의 남녀 직원들이 오갔다. 주차장엔 이들이 타고 온 GM 차량 20여 대가 서 있었다. 이날은 한국GM 군산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는 날이다. 1996년 대우자동차가 준중형 세단 누비라 1호 차를 생산한 지 22년 만이다.  
 
남편과 함께 마지막 짐을 챙기러 공장을 찾은 황미연(46·여)씨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황씨는 회사가 '대우자동차'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1996년에 입사해 22년간 재무 및 생산관리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GM 군산공장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함께한 셈이다. 황씨는 "오늘 회사엔 130~140명이 출근했다. 희망퇴직한 직원들은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나머지 (회사에 남는) 직원들은 (다른 공장에) 전보 발령이 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이어서 서로 기분 좋게 작별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미룡동 전세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직장을 구하면 여기를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31일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군산=김준희 기자

31일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군산=김준희 기자

조선소 이어 GM 문 닫자 지역 경제 '휘청' 
 
GM 군산공장 폐쇄로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1800여 명도 뿔뿔이 흩어진다. 40명만 공장에 남아 공장 정리와 유지·보수를 맡는다. 희망퇴직자 1180여 명은 이날로서 회사를 영원히 떠난다. 회사에 남은 680명 중 200명은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에 우선 배치되고, 480명은 3년간 무급 휴직이 적용된다.    
 
GM 공장이 있는 오식도동 상가는 낮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길가에 택시를 세워둔 운전기사 김모(45)씨는 "공장이 잘 돌아갈 때는 강원도 등 장거리를 많이 갔는데, 요즘은 '시내 나가자'는 손님도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앞 안내판.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앞 안내판. 군산=김준희 기자

협력업체 149곳 '개점 휴업'…"자금 아닌 일감 달라" 
 
8년째 같은 자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정모(54·여)씨는 "하루 24시간 하던 가게를 1년 전부터 오후 9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멈추자 매출이 급감해서다. 이런 와중에 GM 군산공장마저 폐쇄되자 정씨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예전엔 점심에 테이블 10개를 두세 바퀴 돌렸는데, 요즘은 절반도 안 찬다"며 "정부 지원은 일시적인 처방이고, 공장들이 다시 가동돼야 (상인들이) 먹고 살 수 있다. 연말까지 기다려 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가게를 접을 것"이라고 했다.
 
GM 군산공장에 의존해 온 협력업체 149곳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이 중 30%가 자금난과 일감 부족으로 도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GM 군산공장에 시트를 납품해 온 (주)대성정밀 신현태 대표는 "최근 1년 새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협력업체들은 물량이 줄어서 받는 타격보다 공장 폐쇄로 인한 금융권의 자금 (상환) 압박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31일 공장 인근 군산 오식도동 상가 거리. 상점 상당수가 이미 폐업한 상태다.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31일 공장 인근 군산 오식도동 상가 거리. 상점 상당수가 이미 폐업한 상태다. 군산=김준희 기자

정부, 위기지역 지정했지만…"나머지 지역과 다른 지원이 뭔가?" 
 
정부는 지난 4월 군산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및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지난 2월 13일 GM마저 군산공장 폐쇄 계획을 밝혀서다. 당시 정부는 "근로자·협력업체·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함께 보완 산업 육성 및 기업 유치 등을 포함한 종합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파탄 난 지역 경제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는 지적이다.  
 
실제 군산의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 상반기 군산시의 실직 인원이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군산시 지역내총생산(GRDP)도 지난 2011년 대비 17.2%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과 연관 서비스 산업 등도 휘청이고 있다. 원룸 공실률은 70%에 달하고, 요식업의 휴·폐업 신고는 2015년보다 43%(지난 3월 기준) 늘었다.  
 
군산 오식도동에서 폐업한 상점에 붙은 임대 광고 현수막. 군산=김준희 기자

군산 오식도동에서 폐업한 상점에 붙은 임대 광고 현수막. 군산=김준희 기자

군산 찾은 김상조 위원장에 "불공정하다" 직격탄 날린 협력업체들
 
사정이 이런데도 GM 군산공장 협력업체와 실직자를 돕기 위한 정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북도는 올해 추경예산으로 1063억원을 확보했다. 이 중 군산에는 '근로자 및 지역협력업체 지원' 예산 217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전북도가 요청한 '자동차 부품기업 위기 극복 지원(연구 및 개발)' 추경예산(300억원)과 '자동차산업 퇴직인력 전환 교육 및 재취업 지원 사업' 추경예산(221억2000만원)은 각각 50억원, 81억원만 반영됐다. 이 때문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군산을 찾아 GM 군산공장 협력업체 대표들과 만나 "공장 폐쇄 관련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한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고용·산업위기지역이라고 지정했는데 나머지 지역에 지원하지 않는 (특별한) 지원이 뭐냐. 정부가 불공정하다"고 따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 대표는 "경영안정자금이나 실업수당도 좋지만, 협력업체에 일감을 만들어 줘야 고용도 유지할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나 타타대우 등 완성차 업체에서 수입하는 부품을 우리가 만들어 납품하면 설계부터 금형·용접·조립 등 연관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만들 수 있다. 정부에 수차례 이런 연구·개발 사업에 예산을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의 반영이 안 됐다"고 했다.
 
31일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직원들이 마지막 짐 정리 등을 하러 공장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군산=김준희 기자

31일 폐쇄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직원들이 마지막 짐 정리 등을 하러 공장 안으로 걸어가고 있다. 군산=김준희 기자

군산시도 '위기지역' 지정이나 추경예산은 장기적인 대책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1000억원을 돈으로 주는 것보다 군산공장이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게 급선무"라며 "GM이 군산공장에서 하루 속히 손을 떼거나 실질적인 공장 활용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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