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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에 재하청 대입개편안, 돌고돌아 도로 교육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갈 때도 대입이 현행처럼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뉘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대입 전형은 선발방식과 모집 시기에 따라 정시·수시로 나뉘는데, 이런 구분을 없애지 않는 것이다. 선발시기가 나뉘어 고3 2학기 수업이 파행되는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이대로 유지할 경우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입특위, 2022년 입시 개편안 관련
학생부 비율 등 공론화 범위만 발표
"세부안 교육부서 마련" 다시 떠넘겨
수시·정시 통합은 사실상 백지화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했다. 학생 선발 방식 간 비율, 수시에서의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법 등 세 가지다. 대입특위가 약 한 달간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한 공론화 범위를 국가교육회의가 30일 확정했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은 “국민의 관심도, 대입 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 전문적 판단의 필요성 등을 기준으로 적용해 공론화 범위를 정했다”며 “교육부가 필수 논의 사항으로 요청한 수시·정시 통합 여부는 현행 분리 체제를 유지할 것을 교육부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반드시’ 결정해 달라고 요구한 내용 중 학생 선발 시기(수시·정시 통합)가 빠지고 수시에서의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는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은 학생부전형 등에 폭넓게 활용돼 대입전형에서 비중이 높다. 이를 완화·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기 때문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용어사전 > 수능 최저학력 기준
 대입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기준.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며, 내신이나 논술 등이 우수해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한다. 보통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중 일부 영역의 일정 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수능 평가방법에선 교육부가 제안했던 세 가지 방식 중 ‘수능 원점수제’가 제외됐다. 모든 과목 절대평가 전환(1안)과 현행 상대평가 유지(2안) 두 가지를 대상으로 공론화를 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수능 원점수제는 국민적 관심도가 낮고 점수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돼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용어사전 > 원점수
맞힌 문제의 문항당 배점을 그대로 더한 점수. 국·영·수는 100점, 탐구영역은 50점 만점. 원점수는 영역·과목 간 난이도 차이 때문에 직접 비교가 불가능해 수능 성적표엔 표기되지 않는다.
‘선발시기 통합’ 제외는 예견됐다. 최근 김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면 수능전형과 학생부전형의 칸막이가 허물어져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나올 수 있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선호도 높은 대학에 가려면 수능과 내신·비교과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수능 평가방법은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수능개편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다 여론을 의식해 결정을 1년 유예했다. 당시 교육부의 방안은 국어·수학·탐구는 상대평가로 치르고, 나머지만 절대평가 하는 방법, 그리고 전체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 하는 방안이었다. 대입특위가 이번에 발표한 수능 평가방법 방안과 똑같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해와 논의 주제가 똑같을 거면 도대체 1년 동안 왜 유예를 한 건지 모르겠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공론화위가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에 학생 선발 방식 비율,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법 등이 포함됐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에 학생 선발 방식 비율,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법 등이 포함됐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서 판단해주기를 요구했던 핵심 사안이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된 점도 문제다.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 대학 선발 투명성 제고, 대학별 지필고사 시행 여부, 수능 과목 구조, EBS 연계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공을, 국가교육회의가 다시 교육부에 넘긴 모양새가 됐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하청을 주고, 대입특위·공론화위로 재하청에 재재하청을 준 것이 다시 교육부로 넘어간 것이다.
 
이날 대입특위가 발표한 내용의 공론화는 6월 시작된다. 학생·학부모·교사·대학관계자 등 20~25명이 공론화 범위를 조합해 4~5가지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 7월까지 권역별 국민 토론회, TV 토론회, 온라인 의견수렴 등이 이뤄진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학생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미래세대 토론회'를 별도로 열린다. 미래세대 토론회는 중·고교생 위주로 4차례 열린다.   
7월에는 대입 개편안을 결정할 시민참여단이 출범한다. 참여단은 선거권이 있는 19세 이상 국민 가운데 거주지, 성별, 나이, 대입제도에 대한 의견 등을 고려해 400여 명으로 구성한다. 참여단은 대입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자료집을 학습하고 토론회 등을 거쳐 어떤 개편 시나리오를 찬성하는지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공론화위원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국가교육회의 대입특위에 제출하고, 대입특위가 개편안을 만들면 국가교육회의가 이를 교육부에 권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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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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