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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넌 누구냐]⑧논술은 사고력 시험인가, 사교육 원흉인가

올 8월 확정될 대입 개편안을 둘러싸고 교사·학생·학부모·시민단체 등이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핵심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통한 입시 경쟁이 공정한지, 내신 성적 등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입시에 활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타당한지에 대한 공방입니다.
 
저마다 “수능이냐, 내신이냐”에 대해 한치의 물러남 없이 맞서고 있지만, 정작 대학에선 수능과 내신 모두 “불완전한 평가”라고 말합니다. 수능과 내신이 전혀 다른 방식인양 맞대결하고 있지만 사실 둘 다 ‘객관식 시험을 통한 줄 세우기’라는 면에서 동일한 한계를 가진 평가라는 겁니다.
 
논술시험은 객관식 위주인 수능과 내신만으로는 학생의 실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된 평가 방식입니다. 논술전형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객관식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라도 창의력과 사고력 등 진짜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논술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을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반면 상당수 교사·학생·학부모는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별 논술시험을 준비할 수 없다”면서 “과도한 사교육의 원인인 대학별 논술고사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대입, 넌 누구냐’에선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논술의 두 얼굴을 살펴봅니다.
 
대학, 교사도 못 푸는 논술 문제 출제…사교육 불씨 키워
논술은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4년 본격 시행됐습니다. 초기에는 ‘정의에 대해 논하라’ 등의 주제를 제시하고 자유롭게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이었죠. 그러다 학생들이 예상 문제를 뽑아 답안을 작성하고 이를 달달 암기하는 식으로 준비하자 대학들은 97학년도부터 ‘고전 논술’을 도입합니다. 고전을 제시문으로 출제해 독해력과 문장력을 측정한 겁니다. 이후 여러 개의 짧은 지문이 등장하는 형식으로 바뀌자 수험생들은 “수능 준비도 벅찬데 고전 여러 권 읽을 시간이 어딨냐”는 불만을 토로하며 사교육에 의존합니다.
 
논술 사교육은 2008년 서울대가 ‘통합교과논술’을 도입하면서 본격화됩니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특정 교과에 대한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여러 영역에서 제시문을 출제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형태였죠. 익숙한 인문 논술과 별개로, 수리·과학 논술이 생겨난 것도 이때입니다.    
 
이 시기의 수리·과학 논술에는 고교 교육과정과 동떨어진 대학 수준 문제가 자주 출제돼 사교육의 불을 당겼습니다. 심지어 고교에서 10년째 수학을 가르친 현직 교사도 제한 시간(5시간) 안에 주어진 4개 문항을 다 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수리논술 문제는 수학교사들도 어려워한다. 한 현직 교사는 서울대의 지난해 수리논술 문제를 제한시간인 5시간 안에 풀지 못했다. 대학 1학년이 배우는 해석학의 ‘특이적분’ 문제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이런 문제를 내는 것은 대학이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한숨 쉬었다.(중앙일보 2012년 8월 20일자, 고교 교사 94% “수리논술, 학교 수업으론 대비 못해”)

서울 대치동 논술전문학원앞에서 학원생들이 집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기디리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대치동 논술전문학원앞에서 학원생들이 집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기디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처럼 대학별 논술고사가 ‘학교 교육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시험’ ‘학원 배만 불리는 시험’이란 지적과 사교육의 원흉이란 지탄이 쏟아지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입 논술 개선 방안을 내놓습니다. 2013학년도부터 논술시험의 출제 범위를 고교 교과과정으로 한정하고, 논술 시험 출제 과정에 고교 교사 5~10명을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더불어 정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시행하며 대학에 논술전형 폐지를 유도합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2014학년도부터, 고려대는 2018학년도부터 논술시험을 폐지했습니다.
 
객관식 시험으론 미래 역량 저하, 외국 대입도 논술 중심 
그런데 정말 논술시험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나쁜 시험일까요. 사실 논술고사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대학은 물론, 대다수 고교 교사들도 현행 주입식, 단순 암기식 수업의 체질을 바꾸려면 논술 시험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수능과 내신같은 객관식 시험의 성적을 높이려면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주입식 수업이 효과적이지만, 논술을 잘 하려면 학생들이 독서와 토론을 통해 사고력을 키워야 하고 학습한 지식을 현실에 적용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미래 역량과도 이어집니다. 세계적인 교육학자 로베르타 골린코프와 캐시 허시 파섹은 이들의 저서 『최고의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가 갖춰야 할 6가지 역량으로 협력·의사소통·콘텐트·자신감과 비판적 사고, 창의적 혁신을 꼽았는데요. 그러면서 “정답을 맞추면 상을 받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전혀 격려받지 못하는 교육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답 맞추기에만 급급한 객관식 시험의 한계를 꼬집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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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학 입시 제도와 비교하면 논술시험의 필요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의 저자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의 대입 시험은 논술형이 기본이다. 대입 시험을 전과목 객관식으로 치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교과서의 내용을 암기해 답을 찾는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학생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논술 형태의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                 [자료: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제공]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 [자료: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제공]

 
이처럼 논술시험은 세계 선진국의 대입 추세이자, 미래 역량 강화와도 직결됩니다. 지금 대입 개편 논의는 온통 '수능이냐, 학종이냐'로 뜨거운데, 어찌보면 '논술시험 확대냐, 폐지냐' '논술시험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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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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