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론] 궐련형 전자담배도 폐암 사진 부착이 맞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 전 대한금연학회장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 전 대한금연학회장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암 사진을 부착하기로 하자 담배회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활성화하는 소위 ‘담배 위해성 감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 모두 기존의 궐련보다 덜 해롭기 때문에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담배회사들, 암 사진 부착에 반발
궐련형 전자담배도 폐암 위험 커
‘덜 해로운 담배’ 사용 활성화 막고
포괄적 담배 규제정책 강화해야

이런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려면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필요하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를 모두 전자담배라 부르니 두 제품이 비슷한 것처럼 생각하고, 이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둘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를 기존 궐련보다 낮은 온도로 가열해 에어로졸을 발생시켜 흡입하는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흔히 말하는 전자담배)는 담배에서 추출한 액체 상태의 니코틴을 에어로졸 형태로 기화시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궐련과 거의 동일한 담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자담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담배제품이다. 따라서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아니라 ‘가열담배’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굳이 분류하자면 가열담배는 전자담배보다 궐련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가열담배는 안전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가열담배의 주 생산자인 필립모리스의 연구원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가열담배 배출물에는 1급 발암물질인 NNAL과 NNN이 각각 궐련의 34%와 12%가 포함돼 있다. 가열담배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폐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열담배와 궐련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혈관내피 기능이 동일한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열담배가 궐련과 같은 수준으로 심장질환이나 중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론 5/31

시론 5/31

담배회사 주장대로 가열담배가 폐암 등을 발생시키는지를 확실하게 확인하려면 약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과거 담배회사는 많은 연구에서 궐련과 폐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후에도 수십 년간 궐련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었고, 이로 인해 무수히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더는 담배회사가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담배회사는 또 가열담배 배출물의 유해물질이 궐련보다 95% 적기 때문에 덜 해롭다고 주장한다. 담배회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연구결과를 왜곡하거나 감추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전력이 있고, 독립적인 연구에서 어떤 유해물질의 농도는 담배회사의 연구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이 주장을 전부 믿을 수는 없다.
 
또한 해로운 정도는 담배 배출물(연기나 에어로졸)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양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제품이 국민 전체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 가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가열담배나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함유량은 궐련보다 낮지만, 그렇다고 전체 국민의 건강에 덜 나쁜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자담배 사용은 궐련 사용을 증가시킨다. 전자담배는 궐련 사용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전자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청소년의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고 태아의 기형을 유발한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명확하지 않다. 전자담배 사용이 금연율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지만, 반대로 금연율을 20% 이상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심장마비나 뇌졸중은 궐련 한 개비를 피워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위원회는 가열담배가 기존 궐련보다 국민의 건강에 해를 덜 줄 것이라는 주장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이 전자담배를 담배제품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담배회사는 가열담배나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덜 해롭다고 주장하지만, 전자담배의 에어로졸은 무해한 기체가 아니다. 가열담배에는 발암물질과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 들어 있다. 가열담배나 전자담배는 거대한 자본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담배회사가 생산한다. 이들은 ‘덜 해로운’ 담배를 판매하면서도 ‘아주 해로운’ 궐련의 판매는 중단할 생각이 없다. ‘덜 해로운’ 담배는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담배회사의 이윤을 위한 새로운 제품이다.
 
가열담배나 전자담배 등 ‘덜 해로운’ 담배의 사용 활성화가 아닌 포괄적인 담배 규제 정책의 강화가 국민 건강을 위한 올바른 길이다. 가열담배에 암 사진을 부착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 전 대한금연학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