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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트럼프 야근 유감

김승현 정치부 차장

김승현 정치부 차장

언론사의 저녁은 아슬아슬하다. 야근 시스템이 작동하는 오후 8시를 전후해 발생하는 사건이 보도 우선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해졌는데 주요 진원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다. 야근 기자는 ‘시한폭탄’을 다루듯 이곳을 분 단위로 살핀다. 마감이 임박한 오후 10시쯤(워싱턴 시간 오전 9시)엔 긴장감이 더 커진다. 이때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등에 대해 올린 ‘트윗’은 한국 신문의 1면을 바꾸고 있다. 말 그대로 ‘트럼프 야근’이다.
 
지난 29일엔 오후 7시30분쯤부터 야근이 바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잠이 없었는지- 워싱턴 시간 오전 6시30분쯤 트윗을 날렸다. “김영철이 지금 뉴욕으로 오고 있다. 내 편지에 대한 확실한 답변(solid response), 고맙다”는 요지였다. 내외신이 추정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김영철(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방문은 그렇게 공식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 등의 일부 공무원도 비슷한 사정이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을 모니터링하는 업무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최우선으로 추가됐다. 트윗 알람을 설정한 공무원들은 ‘트럼프 대응팀’이란 별칭도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워를 알기에 트윗이라는 발언 형식은 ‘참을 수 없이’ 가볍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를 다루는 한국 언론인이나 공무원의 심리적 무게감에 견주면 더 그렇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1월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공동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트럼프 당시 당선인의 트위터 사용에 부정적이었다. “즉흥적으로 쓴 메시지가 의도하지 않은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즉흥성은 그가 북한과 하는 게임(또는 장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압도하는 장점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함께 게임을 하는 우리의 대표는 그의 스타일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언론과 국민이 느끼는 불쾌감 또는 소외감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미국 국민과 언론을 향해서는 “너는 해고야! (You’re fired!)”라고 외치더라도 한국의 뉴스 소비자에겐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한 뒤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요청으로 하루 늦게 발표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언론에 양해 말씀을 구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한국 국민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부담하고 미국산 제품을 사는 소비자라는 점을 각인시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김승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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