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자동차 관세 예고 미국에
결연한 대응 의지 보여라
당장 발등의 불은 자동차다. 지난주 트럼프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 정부는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한국 경제엔 재앙이다. 지난해 대미 상품 흑자는 180억 달러였다. 이 중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흑자가 181억 달러다. 자동차가 막히면 대미 교역이 당장 적자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유지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GM 철수는 새 발의 피인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철강은 무역확장법 발동 후 트럼프의 결재까지 11개월이 걸렸다. 미국의 타깃이 한국이 아닌 독일·일본일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트럼프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언제든 한국을 희생양 삼을 수 있다. 김현종은 ‘통상 사수’에 직을 걸어야 한다.
둘째, 김현종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 및 철강 협상 당시 “안보 따로, 통상 따로”라며 결연한 대처를 주문했다. 북한을 빌미로 한국이 얻어맞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김현종은 받아온 것 없이 주기만 했다. 철강 협상에서 쿼터제를 받은 것은 최악의 수였다. 미국과 일대일로 싸워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럽연합·일본 등과 연계 대응했어야 했다. 트럼프의 전략은 각개격파다. 쿼터제 수용은 그런 트럼프의 전략에 말려든 것과 같다. 자동차야말로 다자간 틀에서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링과 선수를 다 바꿔야 한다. 각개격파당한 패장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김현종은 아프게 새겨야 한다.
셋째, 김현종은 말이 행동보다 앞서 왔다. “당당하게 협상하겠다”다더니 “미국이 진짜 FTA 폐기를 말한다”며 금세 꼬리를 내렸다. 서희와 처칠의 협상에 자신을 빗댄 자화자찬, 줄 것 다 주고 와서는 “빛 좋은 개살구만 주고 왔다”는 사실 호도, 환율 협상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라는 책임 전가까지 통상 협상 사령탑으로서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다.
수출길이 막히면 일자리가 줄고, 원화값도 떨어진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앉은 자리에서 국민 소득도 줄어든다. 가뜩이나 한국은 유학생·상사원이 많고 인구 대비 해외여행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수출이 잘돼야 원화값도 오를 수 있다. 이 정부의 경제 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도 한국 수출이 버텨줘야 한다. 통상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