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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홈런 미스터리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상·하위 타선을 막론하고 삼진아웃과 홈런이 줄 것이다.”
 
통계를 통해 야구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힌 천재, 빌 제임스의 ‘예언’이다. 2000년대 초에 2015년의 야구가 어떠할지 추론한 내용의 일부다. 걸어서든, 단타로든 베이스를 채우는 능력, 즉 출루율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구단에서도 그런 선수들을 더 찾게 될 것이란 뜻이기도 했다.
 
예언이 적중한 듯했다. 홈런 총수가 2014년 4186개로,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테로이드 금지약물이 횡행하던 2000년에 정점(5693개)을 찍은 이래 내리막이었다. 2015년이라고 다를 리 없어 보였다. 그러나 달랐다. 그해 723개나 더 쳐냈다. 2016년엔 총 5610개였고, 지난해엔 6105개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다.
 
야구계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다시 스테로이드에 손을 댄 게 아니냐, 공이 달라졌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다. 2015년 따뜻했던 터라 지구온난화 이론까지 동원됐다. 기온이 0.6도 올라갈 때마다 홈런이 0.6%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이게 맞는다면 2014~2015년 홈런이 17.3% 증가했으니 기온이 173도 더 올랐어야 한다는 계산인데도 말이다.
 
그중 신빙성 있게 여겨진 것도 있으니 2015년 도입된 ‘스탯캐스트’ 효과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사실상 모든 움직임을 측정한 빅데이터였다. 특히 공의 궤적, 그중에서도 공이 배트에 맞고 튕겨 나가는 각도(발사각)와 속도가 주목을 받았다. 강한 타구가 발사각까지 크면 홈런이 될 수 있다는 게다. 이로 인해 올려 치는 듯한 ‘어퍼 스윙’이 각광을 받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해 8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내로라하는 과학자 10명에게 홈런이 증가한 이유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주 그 결과가 나왔다.
 
“아직 모르겠다.”
 
그간 거론된 건 변수라고 보기 어려웠다. 대신 공에 대한 항력계수(공기저항)가 줄어 공이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왜 항력계수가 줄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공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무게와 크기, 소재, 바느질은 물론 반발계수나 탄성도가 사실상 동일했다. 그런데도 공기역학이 달라졌다. 과학자들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특정 현상을 두고 의견을 갖기 쉽다. 그걸 답이라고 믿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쉽다. 그럴수록 자기 확신도 강해진다. 그런다고 그게 답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근래 도처에서 목격하는 일들이다. 겸손해지자. ‘홈런 미스터리’가 주는 교훈이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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