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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공약 … 131조원어치 주식 무기로 기업 움직인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비상식적인 행위에 뿔난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경영권 박탈 등을 강하게 요청하는 데다 대한항공의 기업 가치가 훼손되자 전례 없는 행동에 돌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대한항공 일가족의 경영권 박탈 등을 요청하는 청원이 20여 건 올라와 있다. 게다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건이 보도되기 전날인 4월 11일 대한항공 주가(3만5900원)에 비해 30일 종가가 10.9% 하락했다.
 

“그동안 책무 다 못한 국민연금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이자 경고”
정부선 “경영 참여는 아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찬성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투자 기업(772개)의 주주총회(708회)에 상정된 2899개의 안건에 86.9%의 찬성, 12.9%의 반대표를 던졌다(나머지는 중립). 2013년 이후 비슷하다. 국민연금 적립금(626조원)은 가입자 보험료와 운용수익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운용수익은 41조원으로 연금 지급액(19조원)을 충당하고도 한참 남는다. 잘 굴리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3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찬성 거수기’에서 한발 더 나간 게 비공개 서한 보내기다. 2015년 이후 52건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파동이 나자 “대책이 뭐냐”며 비공개 서한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사태가 끝나면 대책을 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 관련된 옥시도 마찬가지였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은 “비공개 서한이다 보니 하나마나한 답변을 받기 일쑤여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30일 결정된 세 가지 주주권 행사는 그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다 국민연금의 역할 강화 분위기를 타고 살아났다. 국민연금은 3월 중순 ‘감시 업무를 소홀히 한 자’를 이사 선임 반대 사유에 추가한 뒤 삼성물산 최치훈 대표이사와 이영호 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도 거의 반대로 기울었다.
 
이런 움직임의 종착역은 7월 도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번 주주권 행사는 크게 보면 이의 일환이다. 일각에서 ‘연금 사회주의’를 걱정한다. 600조원대인 국민연금이 2044년 2500조원까지 커져 기업을 쥐락펴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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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단계적 접근을 주문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결정은 적극적 경영 간섭은 아니다. 그 전 단계로서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이자 경영진에 대한 경고”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적극 개입’ 단계로 급히 가기보단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를 보면) 아직까진 완전한 주주권 행사 쪽으로 기조가 바뀌진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 국민연금이 이 정도만 개입해도 기업이 상당히 주의할 것이다. 개입을 강화하더라도 자산가치 극대화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이번 조치는 경영 참여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주주권 행사라고 본다. 복지부 최 과장은 “기업이 우려하는 경영 참여는 이사 추천 또는 파견, 이사회 소집, 경영진 교체 등을 말하는데, 이번 조치는 이런 것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때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경영 참여로 확대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반겼다. 윤 의원은 30일 논평에서 “기업이 사회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경우 국민연금에서 투자받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반대로 공적 가치를 지키며 기업을 운영하면 연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거라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대한항공 이미지가 나빠지고 주가가 떨어지는데 국민연금이 가만히 지켜보는 게 더 문제”라며 “그동안 국민연금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기업을 이해하는 ‘친구 기관투자가’가 생기는 긍정적 면이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침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20여 개국이 도입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조현숙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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