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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 “EU 금융위기 먹구름 … 긴축 중독 벗어나야”

조지 소로스. [로이터=연합뉴스]

조지 소로스. [로이터=연합뉴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에 다시 힘이 실렸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가세하면서다. 위기의 진원지로 유럽연합(EU)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세계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서 경고음 울린 ‘금융 큰손’
경제난 이탈리아·그리스 정부에
EU, 부채 축소 등 긴축만 강요
각 회원국에 정책 재량권 더 줘야

소로스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외교협의회(ECFR) 연례회의에서 “달러 강세로 자본이 이탈하면서 대규모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EU에도 위기 먹구름이 몰려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EU가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난민 위기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같은 영토 붕괴, 긴축 정책을 EU가 직면한 3가지 문제로 꼽았다.
 
소로스가 주목한 EU의 위기는 결속력 약화에서 기인한다. 독일 등 경제 강국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다른 회원국에 부채 축소 등 긴축 정책을 강요한 탓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로존 회원국은 유로화란 단일 통화에 묶여 있다. 회원국은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정책은 개별 국가가 맡는다. 각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경제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역내에서도 불균형이 커지는 이유다.
 
독일의 경우 경제력에 비해 유로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덕에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며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진다. 반대로 이탈리아나 그리스는 경제력보다 유로화 가치가 높은 탓에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국채를 발행해 빚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유로화 가치 수호를 위해 회원국은 재정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들 국가에 긴축을 강요한 이유다.
 
가혹한 긴축 채찍을 견디다 못한 회원국은 EU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그렇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승리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정당인 동맹당은 EU의 노선과 어긋나는 재정 확대와 감세 방침을 밝히며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단일 통화 체제에서 회원국이 반쪽 경제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는 잦은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표현을 빌리면 ‘파국의 고리’다. 정부의 위기가 은행의 위기로 이어지고, 은행의 위기가 다시 정부의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다. ECB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의 총자산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79%에 이른다. 스페인은 9%가 넘는다. 빚을 갚을 정부의 능력이 떨어지면서 은행도 부실해지는 셈이다. WSJ은 “부채에 시달리는 정부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정부는 은행을 지원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가 방아쇠를 당긴 ‘파국의 고리’는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채권과 주식은 모두 급락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0.481%포인트 오른 3.164%에 거래를 마쳤다. 2년물 국채 금리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딧 주가는 5.6% 하락했다. 유로화 가치도 0.73% 하락했다.
 
파국 고리를 피하려는 자금은 안전자산을 찾아 움직였다. 미국의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몰리며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781%, 2년물 금리는 2.391%까지 떨어졌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0.26%에 거래를 마쳤다. WSJ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EU 개별국의 금융시장을 흔들고, 유로화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 통화에 발목 잡힌 EU의 위기를 돌파할 방법은 있을까. 소로스는 “재정 정책과 관련해 EU가 긴축 중독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며 각국에 더 많은 정치·경제적 재량권을 부여하는 ‘멀티 트랙 유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통합된 정책을 추진해 온 ‘멀티 스피드 유럽’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 공동체로 25년간 유지됐던 EU가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넓은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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