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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맞서려면 국내 기관투자가 적극적 역할 필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30일 코리아중앙데일리가 주최한 ‘2018 한국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30일 코리아중앙데일리가 주최한 ‘2018 한국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논란이 됐던 ‘엘리엇 사태’에 대해 국내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지침)’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활발히 참여하면 해외 ‘기업 사냥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취지다.
 

최종구 금융위장 한국경제포럼 강연
엘리엇 국내 성공 불편하겠지만
투자자 호응얻는 이유 살펴봐야

기업, 시장신뢰 얻는 근본해법은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하는 것

신흥국 금융위기 지켜보고 있어
한국 기초체력 튼튼, 안심해도 돼

최 위원장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코리아중앙데일리가 주최한 ‘2018 한국경제포럼’에 참석해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하는 일은 과거 기업 사냥꾼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며 “정책 당국이 나설 게 아니라 기업이 대응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경제 환경의 변화와 한국 금융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최 위원장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2010년 영국에서 시작했고,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기관투자가의 목소리가 커지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최 위원장은 ‘시장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애국주의 관점에서 불편해 보이는 행동주의 펀드가 성공한 것은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가 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장기 가치를 높이기 보다 단기 수익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면서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과 장기 가치를 높이는 것이 서로 상충하느냐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두 달 전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내놨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고, 그중 ‘모듈과 AS부품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반대표 행사를 예고하며 순익의 40~50% 배당,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 등도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면서 엘리엇의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주총에서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분할·합병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기업의 경영자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50% 넘는 지분을 갖고 있든지, 아니면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든지 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금융시장 동향과 관련해 최 위원장은 “신흥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안심해도 좋다”며 “거시 경제상황은 어느 때보다 튼튼하고 위기 대응능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은 잘 지켜보겠지만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내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은 70% 이상이 외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같은 장기 투자 자금”이라며 “금리 차가 발생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대규모로 빠져나갈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전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완화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실물 경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많이 창출되면서 기업 수익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실물 경제의 성과가 금융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할인)’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많아지면서 질적으로 크게 개선됐다”며 “어느날 갑자기 지급불능이 생길 우려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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