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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삼킬까 수영장 닫고 한달간 단축 근무 … ‘라마단’ 끝나면 16억 무슬림 쇼핑 파티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무슬림들이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모스크의 바위 사원(Dome of the Rock)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 이슬람력에 따라 지난 17일 시작된 라마단을 맞아 이집트는 한 달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입 봉쇄를 해제하는 조치를 내려 지역 긴장 해소에 나섰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무슬림들이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모스크의 바위 사원(Dome of the Rock)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 이슬람력에 따라 지난 17일 시작된 라마단을 맞아 이집트는 한 달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입 봉쇄를 해제하는 조치를 내려 지역 긴장 해소에 나섰다. [신화=연합뉴스]

지금 세계 16억 무슬림들은 라마단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슬람 달력(히즈라력) 9월에 해당하는 라마단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첫 번째 계시를 받은 달을 기리는 것으로 올해는 대략 5월 17일부터 6월 15일까지입니다(나라마다 하루 정도 차이 있음). 이 한달간 무슬림 대부분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도 마시지 않고 욕망을 억누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수행을 합니다.
 

5월 17일~6월 15일 금식·금욕
해 지면 이웃과 성대한 식사
죄수 사면 등 정치권도 화해
극단주의 테러 몰려 긴장도

이 신성한 라마단이 최근 테러로 얼룩졌습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선 9살 딸까지 동원한 일가족 자폭테러가 라마단 시작 직전 벌어져 공포를 자아냈습니다. 중동에선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날(5월 14일)과 맞물리면서 팔레스타인의 시위가 격화하고 유혈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이 같은 테러나 폭력은 라마단의 정신과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잇단 테러 때문에 해마다 이 기간 중동 및 이슬람권 아시아의 긴장은 고조돼 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라마단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가 라마단을 통해 드러나는 이슬람의 문화와 정치, 고민을 들려드립니다.
 
 
이슬람력 9월 … 해마다 날짜 바뀌어
 
지난 18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사원에서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있다. 라마단 한달간 무슬림들은 금식·금욕하며 이웃을 돌보는 의무를 진다. [A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사원에서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있다. 라마단 한달간 무슬림들은 금식·금욕하며 이웃을 돌보는 의무를 진다. [AP=연합뉴스]

동양문화권에 음력이 있듯, 이슬람 문화권에는 이슬람 달력 즉 히즈라력이 있습니다. 이슬람력도 1년은 12개월이지만 354일 또는 355일입니다. 라마단이 어떤 때는 겨울이고, 어떤 때는 여름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여름에 라마단을 맞으면 해가 길기 때문에 하루 중 금식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단 전쟁 중인 군인, 임신부나 환자, 15세 미만의 어린이, 장거리 여행객은 금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론 해질 때까지 물 마시는 것도, 껌 씹는 것도 안 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상당합니다. 월드컵을 앞둔 축구 선수들은 해가 진 뒤에야 ‘점심’을 먹고 달밤에 훈련한 뒤 자정께 ‘저녁’을 먹습니다. 때론 세속의 대의를 위해 종교적 결단을 하기도 합니다. 소말리아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한 장거리 육상 영웅 모하메드 파라(35)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이 라마단과 겹치자 금식 의무를 미뤘습니다. 수분 보충이 장거리 선수에게 무척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파라는 “대회를 마친 뒤 못 다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고 당시 은메달을 땄습니다.
 
이란 등 일부 국가에선 이 기간 수영장 문도 닫습니다. 물을 삼킬 수 있어서라는 ‘설’이 있습니다. 수영장만이 아니라 주요 관공서·학교도 일찍 닫고 일반 기업도 대부분 단축 근무합니다. 이 기간 이 지역에 출장이나 여행을 갈 경우 점심에 문 연 식당을 찾지 못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에 한해 제한된 장소에서 음주를 허용하는 국가라도 라마단 기간엔 술을 팔지 않고 음악 공연이나 노래방 영업도 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고요한 낮, 거룩한 낮’이 한달간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해진 후엔 오히려 더 많이 먹습니다. 이 기간 무슬림들은 새벽 서너시쯤 일어나 해 뜨기 전 죽과 같은 음식을 간단히 먹습니다. 해지는 시각에 맞춰 저녁기도를 마친 뒤 대추야자 등으로 허기를 잠시 달랩니다. 이후 가족, 이웃, 친구를 초대해 성대한 저녁(이프타르)을 심야까지 먹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이런 풍습을 잘 활용하면 라마단 기간에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무슬림들은 조언합니다.
 
금식과 이프타르는 라마단의 중요한 규칙이라 이게 시비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무슬림 권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교정복합시설에서 무슬림 죄수들이 라마단 기간에 적절한 음식을 제공받고 있지 못하다고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무슬림 죄수에게 금식 후 제공되는 식사 열량이 1100㎉ 정도로 성인 남성의 일일 섭취 권장량(2500㎉)에 훨씬 못 미치는데다 식단에 돼지고기까지 들어있다는 겁니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에서 이런 식사 제공은 사실상 ‘폭식 시위’와 비슷한 모욕이지요. 이것이 자유로운 종교활동의 방해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1조 등을 위반했다며 CAIR이 소송을 내자 미 연방법원은 심리에 앞서 교정당국에 ‘부적절한 식사 제공’을 즉시 금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라마단 의무는 금식만이 아닙니다. 라마단이 끝나면 무슬림은 ‘자카트’를 행합니다. 자카트란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로 일 년에 한 번 자기 재산의 2.5% 이상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현금으로 낼 수도 있고 가축·곡물·공산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자카트의 수혜 대상은 코란(이슬람 경전)에 명시돼 있는데, 고아와 가난한 자, 자선을 구하는 자, 자카트 모금에 헌신하는 자, 이슬람을 위해 일하는 자(이슬람 선교, 교육, 문화사업 종사자 등), 여행자, 노예, 죄수들입니다.
 
 
이집트, 가자지구 국경 열고 교류 허용
 
지난 21일 UAE 두바이에서 금식을 마친 뒤 단체 저녁식사(이프타르)를 준비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21일 UAE 두바이에서 금식을 마친 뒤 단체 저녁식사(이프타르)를 준비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터키 출신으로 온라인매체 ‘하베르 코레’ 편집장인 알파고 시나씨는 “한 달간 금식하다 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서 “라마단 이후에 자카트를 하는 것도 그런 심리가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파고는 다음달 라마단이 끝나면 터키 난민을 돕는 해외단체에 자산의 2.5%에 해당하는 현금을 송금할 거라고 합니다. 자산 계산은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 집값이 올랐으면 오른 집값만큼 자카트 규모도 커지는 거지요.
 
자카트에 담긴 자비심은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 반영되기도 합니다. 라마단이 시작된 지난 17일 이집트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출입문을 여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200만 인구가 살아가는 가자지구는 사방이 높이 8m, 길이 700㎞에 이르는 콘크리트 장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총 5개의 출입문 중 4개는 이스라엘이, 나머지 1개는 이집트가 관리하는데 이스라엘 쪽은 출입을 엄두내지 못할 정도로 통제되지요. 그런데 2013년 시나이반도 테러 이후엔 이집트 역시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넘어오는 것을 막겠다며 이 출입문을 사실상 봉쇄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라마단 한달 내내 열어둔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는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 형제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국경을 개방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거대한 감옥’에 갇힌 채 생활해온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번 조치 덕에 병원을 찾아가거나 친인척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엘시시 대통령은 ‘라마단 특별사면’으로 수백 명의 죄수도 풀어줄 거라고 합니다. 인내와 자비라는 라마단 정신을 발휘함으로써 무슬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고도의 통치술인 거죠.
 
라마단은 또 이슬람권 최대 ‘대목’이기도 합니다. 라마단 기간엔 이프타르를 겨냥한 식료품 매출이 급등하고 집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TV, 위성안테나, DVD 등 영상기기와 콘텐츠 수요가 치솟습니다. 부유층의 자선용 쇼핑도 확 늘어납니다. UAE, 카타르 등 부유한 국가에선 초호화 이프타르를 포함시킨 호텔 관광상품도 인기입니다.
 
라마단이 끝나도 쇼핑은 계속됩니다. 사흘 간 이슬람 명절(이드 울피트르)이 이어지기 때문이죠. 명절 첫째 날 무슬림들은 아침에 새옷으로 갈아입고 큰 이슬람 사원에 가서 예배를 올립니다. 그리고 친척과 친구들을 방문하고 선물을 교환합니다. 이를 겨냥한 의류·완구류 판촉이 치열합니다. 식당, 카페, 쇼핑몰들은 영업시간을 새벽까지 연장합니다. 라마단 종료 후 생활소비재 판매가 연매출의 30~40%에 이르고 가전제품 판매도 평균 20% 이상 증가할 정도입니다(코트라 2010년 8월 보고서 통계).
 
 
쇼핑몰 매출 급증 … 관광상품도 인기
 
라마단을 맞아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터키문화원에서 준비한 이프타르. 금식이 끝나고 일몰 후 먹는 식사다. [강혜란 기자]

라마단을 맞아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터키문화원에서 준비한 이프타르. 금식이 끝나고 일몰 후 먹는 식사다. [강혜란 기자]

최근 들어선 라마단이 다른 이유로 서구 언론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피의 라마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기간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4년 시리아내전을 틈타 정부 수립을 참칭한 이슬람국가(IS)가 ‘라마단 테러’를 조장해 왔습니다.
 
IS는 2014년 라마단 첫날인 6월 29일을 ‘정교일치의 칼리파 국가를 수립한 날’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해마다 라마단 개시 전에 지도자 혹은 대변인 육성의 ‘순교’ 메시지를 전하며 자살폭탄테러를 부추겼습니다. 2016년 라마단 기간엔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예멘, 터키,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IS 추종자들의 잇단 테러로 30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이들은 왜 라마단 순교(테러)를 장려하는 것일까요. 굳이 문헌학적으로 기원을 찾는다면 선지자 무함마드가 라마단월에 메카를 정복했기 때문에 이를 이어받는 뜻에서 비이슬람에 대한 투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선동가들은 이 때 순교하면 더 많은 축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추종자를 꼬드깁니다.
 
실제로는 이 기간에 테러를 하면 공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마단 때 사람들이 예배 장소 등에 많이 모이고 서방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는 걸 노리는 거죠. 금식 등의 이유로 치안이나 경계가 허술해지는 것도 배경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테러는 라마단의 근본 정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무슬림들은 입을 모읍니다. 오히려 폭력·화·시기·탐욕·중상 등을 삼가야 하는 시기라면서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터키문화원의 후세인 이잇트 원장은 “1년에 한달씩 라마단을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 이슬람 사회를 안정·발전시켜온 원동력”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에도 외국인 무슬림을 포함해 이슬람교 신자가 20만명을 헤아린다고 합니다. 이들이 라마단 기간 금식하고 수행하는 것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하는 느낌으로 라마단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라마단 카림” “라마단 무바라크”!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는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세계뉴스를 디지털 감각에 맞게 풀어내는 연재물입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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