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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짧다고 면도칼 테러…아랍 여혐범죄 폭로한 여성 감독

6월 1일 개막하는 제7회 아랍영화제로 첫 내한하는 튀니지 사회파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 [사진 아랍영화제]

6월 1일 개막하는 제7회 아랍영화제로 첫 내한하는 튀니지 사회파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 [사진 아랍영화제]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지나가던 여성들의 엉덩이를 면도칼로 긋고 달아난다. 청바지나 짧은 치마 등 옷차림이 불경하단 이유다(‘튀니지의 샬라’).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려던 여성이 경찰에게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한다(‘뷰티 앤 더 독스’). 
6월 1일 서울과 부산에서 개막하는 제7회 아랍영화제 초청작 ‘튀니지의 샬라’(2014)와 ‘뷰티 앤 더 독스’(2017)는 여성이라면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칠 혐오 범죄를 다룬다. 충격적이게도 이 사건들의 토대는 2000년대 아랍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실화다. 수백 년간 베일 속에 억압됐던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랍 남성들이 변화하는 현대 여성에게 품은 반감과 적개심은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다.  

6월 1일 개막 제7회 아랍영화제로 내한
튀니지 사회파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
아랍 여혐 범죄 실화 다룬 초청작 2편 상영

두 편을 모두 연출한 카우테르 벤 하니아(41)는 2010년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 민주화 혁명(재스민 혁명) 이후 동시대 아랍 여성의 목소리를 카메라로 포착해온 사회파 감독. 최근 영화가 잇달아 칸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그를 1일 내한에 앞서 e메일로 만났다. 
 
-‘튀니지의 샬라’는 ‘샬라(challat‧해치는 사람)’로 불리는 정체불명 남성이 여성들을 면도칼로 무차별 테러했던 사건이 토대다. 어떻게 접하게 됐나.  
“샬라는 처음엔 루머에 가까웠는데 공포가 확대‧재생산되며 괴담이 됐다. 문제는 당시 튀니지가 벤 알리 독재정권 치하여서 아무도 그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직접 루머 속의 가해 남성을 추적해 나가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다. 실제 취재 과정이 위험하진 않았나.
“재스민 혁명 이후 공공기관 협조가 가능해져서 취재는 어렵지 않았다. 경찰 사건기록을 통해 여성 혐오 범죄로 기소돼 있던 질랄을 찾았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이해하기 힘들잖나.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싶어서 영화에 출연해 달랬더니 승낙하더라. 내가 영화학도 역할로 출연한 것처럼 그도 실제 가해자인 동시에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도록 했다. 그 내면의 갈등과 복잡함이 캐릭터에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제7회 아랍영화제 상영작 '튀니지의 샬라' 한 장면. 중동지역에 괴담처럼 퍼진 여혐 범죄를 감독이 직접 취재하는 형태로 재구성한 극영화다. [사진 아랍영화제]

제7회 아랍영화제 상영작 '튀니지의 샬라' 한 장면. 중동지역에 괴담처럼 퍼진 여혐 범죄를 감독이 직접 취재하는 형태로 재구성한 극영화다. [사진 아랍영화제]

 
-다른 평범한 아랍 남성들이 샬라를 숨겨주며 공범자가 되길 자처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샬라를 응용한 비디오게임까지 있던데.  
“시리아‧이라크에도 샬라가 존재한다. 어떤 남자든 샬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랍만이 아니다.”
 
-여성 혐오 범죄의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금은 여성 스스로 주권과 일할 권리를 갖는다. 여성의 몸이 더는 동물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옛날의 사고방식과 변화한 사고방식이 서로 부딪히다 보니, 남녀 사이의 대립이 더 빈번해진 건 당연하다. 불의에 맞서게 되면, 생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호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가 바뀌려면 더욱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투’ 운동도 하나의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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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앤 더 독스’에선 2012년 튀니지 경찰에 2차 가해를 당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실화를 토대로 관료주의의 폐해를 폭로했는데.
“튀니지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팽배한 ‘악의 정상화’를 보여주려 했다. 미국 명문대(컬럼비아‧하버드 등)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학교 측의 억압을 다룬 ‘더 헌팅 그라운드’(2015)란 다큐멘터리가 영감을 줬다. 이 대학들은 첨예한 경쟁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고, 평판이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히 가해자가 미식축구 챔피언일 때 이 상황은 큰돈이 걸린 비즈니스가 된다. ‘뷰티 앤 더 독스’는 하나의 강간 사건이 아니라 강력한 기관들의 부패를 보여주는 영화다. 사회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에 의한 강간사건이란 게 얼마나 상징적인가. 내전과 테러 위협을 피하려면 권력 남용을 못 본척하라는 그들의 태도는 우리에겐 익숙한 협박편지와 같다.”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주위의 경멸적이고 냉담한 태도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피해 여성의 관점에선 잔인하지만, 경찰이나 병원 사람들에겐 그저 직장에서의 하루일 뿐이다. 그들은 매일 밤 그런 피해자를 본다. 개인적인 비극과 이를 대하는 기관들의 둔감함이 불협화음을 빚는다. 이런 상황에 내몰린 사람은 선택해야만 한다. 잠자코 받아들일지, 스스로를 위해 싸울지 말이다.”
1일 개막한 제7회 아랍영화제 상영작 '뷰티 앤 더 독스'. 중동에서 벌어진 경찰의 성폭행 2차 가해 실화를 극영화로 다뤘다. [사진 아랍영화제]

1일 개막한 제7회 아랍영화제 상영작 '뷰티 앤 더 독스'. 중동에서 벌어진 경찰의 성폭행 2차 가해 실화를 극영화로 다뤘다. [사진 아랍영화제]

 
-재스민 혁명이 있고 1년 뒤의 사건인데.
“민주주의가 갓 태어난 초기엔 여러 어려움이 발생한다. 기존 권력들이 돌아오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찰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사람들은 공권력을 두려워한다. 이것이 지금 튀니지의 현실이다. 하지만 재스민 혁명 전엔 이런 영화를 아예 만들지도 못했다. 독재정권에 맞선 혁명으로 표현의 자유를 얻었기에 제작할 수 있었다. 공권력을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았음에도 튀니지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은 차기작 ‘더 맨 후 솔드 히즈 스킨’에선 처음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루게 됐다고 귀띔했다. 그에 앞서 아랍영화제가 올해 동시대 아랍 여성의 목소리를 부각한 특별 섹션 ‘포커스 2018: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를 통해 한국을 찾는다. 2일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릴 오픈토크를 시작으로 6일 영화제 폐막까지 서울과 부산(영화의 전당)을 오가며 공식 상영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국은 지금껏 가본 나라 중 튀니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해요. 관객들이 제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궁금합니다. 파리에서 한국음식을 먹은 적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진짜 한국의 맛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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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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