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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죽일 사람' 없어져 남편에게 고백 "나, 콜라텍 다녀"

기자
정하임 사진 정하임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3)
은퇴를 앞둔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으로 자칭 ‘콜라텍’에 관한 최고 전문가다. 은퇴 이후엔 콜라텍과 관련해 조언해주는 일을 하고자 ‘콜라텍 코치’로 불리길 원한다. 건강을 위한 체중 감량 차원에서 춤을 추러 갔다가 콜라텍에 푹 빠졌다. 노년기의 신체적·정신적 애로를 푸는 데 가장 좋은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관계 형성으로 외로움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콜라텍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별 등 에피소드를 풀어간다.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는 콜라텍의 매력에 다 함께 빠져보자. <편집자>
일찍 온 남성들이 화단석에 앉아 파트너를 기다리는 모습. [사진 정하임]

일찍 온 남성들이 화단석에 앉아 파트너를 기다리는 모습. [사진 정하임]

 
주말에 콜라텍 가는 일이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콜라텍 중독증이랄까? 주말에 콜라텍에 가지 않으면 무언가 일을 다 하지 않은 느낌이다. 나에게 주말 춤은 아주 중요한 일을 제외하면 1순위다.
 
콜라텍에서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면 일주일간 쌓인 피로가 확 풀리고 새 에너지가 충전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춤을 추나 보다. 이런저런 운동을 해 보았지만 춤처럼 매력 있는 운동은 없다. 아마 음악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은 주말을 이용해 골프를 치고 등산하며 취미활동을 하듯 나도 주말을 이용해 콜라텍에 가서 춤을 춘다. 콜라텍에 가야만 하는 이유는 춤을 출 장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과 스포츠댄스 한다며 남편 승낙 얻어내     
콜라텍에 입문하던 시기엔 남편한테 결혼식장에 간다느니 조문을 간다느니 직장 동료와 지인을 팔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더는 ‘결혼을 시킬 사람과 죽일 사람’ 이 없어지는 바람에 거짓말의 한계가 들어나 남편에게 고백했다.
 
‘부모가 건강해야 자녀가 힘이 들지 않는데 그러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내 말이 옳으니 남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 의견을 존중해줬다. 41년 교직에 있었으니 잘하는 게 남을 설득하는 일이라 남편 설득은 식은 죽 먹기였다.
 
파트너들이 콜라텍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정하임]

파트너들이 콜라텍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정하임]

 
교사들과 동아리 활동으로 스포츠댄스를 한다고 신고하니 남편은 신분이 확실한 교사 집단이란 생각에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토요일인 오늘도 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우리 집에서 영등포까지는 20여분 걸린다. 두 시에 출발하면 영등포에 두시 반이면 도착한다.
 
집에서 버스를 타면 강변북로를 논스톱으로 시원하게 달린다. 왼쪽으로는 상암동 하늘공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한강이 흐른다. 아름다운 강변북로의 풍경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돌아올 때는 노을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 춤을 추러 가고 오는 길이 너무도 황홀했다.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는 영등포행이 유일하다. 연말에 버스요금을 계산해보면서 ‘나의 놀이터는 영등포였다’는 걸 알게 된다. 주말 오후 두시 반 영등포 거리를 보면 콜라텍에 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년 이상 남녀가 많이 다니는데 여성 실버의 공통점은 나이가 많은 데도 일자 걸음으로 반듯하게 걷는다. 보통 나이가 들면 팔자걸음을 걷는데 춤추는 사람의 특징은 나이가 들어도 일자 걸음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실버를 보면 콜라텍에 가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옷차림이 나이보다 무척 젊다. 옷과 구두를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10여년은 젊게 입고 다닌다.
 
콜라텍에 오는 사람의 옷차림은 두 부류로 나뉜다. 프로와 아마추어인데 프로는 옷차림과 춤추는 모습이 다르다. 프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주 단정하다. 여성실버의 경우 머리는 세팅해 곱슬곱슬한 머리를 하고 짙은 화장을 한다.
 
프로 실버 여성은 검은색 옷 선호  
콜라텍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팔순 실버들. 그러나 무대에 오르면 이들도 댄서다. [사진 정하임]

콜라텍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팔순 실버들. 그러나 무대에 오르면 이들도 댄서다. [사진 정하임]

 
옷은 화려한 반짝이 장식이 많이 달려 마치 무대 의상 같다. 색상은 검은색을 선호하는데 날씬해 보이고 섹시한 색이어서 그런 것 같다. 또 레이스가 달리거나 드레시하게 늘어지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속눈썹을 진하게 붙여 여성스러움을 강조한다. 길거리에 프로 실버들이 멋을 내고 걸어간다. 원색 옷에 백구두를 신은 남자 프로실버도 보인다.
 
대학로에 젊은 연인들이 가득하듯 영등포 거리는 중년 커플이 활보하고 다닌다. 파트너끼리 손을 잡고 오거나, 남자 파트너가 여자 핸드백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지 이쑤시개로 연신 후비며 걸어오는 남자 실버도 보인다. 간혹 여자 실버가 남자 파트너에게 입장료를 쥐여 주는 모습도 보인다. 콜라텍 입구에서는 파트너를 기다리는지 화단 경계석에 앉아 기다리는 실버 남성도 있다.
 
오는 곳이 다르면 정류장에서 만나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 약속 장소에 먼저 오게 되면 기다렸다가 만나서 입장을 같이하는 게 콜라텍 파트너의 특징이다. 콜라텍에 오는 사람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한결같이 밝고 환한 얼굴이라는 점이다.
 
정하임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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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