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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 비핵화? 나는 맥주 1잔 값도 걸지 않겠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오른쪽)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 2007년 베이징 6자회담 당시 모습이다. [중앙포토]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오른쪽)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 2007년 베이징 6자회담 당시 모습이다. [중앙포토]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안 됐고, 미국은 단계적 보상을 할 준비가 안 됐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북 기만술 경험한 힐 전 6자회담 대표
북한, 비핵화 수용할 준비 아직 안 돼
김정은 뜻 중요 … 북 강경·온건파 없어

폼페이오, 북·미회담 성사 원하지만
볼턴은 무조건 항복만 바라는 사람

크리스토퍼 힐(66)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이자 동아태 차관보가 25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 합의할 가능성에 맥주 한 잔 값도 걸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기만술을 경험한 당사자다. 2005년 6자회담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규정한 9·19 공동성명에 합의했지만 북한은 이후 사찰·검증에 반발하며 합의를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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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협상을 맡고 있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국무부 한국과장을 맡아 힐 전 차관보를 보좌했다.
 
힐 전 차관보는 “비핵화는 북한을 핵 무장 국가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간은 없다”며 CVID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평화협정이나 제재 완화 등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타협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더 걱정되는 건 검증과 이행에 관한 세부 논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덴버대 국제대학 학장이다.
 
아래는 주요 문답.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왜 한 주 만에 입장을 바꿨을까.
“그가 어떤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담화의 발표자일 뿐이다.”
 
그는 6자회담 북한 수석협상대표로 당신의 상대였다.
“우리는 6자회담에서 협상을 하며 4년을 함께 보냈다. 그는 나를 평양으로 세 번 초청했고 나는 뉴욕으로 한 차례 초청해 양자 회담을 주최하기도 했다. 최선희 부상은 6자회담 협상 내내 김계관의 통역관으로 그의 옆에 동석했다.”
 
볼턴. [EPA=연합뉴스]

볼턴. [EPA=연합뉴스]

두 사람이 북한 내 군부 강경파 입장을 반영해 회담을 방해한 건 아닌가.
“전혀 아니다. 그들의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과 (동생 김여정이 제1부부장인)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에 따라 발표된 것이다. 북한은 항상 협상에서 이런 식의 반전을 보여 왔다. 그들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볼턴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보고 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주장을 수용해 회담 취소를 결정했다는데.
“사실일 거다. 볼턴은 결코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항복할 준비가 된 사람들과만 만나길 원한다. 그는 북한이 완전히 항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 회담장에 나오는 상황을 제외하곤 북한과 어떤 외교도 믿지 않는다.”
 
볼턴은 핵무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까지 포기하라고 한다.
“그렇다. 그는 북한은 물론 다른 누구와도 어떤 종류든 주고받기식 흥정을 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볼턴이 회고록 제목을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고 쓴 건 항복은 상대의 필수라는 의미다. 북한은 볼턴 같은 상대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수년 전 그들은 김정일 위원장을 ‘포악한 독재자’라고 비난한 볼턴을 ‘인간 쓰레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폼페이오. [EPA=연합뉴스]

폼페이오. [EPA=연합뉴스]

볼턴과 폼페이오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 접근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두 사람이 다른 방식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이 성사되길 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반면 볼턴은 트럼프는 물론 누구에게도 그런 충성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다.”
 
회담이 성사되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나.
“나는 거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걸진 않을 것이다. 심지어 맥주 한 잔 값도 걸지 않을 거다. 그래서 북한이 회담 전에 먼저 폼페이오든 누구에게든 자신들의 입장이 뭔지를 미국에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아직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북·미가 어떤 종류든 중간에서 타협할 가능성은 없나.
“비핵화에 관해선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느냐 않느냐 문제이기 때문에 중간을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평화협정이든 다른 것이든 일정한 보상 조치를 제공함으로써 타협은 가능하다고 본다. 단계적 보상도 그 해법에 포함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하면 우리가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북한이 어떤 핵무기든 보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유지돼야 한다.  
 
만약 북한이 즉각적인 비핵화에 동의한다고 말하면 믿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에 관해 내가 더 걱정하는 건 비핵화에 관한 이행·검증 등 세부 사항 논의다. 그건 분명히 정상회담에서는 아닐 것이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지 않나.
“나는 그들이 아직 비핵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지만 적절한 인센티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이 괜찮은 성명이긴 하지만 그것은 미래에 대한 성명이다. 거기에 도달하려면 비핵화 협상이 필요하다.”
 
회담이 무산되거나 실패하면 결국 ‘거친 2단계’로 넘어갈까.
“나는 서로 군사적 위협을 주고받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정상회담을 되살리기 위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성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알기엔 이른 것 같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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