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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의 유리천장지수

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지난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첫 여성 국장 지나 해스펠이 취임했다. 국장 지명 당시 물고문 전력과 ‘피투성이 지나(Bloody Gina)’란 별명 정도만 알려졌던 그는 33년간 음지에서 일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서 해스펠은 자료를 들춰보지 않고 즉답을 이어갈 정도로 전문성을 과시했다. 여자는 입학 자격이 없어 육사에 가지 못했던 그가 미국의 첫 여성 스파이 수장에 오른 비결이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에서도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졌다. 지난주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에 스테이시 커닝엄이 임명됐다. 거래소 226년 역사상 첫 여성 리더다.
 
유리천장은 여성과 소수민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유리천장도 문제지만 ‘여성 보호’를 명목으로 여성에 법적인 규제를 가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산업혁명기 때나 통용되던 고루한 여성관의 유산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104개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법적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남성이 하는 일에서 부당하게 배제된 세계 여성 인구가 27억 명 이상이란다. 물론 임신했거나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는 제외한 수치다. 이를테면 러시아에선 기차 운전이나 선박 운항 등 456개 일자리를 여성에게 위험한 일자리로 분류해 진입 자체를 봉쇄한다. 베트남 여성은 50마력 이상의 트랙터를 운전할 수 없고, 인도 뭄바이의 여성 점주들은 남성처럼 밤늦게까지 장사를 할 수 없다. 18개 나라의 여성이 남편의 허락 없이 취업할 수 없고, 4개국의 여성은 사업체를 등록할 수도 없다. 명백하게 ‘보이는’ 차별도 만만찮은 셈이다.
 
한국도 세계은행의 여성 차별 국가에 포함돼 있지만 정확히 어떤 규제를 문제 삼았는지는 여성가족부도 기획재정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이 늘 꼴찌라는 사실이다. 올해도 29등이었다. 이 지수는 ▶고등교육 수준 ▶고용지표 ▶임금 수준 ▶관리직 비율 ▶이사회 참여 비율 등 여성의 10개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검경의 남녀 차별적 수사 태도를 비판하는 여성 시위가 2주 연속으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문제 삼을 게 어디 ‘성차별 수사’뿐이랴. 성평등을 위해 챙겨보고 따져봐야 할 지표가 우리 사회엔 너무 많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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