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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 최선희의 등장…북·미, '악마의 디테일' 논의 시작

성김 주필리핀 미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실무 협상에 나선 것은 북·미 간에 본격적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악마의 디테일’을 각기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본격적 수 싸움이다.
실무협상에 나선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실무협상에 나선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외교 소식통은 28일 “이번 실무 협의는 비핵화의 조건 등에 대해 북·미가 서로 입장을 내고 의견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며 "외교관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이제 본질적 부분에 대한 논의가 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비핵화 기간이나 초기 조치의 수준, 단계 설정 여부 등도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원하는 바는 명확하다. 6·12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명기하고, 비핵화 완료의 기간을 못박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초기에 돌이킬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북·미가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들을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다. 북한의 핵시설·핵물질 가운데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가능한 빨리 외국으로 옮기라는 게 미국의 요구인데, 북한은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비핵화의 첫 조치라고 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초기 조치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이처럼 북한이 핵무기, 핵물질, 핵프로그램 등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일괄 합의를 하고, 실제 조치가 되돌릴 수 없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야 보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서 북한은 거의 대척점에 있다. 단계별로 접근해야 하고, 북한이 조치를 취할 때마다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 북한이 우위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미국이 원하는 것을 일부 수용해야겠지만 본질적 부분에서는 여전히 양보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막기 위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내놓은 담화에도 “첫 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이라고 돼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표현은 일괄적·포괄적 합의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보이고, 단계별 해결이란 언급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부분부터 합의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여러 차례의 단계적 합의를 상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지 ‘단계적 합의’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단계적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실수’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실무협상 미측 대표로 나선 김 대사는 북한이 단계적 합의를 교묘히 이용해 결국 판을 깨는 것을 목격한 당사자다.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도출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검증 프로토콜을 놓고 북·미가 대립할 때 실무자로서 수차례 방북했기 때문이다.
 
 비핵화에 대한 보상도 실무협상의 핵심 의제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을 언제 어떤 식으로 이룰 것인지가 북한의 최대관심사다. 북·미 수교, 불가침 선언,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 NBC 방송에서 “북한은 절대적으로 평화협정을 원한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이번 의제 협상에서 평화협정과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통한 대규모 금융 지원을 북한이 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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