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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시조는 한국인의 맥박” 사자후

오현 스님

오현 스님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강원도의 맹주’로 불리던 설악산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 오현(사진) 스님이 26일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 입적했다. 승납 60년, 세수 86세.
 
고인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7살에 입산, 59년 성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불교신문 주필과 중앙종회의원, 원로의원을 역임했다. 최근까지 신흥사 조실로서 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을 맡으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또 68년 ‘시조문학’ 시조부문에 등단한 시조시인이기도 하다.
 
불교계에서 오현 스님은 ‘걸림 없는 선사’로 통했다. 고인은 입적을 앞두고 열반송도 남겼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자신의 생애를 ‘이마에 돋는 뿔’에 비유했다. 물 위에 쓰는 글씨처럼 꿈 같고, 그림자 같은 삶의 속성과 그 이면의 깨달음을 노래한 게송이다.
 
말년에는 백담사 무문관에 들어가 1년에 두 차례, 석 달씩 몸소 수행하기도 했다. 일단 무문관에 들어가면 방문 출입은 금지되고, 하루 한 끼 식사만 허용된다. 그렇게 무문관에서 나올 때면 번득이는 법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오현 스님의 시조 사랑은 각별했다. 정지용문학상을 받은 고인은 만해 한용운의 시맥(詩脈)을 이었다는 평가도 듣는다. 오현 스님은 백담사 인근 마을에 만해마을을 조성해 문인들의 창작 공간으로도 쓰게 했다. 오현 스님은 생전에 "사람들은 시조가 진부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시조는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한국인의 맥박”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근배 원로 시조시인은 "‘님의 침묵’은 만해 한용운이 백담사에서 쓴 시다. 오현 스님은 만해축전과 만해상을 제정하는 등 문학계와 시조 중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알게 모르게 지원한 문인들 창작기금도 많다. 오현 스님 개인이 문학재단 역할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홍성란 시조시인은 "오현 스님은 시인들을 향해 ‘네가 한국사람이면 시조를 쓰라’고 강조하셨다. 한국 시단에 시조를 도외시하는 풍조가 있었는데, 큰스님으로 인해 시조상이 생기고 시조가 활성화했다”며 울먹였다.
 
빈소는 신흥사에 마련됐으며,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된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신준봉·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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